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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의 승부수 '펀드 직접판매' 성공 가능성은 "판매 겸업 비효율적" vs "디지털금융·투자자 세대변화 감안, 중장기 필요성 공감"

김수정 기자공개 2019-09-18 13:12:0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7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펀드를 직접 판매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업계는 운용사의 펀드 직판 성공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점이나 모바일 앱, 판매 전문인력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비효율적인 투자라는 게 대체적인 운용사들의 생각이다.

다만 디지털 금융 활성화와 금융소비자 세대 교체 흐름 등을 감안하면 운용사들이 장기적으로 판매채널 다각화 차원에서 온라인·모바일 펀드 직판에 뛰어들 유인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펀드 직판에 나섰던 운용사들이 기대보다는 괜찮은 성과를 보고 있는 점도 국내 직판 확산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장 1위 삼성운용 동참...직판 효용 '글쎄'

전체 관리자산(AUM) 243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펀드 직판에 가담하기로 하면서 시장에선 펀드 판매 생태계가 본격적인 변화 국면을 맞을지 주목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을 포함, 국내에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사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자산운용사는 세 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운용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운용사가 운용과 판매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미 효율적인 판매 프로세스가 자리잡은 상황에 자체 판매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건 불필요한 투자라는 게 주된 이유다. 이런 입장은 판매망이 탄탄한 대형 운용사나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운용사 모두에서 나타난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판매까지 하려면 아무리 온라인, 모바일 위주로 한다고 해도 최소 지점 하나 수준의 인력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기존에 관리해온 판매망을 두고 판매 업무까지 혼용한다는 게 어떻게 봐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직판 여력과 의지가 있는 운용사라도 은행이 펀드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 쉽사리 직판에 손을 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000년대 중반 국내 리테일 펀드시장이 급격히 팽창한 건 은행들 공이다. 당시 은행들은 운용사와 합심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쳐 가며 예적금 고객들을 펀드로 유인했다. 이 과정에 은행들은 펀드시장 내 절대적인 입지를 굳혔다. 운용사들이 은행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은행이 예적금으로 유치했던 막대한 자금을 펀드로 이동시킬 수 있었던 건 판매채널에 판매보수 등 메리트가 주어졌기 때문"이라며 "은행들이 차지한 펀드시장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는 한 운용사가 판매사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직판에 손을 뻗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판매옵션 다각화 차원 '긍정적'...밀레니얼 세대 선점 효과 기대

회의론이 지배적이지만 한편으론 운용사들이 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 직판을 검토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운용사들도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별 차별화가 어려워질수록 전통적인 판매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판매옵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비대면 금융상품 투자·판매가 확산할수록 운용사의 펀드 직판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크다. 디지털 금융이 뿌리내리면 운용사는 최초 구축과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드는 오프라인 판매 인프라를 굳이 두지 않고 온라인·모바일 채널만으로 직판을 할 수 있다. 판매업무에 대한 진입장벽이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전통 판매사 외 자체적인 디지털 판매채널을 갖는 건 장래 영업의 기반이 될 20~30대 고객을 선점하는 데 있어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로서도 다양한 판매 옵션을 갖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장래의 핵심 고객인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를 선점하는데 있어서도 자체 비대면 판매채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이 직판을 시작한 운용사들이 더디지만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국내 운용사들의 펀드 직판 합류를 독려할 만하다. 2008년 회사 설립과 함께 직판을 시작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국내 1호 직판 운용사로 매년 전체 수익의 10% 가량을 펀드 판매로 벌고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작년 한 해 받은 집합투자증권취급수수료(펀드 판매수수료+판매보수)는 12억8979만원으로 전체 영업수익 119억5268만원의 10.8%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수익 60억8138만원 중 9.5%인 5억7961만원이 집합투자증권취급수수료였다.

직판 2년차에 접어든 메리츠자산운용 역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직판 채널로 유입하는 가입자가 의미 있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집합투자증권취급수수료 수익은 1686만원으로 전체 영업수익 74억9679만원의 0.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522만원)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났다. 소액 가입자가 대부분이지만 매일 직판채널에서 신규 계좌가 30여개씩 꾸준히 개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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