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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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NRDO의 재발견]개발속도 절반으로…베링거 잭팟의 비결②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열린이사회와 소통으로 빠른 의사결정 및 연구개발

조영갑 기자공개 2019-09-18 08:32:01

[편집자주]

개발전문 바이오 벤처인 NRDO가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융성하던 NRDO의 생태계가 국내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신약 개발에만 올인하던 바이오 산업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뜨고 있는 한국 NRDO 업체를 조망해 한국 바이오 산업의 지형도를 그려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0일 07: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9월 설립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는 설립 4년 만에 '신화'를 썼다. 지난 7월 특발성폐섬유증(IPF) 치료후보물질인 오토택신(Autotaxin) 저해제 BTT-877을 레고켐바이오로부터 200억원에 들여와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했다. 총 1조4600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BTT-877가 적응증으로 타깃팅하는 특발성폐섬유증은 폐포에 만성염증 세포들이 침투하면서 폐가 섬유화돼 사망하는 희귀질환이다. 50대 이후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5년 후 생존율이 약 20~30% 수준이다. 2014년 로슈의 ‘에스브리에트'와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가 출시됐지만, 오토택신과는 다른 타이로신 카이네이즈 저해제(TKI) 계열이다.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닌 걸로 알려져 있다.

브릿지가 오토택신 저해제에 베팅한 것은 ‘치료제'가 없는 적응증이라는 데에 집중한 결과다. 이른바 미충족수요(unmet needs)가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오페브가 연 1조2700억의 매출액(2017년 기준)을 올리고 있었지만, 시장이 훨씬 커질 것으로 확신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팜의 움직임을 2012~2013년부터 주시했다고 밝혔다. 베팅은 주효했다.

벨기에 제약사 갈라파고스가 약 5년 앞서 오토택신 저해제 ‘GLPG1690'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전임상에서 우수한 섬유화 억제 효과를 확인한 브릿지는 임상1상 후 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갈라파고스가 임상2b를 생략하고 바로 3상에 진입한 게 컸다. 이를 두고 이정규 대표는 "만약 1년 만 더 늦었어도 기술이전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의 성공 비결은 스피드다. NRDO의 미덕은 ‘스피드'다. 아무리 기전이 우수한 후보물질을 확보했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뒤쳐지면 성과를 낼 수 없다. 브릿지는 오토택신 저해제 개발경쟁에서 5년의 갭을 2~3년으로 단축시켰다. NRDO업계에 주는 가장 큰 메시지다.

◇ 미국선 1년 반 걸리는 IND 승인과정 8개월 만에 2개 해치우기도

브릿지는 이른바 '토털사커(total soccer)식 모델'을 제시했다. 토털사커는 ‘전원공격, 전원수비'다. 전문 포지션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공격수가 수비를 보고, 수비수가 공격을 하기도 한다.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임상개발 등 순차적으로 프로젝트를 넘겨받는 형식이 아니라 역할 구획을 없애 모두가 한 목표에 집중했다.

브릿지바이오의 핵심 인력은 이정규 대표를 비롯해 강상욱 부사장(개발), 이광희 부사장(연구), 이용희 부사장(개발) 등이다. 이정규 대표는 해외투자유치, 사업개발을 주도하는 BD 전문가이며, 강 부사장의 경우 CMC(화학제조 및 품질관리) 분야, 이광희 부사장은 미국, 중국 CRO 등을 중개하는 중개연구 전문가다. 박택상 상무는 IPO 전문가다.

브릿지바이오핵심인력
좌측 위부터 오른쪽으로 이정규 대표, 강상욱 부사장, 이광희 부사장, 박택상 상무, 이 구 펠리노연구소장, 이용희 부사장.

이 중 눈에 띄는 인물이 이용희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LG화학 퇴사 이후 미국 Ligand 등 바이오텍에서 20여 년간 약물동태, 독성 등을 관할한 개발전문가다. Ligand의 경우 매우 드물게 약물 독성연구와 약리연구(DMPK)를 합쳐서 후보물질발굴, 개발, 전임상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업체다. BTT-877과 401(궤양성대장염) 파이프라인 2건이 8개월 만에 IND(임상시험계획) 승인받는 데 역할을 했다. 미국 바이오텍도 보통 1년 이상 걸리는 과정이다.

이 대표는 "전임상 담당을 하던 매니저가 임상 담당자와 향후 임상 디자인을 최적화시키기도 하고, 제형 연구도 논의하는 식으로 연구와 개발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한다"면서 "시니어급 구성원에게는 인당 4억원까지 대표 결재 없이 집행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한다"고 밝혔다. 실제 브릿지의 의사결정 구조는 빠르기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 대표 결재 없이 4억원 집행권한, 막내직원도 대표 의견에 댓글

'열린 이사회'도 눈에 띈다. 투자자를 이사회에 포함시켜 개발의 방향을 함께 논의한다. 이 대표를 포함한 브릿지 내부 임원 4인과 시리즈A에 투자한 LB인베스트먼트(구중회 전무), SV인베스트먼트(이종훈 선임심사역), KTB네트워크(천지웅 팀장), 김성욱 한올바이오파마 부회장(사외이사), 크리스 김 NovatioVentures 디렉터(사외이사) 등 11명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기관투자자 측은 매달 간담회를 따로 한다. 이 대표는 "소통이 쌓여 있지 않으면 이해가 충돌할 경우 설득하는 게 매우 힘들어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사회 멤버 중 기술이전 과정에서 크리스 김 디렉터의 역할이 두드려졌다. 미국 벤처를 운영하면서 폭넓은 파트너링을 구축하고 있는 크리스 김은 2009년부터 이 대표와 연을 이어오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이 대표를 외곽 지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BTT-877의 성공을 이어 갈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술이전 모델을 포함해 자체개발의 가능성까지 열어 두었다. NRDO에서 제약사 모델로 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펠리노연구소'를 조직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LG화학 연구개발디렉터 출신 이구 박사가 연구소를 이끈다.

현재 펠리노-1 저해제 BTT-401의 개발과정이 가장 앞서 있다. 궤양성 대장염이 적응증인 401은 세계 최초(first-in-class)의 펠리노-1 저해제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임상 2상 진행 중이다. 이정규 대표는 "우리가 언제까지 NRDO로만 머물러 있으라는 법은 없다"면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401을 포함해 자체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펠리노연구소장인 이구 박사(신약개발총괄)는 "임상 2상을 개발 중인 401의 경우 경구투여 시 전신흡수가 되지 않고 대장의 표면에서만 작용하는 물질인데, 향후 개발하려고 하는 것은 경구 흡수가 되는 펠리노 저해제를 발굴하는 것"이라면서 "나아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는 물질을 찾아 다양한 적응증으로 신약개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릿지파이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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