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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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IB DNA' 보험사에 이식한 김용범 부회장②2015년 '소방수' 등판…'만년 5위' 메리츠화재, 업계 지각변동 '주역'

김진현 기자공개 2019-09-23 13:00:00

[편집자주]

2011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메리츠금융.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자산규모가 40조원 넘게 불어났다.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비효율에 대한 경계였다. 거침없는 구조조정에 이어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접목해 메리츠만의 '성과주의 DNA'를 탄생시켰다. 그 변화를 주도해온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6일 07: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억원 이하 딜(deal)은 보지도 말라"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부회장)가 딜을 심사할 때 하는 말이다. 규모가 큰 딜은 따져야할 게 많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떡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큰 규모 딜 경험이 쌓일수록 평판이 좋아져 우량한 투자 물건이 들어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년 5위 메리츠'가 업계 선두를 넘보는 존재로 부상한 비결이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을 본궤도에 올려 놓은 김용범 부회장의 DNA가 메리츠화재에도 심어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투자은행(IB) 경력이 풍부한 김 부회장은 2015년 메리츠화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스스로 뿐 아니라 투자은행(IB) 출신 증권맨을 요직에 앉히고 운용자산이익율을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운용자산이익이 늘면 지급여력비율(RBC)이 증가해 보험 상품을 만들 때 타사 대비 보장성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몸집 줄이고 보상 늘리고…조직별 성과평가 '아메바 경영'

수정됨_메리츠금융지주 및 메리츠화재 김용범 대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김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실용주의'와 '성과주의'는 메리츠화재를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취임 첫해 '변화와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 문화를 정착시켰다. 대면 결재 대신 전자 결재를 도입하고 결재 라인을 단순화했다. 회의 시간도 대폭 줄여 '30분 회의'를 도입하는 등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나갔다. 그는 결재나 보고를 문자나 메일로 받기도 하는 등 격식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메리츠화재 역시 메리츠증권과 마찬가지로 영업비용 감소를 위해 점포를 줄이는 조치를 단행했다. 2016년 전국 221개 점포를 102개로 통폐합하고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당시 600여명에 가까운 인력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 방문 고객이 줄어드는 흐름에 발맞춘 대응 전략이다. 대신 독립법인대리점(GA)을 활용하는 영업방식을 확대했다.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인 메리츠화재는 업계 최고 수준의 시책비(GA 등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를 책정하며 GA 영업을 활성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영업조직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직급에 따라 보상을 받는 '계단식 성과체계'를 무너뜨렸다. 대신 조직의 성과가 곧 나의 성과가 될 수 있도록 부서별 성과 체계를 도입했다.

그가 경영 철학으로 주창하는 '아메바 경영'도 주목된다. 아메바 경영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이 쓴 저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분열하는 단세포생물 아메바처럼 조직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조직별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조직은 10명 내외로 꾸려지며 직접 목표를 정하고 업무를 진행한다. 모든 사람이 경영에 참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에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을 접목시켰다. 조직의 성과가 뛰어나면 조직에 성과를 배급해 직급이 낮더라도 타 부서의 고위 직급보다도 높은 성과를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성과를 끌어올리고 비용을 절감시키는 특유의 경영방식이 자리잡은 덕에 메리츠화재는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말 17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2016년에는 2578억원을 순이익으로 거둬들였다. 2017년에도 3846억원을 벌었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4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려 매년 50%이상 순이익 증가를 이뤄냈다.

선택과 집중도 있었다. 김 부회장은 자동차 보험 비중을 줄였다. 지난해말 기준 보험 매출 구성 가운데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11.1%다. 이는 2014년 13.4%보다 2.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메리츠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장기보험과 달리 지급 빈도가 잦은 자동차보험은 손보사 매출 하락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대신 장기 인보험에 집중하며 외형을 확장해나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손보사 매출액 1위사인 삼성화재와 인보험 판매 1·2위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다. 메리츠화재의 인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말 기준 1226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19.1%를 차지했다. 이는 업계 1위 삼성화재의 1348억원(21%)과 112억원 차이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시장 점유율 15%가량으로 인보험 시장에서 4위에 머물렀던 메리츠화재가 단숨에 2위 사업자로 등극하며 앞선 손보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 메리츠증권과 '닮은꼴' 성장…IB 출신 요직 배치

김 부회장은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성공했던 경험을 다시 한번 메리츠화재에서 재현하고 있다. 그는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 및 대표이사로 합류한 이후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이듬해 합류한 최희문 대표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을 주요 수익원으로 만들어내면서 성장시킨 경험을 벤치마크로 삼았다.

메리츠화재는 메리츠종금증권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보험 판매로 보험영업이익률이 줄어드는 만큼 운용자산이익률을 올려 이를 상쇄하겠다는 복안이다.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13년말까지만 하더라도 3%대에 머물렀다. 김용범 대표 취임 이후 매년 4~5%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평균인 3%대보다 높다.

운용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PF 비중이 늘어났다. 지난해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부동산PF대출 금액은 2조3000억원규모다. 그가 취임한 2015년 메리츠화재의 PF 대출 잔고는 8500억원에 불과했다. 부동산 PF 대출을 포함해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4년 10조9878억원에서 18조1759억원으로 7조1881억원(65.4%) 급증했다.

운용자산만 늘린 건 아니다. 운용자산중에서도 안전자산 비중도 함께 늘릴 것을 주문했다. 현금, 국공채, 보험약관 대출 등 이른바 안전자산 투자비중을 40.5%까지 끌어올렸다. 취임 이전 안전자산비중은 32.2%였다. 2조5964억원이던 국공채 투자 비중은 지난해말 6조277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부동산 PF 투자 등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안정성도 강화했다. 이는 IB 커리어에서 터득한 리스크관리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투자은행(IB) 출신 영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를 지냈던 최석윤 사장을 영입했다. 그는 대우증권 등을 거치며 IB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에도 ING증권 금융시장부문장 출신인 임성환 씨를 일반보험팀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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