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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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보험맨→증권맨' 성공적인 세대교체①증권출신 최희문·김용범 부회장 그룹장악, 2010년 이후 증권사 인재 대거영입

이효범 기자공개 2019-09-23 13:00:00

[편집자주]

2011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메리츠금융.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자산규모가 40조원 넘게 불어났다.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비효율에 대한 경계였다. 거침없는 구조조정에 이어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접목해 메리츠만의 '성과주의 DNA'를 탄생시켰다. 그 변화를 주도해온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3일 11: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금융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은 증권맨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을 비롯해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계열사 수장들은 모두 증권사에서 활약한 경험을 갖고 있다. 조정호 회장 역시 메리츠종금증권의 전신인 한진투자증권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특히 증권맨 중에서는 해외파 혹은 삼성증권 출신들이 많다.

메리츠금융에서 증권맨들이 실세로 떠오른 건 채 10년이 안됐다. 2005년 한진그룹 계열분리 당시만 해도 보험맨들이 주축이었다. 단적인 예로 조 회장 아래 부회장 자리에 앉았던 인물들도 오랫동안 보험업에 종사한 경력을 가졌다.

하지만 보험 중심의 성장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그룹내 보험맨들의 입지가 흔들렸다. 조 회장은 증권사 출신인 최희문, 김용범 부회장을 비롯해 증권맨들을 영입하는 한편, 메리츠종금과 증권 합병, 지주사 체제 전환, 캐피탈사 설립,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등으로 증권업 키우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 메리츠종금증권은 그룹내 대표 계열사로 성장했다.

◇조정호 회장의 홀로서기…성장전략 고심

조 회장은 2005년 메리츠화재(옛 동양화재), 메리츠증권(옛 한진투자증권), 메리츠종금 등을 한진그룹에서 분리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당시 조 회장이 분리한 금융 계열사 중 메리츠화재 규모가 가장 컸다. 한동안 메리츠화재 중심의 성장은 지속됐다. 2010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합금융의 합병 이후에도 자산총계가 2011년 3월말 별도기준 메리츠화재 6조9739억원, 메리츠종금증권 4조6041억원이었다.

그룹 내에서도 보험사 출신들이 실세였다. 2011년 3월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상근임원은 총 31명이다. 20~30년간 메리츠화재에서 근무하다 임원을 단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이 외에는 다른 보험사 출신으로 메리츠화재에 합류한 지 10년이 안된 인력들도 많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보험업계에서 오래 근무해 온 인력들이라는 점이다.

당시 그룹 내 2인자로 메리츠화재를 이끌던 상징적 인물이 원명수 전 부회장이다. 원 전 부회장은 2005년 6월 메리츠화재 초대 대표이사로 부임해 메리츠화재 수익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험사가 주력이었던 메리츠금융 내에서 조 회장의 최측근 역할을 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 중심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를 두고 내부에서도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 보험업계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져 가는데 캡티브물량도 미미했다. 당시 메리츠화재의 수입보험료 중 한진그룹 물량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메리츠금융 내부에서도 보험사를 인수합병해 성장을 이어가자는 보험파와 보험 외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신사업파가 나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종금증권 성장에 '베팅'..'화재'에도 증권맨 배치

조 회장은 보험 외 다른 사업을 확장하는 쪽에 베팅했다. 특히 증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는 밑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구상을 주도적으로 실행에 옮긴 건 현재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 부회장과 김 부회장이다. 인재에게 경영을 믿고 맡기는 조 회장 특유의 인사철학에 힘입어, 두명의 대표이사는 거침없는 혁신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용인술로 메리츠종금증권의 변화를 주도했다.

김용범 최희문 메리츠 금융 부회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좌),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우)

2010년을 전후해 메리츠종금증권 임원진은 외부인력들로 채워졌다. 최 부회장이 메리츠종금증권에 자리를 잡은 이후 메리츠종금증권의 임원이 된 인력은 족히 20명에 달했다. 주로 외국계 증권사,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동양종금증권, KB투자증권 등을 거친 인물들이 속속 배치됐다.

대표적으로 권태길 메리츠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이 당시 메리츠종금증권 내 종합금융사업 총괄 전무로 선임됐다. 그는 뱅커트러스트, 골드만삭스,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영역을 경험한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공식적인 사장단 회의가 없는 메리츠 내에서 조 회장을 비롯해 2명의 부회장, 권 사장이 그룹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멤버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 위험관리최고책임자(CRO)로 이름을 알렸던 길기모 전 메리츠종금증권 전무도 당시 영입된 인물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신한금융투자 길 전 전무는 크레딧 애널리스트 1세대로 꼽힌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미분양담보대출확약 상품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구가할 당시 리스크 심사를 진두지휘하며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다만 그는 지난 연말께 대신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흥국자산운용 출신인 류승화 본부장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외부 인력 뿐 아니라 실력을 갖춘 기존 인력들도 점차 두각을 나타냈다. 김기형 사장과 송영구 전무는 2000년대부터 메리츠종금증권에서 활약해 온 인물들이다. 김 사장은 메리츠종금증권의 성장에 발판이 된 미분양담보대출확약(미담확약) 상품을 내놓는 데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20여 년간 부동산금융에서만 전문성을 쌓아온 김 전무는 삼성생명,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거쳐 지난 2006년 메리츠증권에 자리 잡았다.

송 전무는 리테일 채널 혁신의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오랫동안 증권사 영업맨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브로커리지 위주의 지점 영업을 실시했던 메리츠의 리테일 채널을 거점화 및 대형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그는 또 정규직이었던 영업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임무를 부여받아 메리츠 내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종금증권 뿐만 아니라 메리츠화재에도 증권맨들이 속속 포진됐다. 원 전 부회장이 물러나고 김 부회장이 2015년 초 메리츠화재의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때였다. 지난해 영입된 최석윤 메리츠화재 사장도 증권사를 거쳤다. 그는 크레디트스위스·골드만삭스 등을 거친 글로벌 IB 전문가로 꼽힌다. 장원재 위험관리책임자 겸 리스크관리 팀장 전무와 김종민 자산운용실장 겸 본부장 전무도 삼성증권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특히 2014년 영입된 김 전무를 두고 내부에서는 파격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당시 김 전무에게 CIO 직책을 맡긴 것에 대해 메리츠화재 안팎에서는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되기도 했다"며 "60년대 생이 주로 맡았던 다른 보험사의 CIO들에 비해서 70년대 초반의 나이에 요직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보험사 문화에서는 이슈가 될만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그룹 성장 주도…메리츠式 기업문화 정착

외부 인재 영입과 함께 사업 구도 재편도 이뤄졌다. 2011년부터 메리츠화재 인적분할 이후 국내 첫 보험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국내 첫 보험 지주사 체제는 메리츠화재 성장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신사업 키우기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사 체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한 구조로 보험사에 집중돼 있던 현금을 증권 등 다른 계열사로 이동시킬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신설된 이후 메리츠캐피탈 신설, 아이엠투자증권 인수합병 등을 순차적으로 실시하며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캐피탈을 그룹내 주력 계열사로 키웠다. 물론 메리츠화재도 성장을 지속했지만 지주사로 유입된 자금은 결과적으로 증권으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주의 자회사였던 메리츠캐피탈도 결국 메리츠종금증권의 자회사로 배치됐다.

그 결과 2018년말 메리츠금융지주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52조2051억원데 달한다. 이중 메리츠종금증권 23조원, 메리츠화재 20조원 정도를 차지한다. 순이익도 증권 3498억원, 화재 2600억원으로 주력 계열사 뒤바뀌었다는 평가다. 메리츠캐피탈도 자산 5조원 규모로 작년 연간 영업수익 4309억원, 영업이익 1081억원, 순이익 854억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메리츠종금증권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메리츠만의 기업문화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메리츠금융에는 일반적인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고 문화'도 거의 없다. 구성원들이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형식이나 보고체계를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또 인사 및 보상체계도 임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입사원 채용을 없애고 경력직 위주의 '선수'들 위주로 채용방식을 바꿨다. 또 관리부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기본급을 낮추고 대신 인센티브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영업직원들은 실적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외국계 금융사에서 근무했던 메리츠 관계자는 "사람을 한번 뽑으면 잘 터치하지 않고, 일할 사람은 스스로 한다고 본다"며 "임직원들도 성과가 안좋으면 나갈 각오를 하고 일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금융사보다 더 외국계 같은 곳이 메리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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