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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크레딧 1세대' 유승화, 디폴트 제로 '바통' 이어받다⑨채권명가 동양증권 출신…채권·기업 재무분석 주특기, 리스크 관리 접목

정유현 기자공개 2019-09-23 13:07:00

[편집자주]

2011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메리츠금융.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자산규모가 40조원 넘게 불어났다.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비효율에 대한 경계였다. 거침없는 구조조정에 이어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접목해 메리츠만의 '성과주의 DNA'를 탄생시켰다. 그 변화를 주도해온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9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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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금융의 전통적인 강자로 꼽힌다. 2010년 메리츠종합 금융과 합병한 이후 단 한 건의 디폴트가 없었다는 점이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메리츠종금이 부동산 금융에서 실패 없는 질주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로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꼽힌다. 부동산, 채권, 파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리스크관리본부에서는 프런트(영업)에서 들고오는 딜을 깐깐하게 심사하고 심의를 내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투자가 주력 사업인 만큼 심사역과 프런트와의 신경전도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더 많은 딜을 수주하려는 프런트가 '창'이라면 리스크 관리 본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패'인 셈이다. 메리츠종금이 부동산 투자 불패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도 리스크 관리 본부가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덕분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비브라늄 방패처럼 방어력이 뛰어난 리스크 관리 본부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올해 취임한 유승화 본부장(사진)이다.

◇'채권 명가' 동양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 출신…올초 메리츠종금 CRO로 합류

"주식을 담당하고 싶나, 채권 담당하고 싶나"

유 본부장이 동원경제연구소에 입사한 후 담당 분야를 정할 때 받은 질문이다. 두 가지 선택지 중 주식이 싫다는 이유로 채권을 선택했다. 채권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지만 이 분야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채권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유 본부장은 동원경제연구소 폐쇄 등과 맞물리며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으로 거처를 옮겨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맞게 전문성을 확장하며 다양한 곳에서 도전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채권 명가'로 불렸던 동양증권은 채권부에 현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채권 팀장을 맡고 있었다. 유 본부장은 임원 회의에서 특정 기업의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인수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신용도 분석을 담당했다.

기업의 신용도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연구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동양증권은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채권판매에서 업계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과장급의 책임 연구원임에도 불구하고 유 본부장의 의견은 영향력이 상당했다. 유 본 부장이 '부도 위험이 있다'는 이견을 내놓으면 투자 의견이 백지화될 정도였다. 리스크 관리 본부의 역할을 이 때부터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유 본부장의 특기는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급 기업의 재무 분석 담당이었다. BBB급 회사채는 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큰 상품으로 더 꼼꼼하게 분석을 해야한다. 현재 등급은 낮지만 신용도 상승이 예상되는 기업들을 발굴해내는 데도 집중했다. 김병철 대표가 채권부 리더로서 투자를 지휘했다면 유 본부장은 핵심 참모진 중 한명으로서 이를 뒷받침했다. 2003년 LG카드 채권으로 고객들에게 연 8%대의 고수익을 안겨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BBB급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업계에서도 유명했다. 이 즈음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채권 판매가 확대되다보니 자연스럽게 IB사업도 커졌고 유 본부장도 IB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유 본부장은 IB본부에서 국가 신용 등급 받을 때 골드만삭스가 어드바이스를 해주듯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신용 등급을 받을 때 재무 분석을 통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게 해주는 '레이팅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업무를 담당했다. 대한전선, 아주캐피탈, 이랜드 그룹 등에 서비스를 진행하며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011년 동양그룹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알짜배기 화력발전사업이었던 동양파워로 소속을 옮겼지만 동양그룹이 회사를 매각하며 회사를 나왔다.

이후 NH투자증권을 거쳐 흥국자산운용에 본부장으로 합류했다. 흥국자산운용이 태양광발전, 항공기 등 대체 투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듯이 유 본부장은 또 한번 다른 물줄기를 만나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새로운 직함에 도전한다. 바로 메리츠종금 리스크관리본부장이다.

흥국자산운용에서 본부장을 지내다가 메리츠종금에 합류하게 된 건 길기모 전 리스크 관리 본부장의 이직이 계기가 됐다. 길 전 본부장이 유 본부장에게 CRO 자리를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메리츠 내부에서도 유 본부장에 대한 추천이 있었다. 유 본부장은 최희문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 후 3주 만에 인사 발령이 났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인사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준비된 적임자였던 유 본부장은 올해 1월 2일 자로 메리츠종금 리스크 관리 본부장으로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 매주 두 차례 심사위원회…기업 신용 분석 주특기 발휘

유 본부장은 첫 출근 후 적응할 겨를도 없이 딜을 검토하기 위한 심사위원회의에 투입됐다. 메리츠종금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정기적으로 심사위원회를 열어 수십 건의 딜을 검토한다. 통계적으로 매주 10여 건의 딜이 올라온다면 3개 정도가 성사되고 나머지 7건은 논의 과정에서 드롭된다. 나머지 3개 조차도 처음과는 다른 형태의 구조로 바뀐다. 100여건 이상의 딜을 검토해야 1개의 딜을 성사시킬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업무는 처음이었다. 공백 없이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애널리스트로 근무할 당시 다뤘던 업무였기 때문이다. 기업 재무 및 채권 등의 신용도 분석이 특기였던 유 본부장은 날카로운 시각으로 CRO로서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는 뼈를 깎는 진통이 있다.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다. 크레딧 애널로 시작해 리스크 관리 본부장으로서 변신에 성공한 유 본부장의 비결이다.

최희문 부회장도 리스크 관리 본부 심사위원회의에 참석한다. 논의 말미에 "불편한가요"라는 질문을 IC(인베스트먼트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묻고 단 한명이라도 '불편함'을 느끼는 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디벨롭 과정을 거친다. 선행·후행 조건을 수정하는 등 불편함을 해소해 상대방에게 딜을 제안하고 수락할 경우 진행되지만 못 받아들이면 딜이 끝난다. 리스크관리본부의 이 같은 프로세스가 굳건히 자리 잡혔기 때문에 유 본부장의 친화력과 업무력이 더해져 일관성있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답이 쉽게 풀리지 않는 딜이 있을 경우 머리도 식힐 겸 심사역들과 여의도 공원을 산책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여의도 공원 한 바퀴를 도보로 돌아보는데 40분가량이 소요되는데 편안한 대화가 오고 가도 보면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유 본부장 합류 후에도 리스크 관리 본부의 깐깐한 심사에 따라 몇 건의 딜이 진행되고 있다. 취임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메리츠종금 빠른 적응력을 바탕으로 조직에 융화되고 있다.

위험자산과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어나며 메리츠종금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시기다. 위험의 종류와 구조가 다르지만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유 본부장은 '남들보다 한 발 빨리 갔다가 한 발 빨리 나와야 한다'라는 철칙 아래 리스크를 관리하고자 한다. 한 발 빠르게 다른 섹터에 투자하고 빠져나와 수익성을 극대화 하고자한다. 유 본부장이 이끄는 리스크 관리 본부가 또 어떤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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