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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을지빌딩 급매' 옛 외환은행 본점 탓? 잔금납부 시기 다가와…"매각대금 활용방안 밝히기 어려워"

김경태 기자공개 2019-08-21 10:28:19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6일 09: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부영그룹은 미래 사업지를 확보한 후 당장 개발하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버티는 전략을 주로 구사했다. 하지만 이번에 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사옥)의 경우 사실상 손실을 보면서 처분에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하나은행 을지로사옥(옛 외환은행 본점) 매입 자금 마련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9000억 규모 옛 외환은행 본점 매입, 잔금 시기 다가와

부영그룹은 주택개발사업 부지, 리조트, 골프장 등 다양한 부동산을 인수했지만 매입 후 매각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주택과 호텔 개발을 위해 사들인 부지의 경우 인허가와 인근 주민 반발 등의 문제로 인해 개발이 어렵더라도 끝까지 버티며 때를 기다렸고 그 기간은 10년을 넘기도 했다. 경남의 진해화학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디벨로퍼·중견 주택건설사 등은 최대한 빨리 개발에 나서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비용이 불어나 건질 것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부영그룹은 상황이 달랐다. 주력인 임대아파트에서 꾸준히 현금이 유입되고, 주택경기가 좋을 때 분양 전환을 통해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기다려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부영을지빌딩 매각의 경우 과거와 달랐다. 더존비즈온과 체결한 매매계약금액은 4501억원으로 매입할 당시보다는 높지만, 각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실을 보고 매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에 을지빌딩이 매물로 나왔을 때 부영그룹이 적정한 가격으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부영그룹이 자존심을 낮춘 것처럼 비춰지게 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영그룹이 을지빌딩의 공실 해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 외에 명동의 하나은행 을지로사옥 매입이 매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영그룹은 2017년 12월 하나은행과 8932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바로 남쪽에 인접한 토지(을지로2가 181-4)도 샀는데 이를 합치면 9010억원이다. 부영그룹이 매입한 부동산 중 단일 최대 금액이다.

부영그룹은 전체 매입대금 중 10%에 해당하는 900억원을 계약 때 납입하고 나머지 90%는 2년 뒤에 치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올해 하반기 정도에 대규모 자금을 납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셈이다. 매매계약 당시 부동산금융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이 매도자금융(스테이플드파이낸싱) 형태로 자금 대여를 해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일부이지 전액을 책임지기는 힘들다.

또 당시 입찰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부영그룹이 자체적인 현금동원력을 적극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 마련이 필요한 만큼 을지빌딩 매각을 서두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부영그룹 관계자는 "을지빌딩 매각 대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입금 증가 여부 주목

부영그룹의 주력사인 부영주택의 차입금 현황을 보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조달한 것이 아닌 부동산을 매입하고 소유하는 과정에서 빌린 돈이 대부분이다.

작년 말 단기차입금은 9295억원인데, 이 중 96.4%에 해당하는 8960억원이 부동산을 담보로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끌어온 자금이다. 대상 부동산은 △대전 충남방적 부지 △서울 성수동 뚝섬 특별계획4구역 △경남 진해화학 부지 △순천 부영CC △부영 송도타워 △서울 소공동 호텔부지 등이다.

장기차입금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2018년말 장기차입금은 6078억원인데 이 중 99.6%인 6053억원이 부동산 관련이다. 삼성생명이 빌려준 금액이 2962억원으로 가장 크다. 그다음은 삼성화재가 융통해 준 2120억원이다. 담보신탁 목적물은 각각 부영태평빌딩(옛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 부영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사옥)이다.

앞으로 더존비즈온이 잔금을 치르고 을지빌딩 거래가 완료되면 부영그룹의 차입금이 축소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부영그룹이 다른 부동산 거래처럼 외부 조달을 병행한다면 차입금은 증가하게 될 수 있다.

부영그룹이 을지빌딩을 매입할 때 매도자인 삼성화재가 빌려준 금액은 매매가의 48.4%였다. 연이자율은 3.15%다. 만약 부영그룹이 하나은행 을지로사옥 과정에서 같은 비율과 이자율로 돈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차입금은 4360억원이고, 1년 이자비용은 137억원으로 추산된다.

부영그룹, 2018년 및 2017년 차입금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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