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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본격화된 일본과의 충돌, 그 '주전장'은 어디인가?일본의 수출제재로 본격화된 한일 갈등의 배경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주전장'(主戰場)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08-19 13:43:37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9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이 옛 소련처럼 붕괴하면 한국은 일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국은 가장 친일적인 훌륭한 나라가 된다. 한국은 시끄럽게 구는, 버릇없는 꼬마처럼 귀여운 나라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나라다."

1936년에 태어나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과 콜럼비아 대학에서 유학한 가세 히데아키라는 인물이 있다. 우익 단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약칭 새역모)의 교과서를 간행하는 지유샤(自由社)의 대표이고, 일본회의 의원연맹의 도쿄본부장이기도 하다. 1993년 익명으로 출간돼 일본에서 30만 부나 팔린 '추한 한국인'의 실질적인 저자로도 알려져 있다.

'위안부의 진실을 위한 국민운동', '역사적 사실 보급협회' 등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5월엔 일본에서 그리고 7월엔 국내에서 개봉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의 말미에 일본 우익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소개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는 인터뷰 중에 너무나 태연하게 위와 같은 어이없는 발언을 내뱉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다루고자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만든 '주전장'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일본 우익의 본심을 그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해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그 본심이란 2차 대전을 전후한 일본의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이른바 역사 수정주의(Revisionism) 혹은 부인주의(Denialism)를 의미한다.

가세 히데아키를 중심에 두고 아베 수상을 정점으로 하는 수정주의자들은 평화헌법으로 상징되는 전범국가 체계에서 벗어나, 영광스런 메이지 시대로의 회귀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을 비정상적이게 보이게 만드는 역사적인 사안들을 모두 부인함으로써, 스스로 당위성을 쟁취해나가는 활동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 과정의 장애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한국이다. 이번 홍콩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은 그 자체적으로 너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고 북한은 세계적인 불량국가로 낙인이 찍혀 있어서 상대하기에 큰 부담이 없는데, 식민지 피해자이면서 정상적인 국가 체계를 구축하고 강력한 경제력까지 보유하게 된 한국이 눈엣가시가 된 것이다.

특히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세계적인 이슈로 확산시킨 것은, 수정주의자들이 한국을 무릎 꿇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를 위해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여론전을 시작했고, 동시에 일본 내부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문제들을 이슈화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그러다 미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합의를 도출해 내고,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까지 체결하면서 그들의 '걸림돌 제거'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한국 정부가 위안부 협정을 파기하고, 대법원이 일제의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을 확정하면서 큰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주전장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입을 빌어 한일간 갈등의 본질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주전장'


영화 '주전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바로 이런 큰 흐름 하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우익이 현재의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명확히 해준다. 당분간 수정주의자들이 일본의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그들의 목표가 바뀔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이 영화의 제목을 '주전장'으로 정한 사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에 출연한 일본의 극우인사가 인터뷰 도중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쟁터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미국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제 사회 그 중에서도 미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이슈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경제분야에서의 충돌 역시, 그 주전장은 한국도 일본도 아닌 미국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결국 미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충돌의 속도와 대상이 달라질 수 있으며, 그 결과도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미국은 지금,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한창 치르고 있는 중이다.

영화 '주전장' 예고편 모음:https://www.youtube.com/watch?v=Y7gf9jgAFpo
미키 데자키 감독 인터뷰:https://www.youtube.com/watch?v=-4BYZWjAF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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