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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우리자산운용]"투자든 경영이든, 긴 호흡으로 책임져야"⑤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일관된 방향성과 기반마련이 임무"

김수정 기자공개 2019-09-10 13:57:38

[편집자주]

'채권 명가' 옛 동양자산운용이 우리금융지주의 가족으로서 새출발했다. 동양오리온투자신탁에서 분리돼 자산운용사로 독립한지 19년만에 5대 금융지주의 일원이 되면서 변환점을 맞이했다.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라는 우리금융지주의 중장기 청사진을 공유하게 된 우리자산운용이 어떤 변화를 추구할지 업계 관심이 비상하다. 우리자산운용의 현주소와 과제, 비전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08: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Can Finance Save the World?). 세계은행그룹(World Bank Group)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버트랑 바드레(Bertrand Badre)가 썼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가 겪은 금융의 해악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처방을 제시한다. '선심과 창의력에 의해 똑똑하게 활용될 때, 금융은 큰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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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사진)가 자신의 투자 철학을 대변할 때 가장 먼저 꼽은 책이다. 최 대표가 추구하는 철학은 책임투자다. 최 대표에게 책임이란 비단 투자에 있어서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 있어서도 가장 우선시 되는 가치관이다. 최 대표는 9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내 성과를 보겠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조직은 단기성과주의 대신 장기적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추구해야 하며 그 기반을 마련하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공식 취임했다. 최 대표가 과거 몸 담았던 회사에 대표 직함을 달고 컴백한 건 벌써 두 번째다. 우리자산운용은 최 대표가 첫 이직 대상으로 택한 회사다. 최 대표는 1989년 '삼투신' 중 하나였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했다. 1999년 동양자산운용 주식운용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3년 간 근무했다.

이후 제일투자신탁운용(현 하이자산운용), 국민은행 등을 거쳐 2014년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으로 취임했고 2017년 하이자산운용 대표로 선임됐다. 최 대표는 "처음 하이자산운용에 돌아갔을 때도 놀라웠는데 두 번이나 과거 다녔던 회사에 대표로 오게 돼 감회가 남다르고 한편으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취임 이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 교육이다. 엄격한 컴플라이언스뿐 아니라 자산운용업에 대한 윤리, 나아가 금융인으로서의 윤리에 대해 그의 생각을 피력했다. 최 대표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펀드매니저로서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가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윤리를 강조하는 건 그의 책임투자 지론과 무관치 않다. 최 대표는 그간 꾸준히 책임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이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한 2017년 국내 운용업계 최초로 책임투자 리서치팀을 만들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사회책임투자(SRI) 액티브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국내 운용사로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이어 두 번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사례다. 이듬해엔 유엔(UN) 책임투자원칙(PRI)에 서명도 했다.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으로서 약 7조원대 자금을 운용하며 책임투자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소속이 바뀌었지만 책임투자라는 최 대표의 지향점은 변치 않았다. 그는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과정에 책임투자 상품도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존 배당주 펀드를 ESG 성격이 가미된 배당주 펀드로 리뉴얼하는 작업도 구상하고 있다. 최 대표는 "무리한 요구, 관여를 하는 게 아니라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투자하는 것이 책임투자"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우리자산운용의 목표로 삼은 사업모델은 '솔루션 제공자'다. 이를 위해 이미 강점이 있는 채권형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 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상품군을 늘릴 계획이다. 동시에 다양한 자산을 결합해 투자 포트폴리오 설계를 할 수 있는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최 대표는 "지금 대세는 멀티에셋 포트폴리오"라며 "이걸 제공하는 솔루션 제공자로 진입하려면 상품이 다양해지고 조직도 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자산운용은 가장 대표적인 솔루션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타깃 시점에 따라 원화자산이나 통화 운용 비중을 조절하는 등 전략으로 진정한 한국형 TDF를 구현해볼 계획이다. 최 대표는 "후발주자로서 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TDF를 만들고자 한다"며 "특히 통화에 대한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산배분 역량 강화를 위해 솔루션팀을 신설하고 이 팀을 중심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 진출을 준비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OCIO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자체적인 자산배분 역량을 강화해 길게는 OCIO 시장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해외 우수 펀드를 발굴해 재간접형으로 내놓거나 채권운용본부를 FICC(채권·외환·상품)본부로 개편하는 등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 국내외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면 우수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해야 한다고 본다. 그 예로 든 것이 블랙록과 레그메이슨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최 대표는 "자산운용사가 성장 모델을 처음부터 다 갖추고 있을 순 없으니 시장에서 잘 하는 기업들을 인수해야 한다"며 "해외사업도 직접 나가서 뭘 하려고 하기보단 현지 좋은 회사를 인수해서 자회사로 두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을 인수하되 합병을 지양하는 이유는 기업마다 각각의 DNA가 있기 때문이다. 한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고유의 DNA가 변치 않고 유지돼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잘 하는 기업들의 DNA를 한 회사에 둘 순 없다"며 "대체투자 운용사나 헤지펀드 운용사가 종합운용사의 룰에 따라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 대표의 목표는 우리자산운용에 확고한 DNA가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동양그룹 해체 이후 보고펀드, 안방보험 등 대주주를 거치는 동안 우리자산운용은 단기성과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회사가 커지는데 주주자본주의는 단기 성과만 요구하면서 성장 기반 만들기에 소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바뀌어도 조직은 바뀌면 안 된다"며 "회사가 크려면 장기적으로 방향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역할은 임기 중 성과를 못 볼지라도 장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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