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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NRDO의 재발견]화학연에서 스핀오프…한국의 버텍스 꿈꾼다④바이오네틱스, 자체신약 개발로 전문 제약사로 발전 구상

조영갑 기자공개 2019-09-20 08:16:40

[편집자주]

개발전문 바이오 벤처인 NRDO가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융성하던 NRDO의 생태계가 국내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신약 개발에만 올인하던 바이오 산업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뜨고 있는 한국 NRDO 업체를 조망해 한국 바이오 산업의 지형도를 그려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6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RDO 업체인 바이오네틱스는 '버추얼 바이오텍(virtual biotech)'을 표방한다. 단순히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체 연구개발까지 하겠다는 의지다. Small Molecule Drug(저분자의약품) 개발을 토대로 자체신약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VIPCO(가상개발전문회사)에서 FIPCO(전문제약사)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하 화학연)에서 BD를 담당한 정두영 대표가 2017년 2월 창업했다. 정 대표는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을 모델로 창업을 준비했다.

버텍스파마슈티컬은 1989년 NRDO 모델로 설립됐다가 라이선스 아웃과 자체신약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2019년 기준 25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대형 제약사로 성장했다. 낭성섬유증(Cystic Fibrosis)치료제 오캄비, 심데코, 칼리데코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18년 기준 30억4000만 달러(3조631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바이오 산업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NRDO도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공기관 연구소에서 시작한 바이오 벤처가 새로운 형태의 NRDO를 만들어가는 것도 또 다른 패턴이 될 수 있다.

◇ 화학연 출신 CEO, 30년 동화맨 CTO, 네트워킹 COO 의기투합

바이오네틱스는 화학연에서 스핀오프한 바이오텍이다. 화학연은 1976년 설립된 과기부 산하 R&D 기관이다. 중공업 분야에서부터 ICT, BT영역까지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이전하는 역할을 한다. 정 대표는 KAIST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하고, 특허청에서 특허심사관을 거쳐 화학연에서 BD를 담당한 특허, 사업개발 전문가다. 화학연을 나와 동화약품 연구소장 출신 이진수 박사(CTO), 글로벌 소재기업 헤라우스 출신 조현용 박사(COO)와 함께 2017년 바이오네틱스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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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두영 대표, 이진수 CTO, 조현용 COO, 박승현 CFO.

CTO 이진수 박사는 서강대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하고, 동화약품에서만 30여 년을 근무했다. 이 박사는 2007년 동화약품이 골다공증 치료제(DW-1350)를 P&G 측에 기술이전한 이력이 있다. 당시 총 계약규모는 5억11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듬해 4월 일본 Teijin 제약에도 97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 됐다.

운영책임자(COO)인 조현용 박사는 KAIST에서 생명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제일모직 수석연구원을 거쳐 독일 글로벌 소재기업인 헤라우스 머티리얼즈 코리아(Heraeus Materials)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업무를 담당한 '오퍼레이션' 전문가다. 바이오네틱스가 구축하고 있는 해외 네트워킹 오퍼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KDB대우증권, IBK투자증권 등에서 약 10년 간 애널리스트로 일한 박승현 상무가 지난해 CFO로 영입돼 108억원 규모의 시리즈B를 펀딩했다.

바이오네틱스는 미충족수요(unmet needs)가 큰 틈새시장을 찾아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은 2가지다. 혈액암(MDS/AML)을 타깃팅하는 표적항암제(NTX-301)과 정상안압/폐쇄각 녹내장 치료제(NTX-101)이다. 화학연구소에서 기술이전했다. 이 외에도 대장암(CRC) 표적항암제(NTX-302), 폐암(NSCLS) 및 기타 고형암 표적항암제(NTX-303) 등도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파이프라인은 녹내장 치료제인 NTX-101이다. 6월 전임상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임상 1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주로 동아시아 노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정상안압, 폐쇄각 위주의 녹내장을 1차 타깃 시장으로 설정하고 있다. 혈중에 코르티졸(cortisol) 농도가 높아지면 안압이 상승하고 허혈성 안구손상이 심화되는데, NTX-101을 투여하면 코르티졸의 농도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를 저해해 농도가 정상화되는 원리다. 한국에 60만명, 일본에 432만명을 비롯해 전 세계 치료제 시장 규모가 8조원 수준이다. 원숭이 모델 효능실험에서 녹내장 진행 정도의 지표인 LCD수치가 비교 약물에 비해 빠른 속도로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11월 1상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혈액암치료제 NTX-301은 바이오네틱스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best-in-class(계열내최고)신약이다. 타깃팅 적응증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과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인데, 주로 65세 이상 고령에서 잘 발병하며 5년 생존율이 15% 이하인 난치병이다. 현재 오츠카의 데시타빈(decitabine)과 셀진의 비닷자(vidaza)가 관련 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개량의 요구가 많은 분야다. 2018년 기준 MDS/AML 치료제 시장은 23억 달러(2조7500억원)규모로 분석된다.

MDS/AML 혈액암 환자는 CEBP/ε 단백질 발현이 차단돼 미성숙 혈구 세포가 증식되는 특징이 있다. 이 미성숙 세포의 증식이 가속화되면 혈액암으로 발전하는데, NTX-301이 이 과정에서 저해제(DNMT저해제)로 작용해 미성숙 세포의 성숙을 유도하고, 항암효과도 내는 방식이다. 경쟁약물인 데시타빈의 내성이 발견된 모델에서 암세포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정 대표는 "경쟁약물이 투여 반년 이후 재발(relapse)가능성이 높고, 주사 직후 융해가 빠르다는 단점이 있는데 301의 경우 경구투여제이며, 저해 효과가 높다는 게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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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네틱스는 301과 101의 전임상을 완료하고, 11월 1상 IND를 제출한다.

◇ 빅데이터, 생물정보학으로 ‘될 성 부른 떡잎' 가려낸다

바이오네틱스는 선도 파이프라인 2종의 임상을 빠르게 고도화해 1상 이후, 2상 단계 POC(개념증명시험)를 마치고 라이선스 아웃 한다는 구상이다. NTX-101과 301은 현재 전임상을 완료하고, 11월 임상 1상을 위한 IND를 제출한다. 혈액암치료제 301은 미국 임상, 녹내장치료제 101은 한국 임상으로 방향을 잡았다.

창업 2년 만에 150억원의 펀딩과 전임상을 마무리한 바이오네틱스의 개발 전략 키워드는 ‘Bio-informatics & Big Data'로 꼽을 수 있다.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초기물질부터 가치를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 기반 생물정보학을 운용해 후보물질의 유망성을 걸러낸다. 정 대표는 "후보로 들어온 물질들을 바이오인포매틱스 플랫폼으로 평가하고 최적화해 초기 단계에서 바이오마커를 동반한 신약후보물질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될 성 부른 물질의 체내지표까지 확보해 둔 상황에서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후보물질의 경우 10%대의 개발 성공률을 보이지만, 바이오마커 동반의 경우 30~50% 선까지 상승한다.

바이오네틱스가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킹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영국의 IDACO, 프랑스 BDC가 후보기술을 탐색하고 평가해 후보물질 프로그램을 바이오네틱스에 1년에 한 번씩 제공하고, 세계적 정보 분석회사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를 통해 빅데이터 러닝머신으로 유망성을 확인한다. 초기부터 BD 컨설팅을 해준 미국 제넨텍 BD, 라이선싱 매니저 출신 파리드 부이지디(Farid Bouzidi)박사는 회사의 비상무이사로 앞으로 개발전략을 함께 짠다.

정두영 대표는 "우리는 성공률이 높고 환자에게도 경제적인 Small molecule(저분자화합신약) 개발을 통해 개발의 노력이 적은 분야에서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하려고 한다"면서 "NRDO 혹은 버추얼텍으로서 기술수출 모델로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초기 개발에서부터 자체개발 및 시판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영속적인 캐시플로우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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