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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한국에선 뒷전인 바이오 '제조' 현장

서은내 기자공개 2019-09-16 08:09:56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1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 개발의 '꽃'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단연 R&D가 꼽힌다. 새로운 물질을 탐구하고 효능을 입증하는 것은 신약의 가치를 이루는 핵심이다. 그런데 꽃에만 집중하다보면 놓치는 게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보통 연구과제의 임상 1상이나 2상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한다. 상업화를 다루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뒷단에 있는 약 '제조' 파트는 소홀해진다.

의약품의 제조, 품질관리, 데이터, 허가규정 전반을 'CMC'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고순도의 약물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과정이다. 쉽지 않은 영역이고 전문 인력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는 없다. 제조가 담보되지 않는 약을 개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최근 CMC 컨설턴트나 위탁개발생산(CMO)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제조에 대해 백지인 상태로 찾아오는 벤처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매번 임상에 진입할 때마다 CMC 데이터는 필수다. CMC의 중요성을 모르고 아웃소싱에 의존하려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바이오의약품의 제조공정은 집집마다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는 것과 비슷하다. 규칙이 있다. 항상 똑같은 맛과 질의 라면을 끓여내야 한다. 같은 주방기구, 레시피, 재료를 갖춰도 불 온도, 요리 시간, 만드는 사람 등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환자에게 처방할 약, 그것도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바이오 공정 개발은 그만큼 더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다.

연구과제가 임상 3상 등 상업화에 직면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탄탄한 CMC 데이터, 생산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신약 가능성이 확인됐어도 많은 이들이 쓸 약으로 만들 수 없다면 헛수고다. 도입할 기술을 찾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CMC 데이터를 임상 데이터만큼 눈여겨 본다. FDA도 마찬가지다.

제조나 품질 결함 이슈로 상업화가 지연되면 개발 당사자들은 물론 투자자들까지 수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업계도 몸소 경험했다. 임상개발 단계의 약물 속 세포성분이 달라져버린 코오롱 '인보사'의 케이스다.

수많은 벤처들이 환자를 치유할 약을 만들 꿈을 향해 뛰어들고 있다. 1차 목적이 기술이전이라 해도 진짜 신약 탄생을 꿈꾼다면 개발 초기부터 약 제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투자 옥석 가리기의 관점에서 볼때에도 CMC의 준비성 여부가 괜찮은 판별요소가 될 수 있겠다. 눈여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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