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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에 빠진 유통업계의 속사정 [thebell note]

정미형 기자공개 2019-09-02 08:05:0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30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업계에 최근 'PB' 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 메일을 확인하면 업체마다 PB 상품을 출시했다는 보도자료가 넘쳐난다. PB상품은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상품을 의미한다. 이마트의 노브랜드나 피코크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홈쇼핑 업체부터 백화점까지 PB상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추석을 앞두고 홍삼 PB를 출시했고 홈앤쇼핑도 패션 PB를 선보였다. 이커머스도 예외는 아니다. 쿠팡이나 티몬 등도 자체 생수, 화장지 등을 만들며 PB 숫자를 늘리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PB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상품 차별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 유통 채널이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며 다양해진 요즘 남의 상품만 갖다 팔아서는 차별화가 안 된다. 모 업체 관계자는 "우리만 제작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남의 상품만으로 만든 차별화는 따라잡히는 데 순식간"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모든 채널이 상품 차별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자연스럽게 PB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 차별화의 이면은 수익성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은 지속된 업황 부진과 온라인 경쟁 심화에 수익성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결국 유통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 나서는데 그중 하나가 PB인 셈이다. 제조회사가 가져가는 마진을 줄이고 유통 마진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업체들이 선보이는 PB 중에는 패션 상품이 많은데 이 또한 철저히 수익성과 연결된다. 가을·겨울 시즌은 패션에선 중요한 대목인 데다 다른 상품 대비 유통 마진도 높은 편이다. 홈쇼핑 업계에선 패션 상품 수수료율만 4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PB가 양날의 검과 같다는 데 있다. PB 상품은 개발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재고도 유통업체가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물론 이게 자리 잡게 되면 수익성 측면에선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PB는 재고가 항상 골치 아프고 이래저래 부담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다들 덤벼보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행히 'PB=알뜰 상품'이라는 공식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PB 경쟁력을 키우기에 좋은 시기라는 이야기다. 다만 이런 PB 바람이 일회성 '한눈팔기'식이어선 안된다. PB가 업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볼 만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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