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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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출범 1년]'직급' 폐지, '인사·보상' 효율화…'노사문제' 안정화⑤승진 경쟁 없애고 '수평적 조직문화' 이식…노무 전문가 유임 '8년만에 무분규'

고설봉 기자공개 2019-10-08 09:01:29

[편집자주]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위기론이 커지고 있었다. 글로벌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가 장기화하며 상황은 계속 악화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사이에서 미래차 대응 전략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성장동력이 꺼지는 듯 보였다. 이대로라면 추락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매분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고, 기아차는 영업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풍랑을 만난 현대차그룹의 키를 쥐고 1년을 달려온 '정의선 체제'는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더벨은 지난 1년 현대차그룹이 겪은 변화를 되돌아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7일 15: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것 중 하나는 '노사분규'다. 끝없이 이어지는 파업과 생산차질로 연간 수 조원의 경제손실을 보는 것이 관례처럼 이어져왔다. 이러한 생산 단계에서의 '인적 자원'의 비효율성은 현대차그룹의 약점으로 평가됐다.

생산 단계에서의 비효율이 만연한 것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본사 관리·사무 부문에서의 비효율성도 높았다.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를 평가할 때 '군대식', '수직적'이란 표현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뒤 따라 '상명하복'이란 단어도 현대차구룹의 조직문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표현이었다.

자칫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관리·사무 부문과 생산 단계에서의 '인적 자원' 활용간 연결고리는 '비효율'이다. 원인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인적 자원'의 비효율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효과는 그대로 현대차그룹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가장 개선된 부분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러한 '인적 자원'의 효율화 시도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탈피하고,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노사문제에서도 8년만에 무분규 성과를 거두며 전 부문에서 '인적 자원' 효율화가 진행 중이다.

◇일하는 방식 변화…'직급제 폐지'로 불필요한 내부경쟁 없애

정 수석부회장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출퇴근 및 점심시간을 유연화했다. 또 복장 자율화,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그룹의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또 다른 방안은 직급제 개편이다. 개편 결과 '이사대우-이사-상무'로 이어지던 임원체계를 '상무'로 간소화 하고,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사원들의 직급제를 폐지했다. 이제 현대차그룹 직원들을 부를 때는 책임과 매니저 두 가지 호칭으로 불러야 한다.

직급계 개편의 이면에는 또 다른 효과가 숨어 있다. 바로 인사와 보상 체계의 효율성 강화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2~3년 전부터 불거진 가장 골치아픈 이슈는 '부장 승진'이었다. 기아차를 인수한 뒤 비대해진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초반 대규모 관리사무직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했다. 통상 1년에 한번꼴로 뽑던 신입사원을 6개월에 한번꼴로 뽑는 대규모 채용이 수년간 이어졌다. 기존의 '군대식 서열' 문화가 남았던 만큼 공채 기수별로 '6개월 선임과 후임'이 존재했다.

이렇게 뽑힌 사람들이 2~3년 전부터 부장 승진 대상자에 올랐다. 문제는 '부장'이라는 자리가 한정적이라는 점이었다. 대상자 모두를 부장으로 승진시켜줄 수도 없었다. 연말 승진 시즌이 되면 각 부서와 팀별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한정된 '부장' 자리를 놓고 어느 부서의 누가 승진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대차 직원 현황

부장 승진이 누락되거나, 다른 팀에서 후배가 부장으로 먼저 승진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조직 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지난해 말에는 각 팀별로, 혹은 삼삼오오 평일 내내 소주잔을 기울이는 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승진자를 축하하기 보다는, 승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침체된 술자리가 이어졌다.

현대차그룹 한 직원은 "승진자는 기쁨을 외부로 표현하지 못했다. 동기나, 선배들이 승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갈등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다. 조직 분위기가 많이 안좋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승진' 적체를 일소에 해소한 것이 '부장' 직급 폐지의 또 다른 효과다. 승진이라는 개념이 없어졌고, 수많은 승진 대상자도 사라졌다. 조직 내에서 미묘하게 벌어지던 '승진'에 대한 신경전도 사라졌다. 이에 따라 승진을 위해 불필요하게 경쟁하고, 스트레스를 받던 직원들이 다시 차분하게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직급제를 폐지하면서 보상체계는 더 정교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책임을 G1에서~G4까지 4단계로 세분화 했다. 매니저의 경우 G1과 G2 두 그룹으로 나눴다. 'G'는 'Grade'의 약자로 근속연수를 단계별로 나눠 보상체계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아차 직원 현황

◇노무관리 전문가에 힘 실어줘 …'8년'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지난해 최고경영진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되면서 '현대차그룹 4인 부회장 체제'가 무너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 유일하게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대표 노무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2004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노무관리지원담당을 맡은 뒤 노무총괄담당 사장, 노무총괄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노사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 수석부회장이 개혁을 위해 다른 부회장들을 2선후퇴 시키면서도 윤 부회장을 그대로 유임한 것은 그의 노무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윤 부회장에 대한 기대는 노사문제를 잘 풀어나가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로도 읽혔다.

더불어 정 수석부회장은 올 3월 주총에서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에게도 힘을 실어주며 노사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더욱 다졌다. 하 부사장은 2017년 12월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1월말 울산공장 공장장으로 올라섬과 동시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현대차 내에서 윤 부회장에 이은 또다른 노무관리 전문가로 꼽히던 윤갑한 전 사장의 후임 인선 성격이 강했다.

윤여철 하언태
<(왼쪽부터)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과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

결과적으로 노사문제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정 수석부회장의 신뢰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4분기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은 노사문제로 파행을 겪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현대차를 중심으로 노사문제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특히 팰리세이드 증산 과정은 현대차 노사관계 발전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팰리세이드 대란'이 일어나자 현대차는 올 4월 울산4공장 생산량을 증산했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계약과 북미시장 수출 등으로 다시 증산을 결정하고, 울산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기로 했다. 거듭된 증산 계획이 현실화 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노사는 밀고당기는 협상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예년과 같은 극심한 대립을 볼 수 없었다. 증산 합의의 경험은 올해 현대차 임금·단체협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노사는 201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없이 임단협을 완전히 타결했다.

기아차도 올해 노사문제에서 의미있는 발전을 이뤘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3월 8년을 끌어온 통상임금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합의했다. 올해 임단협이 남아 있지만 노조 집행부 선거가 끝나면 큰 문제없이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기아차는 예년과 같은 파업에 의한 생산 차질을 겪지 않고 있다.

기업 상황과 관계없이 노사문제는 늘 상수처럼 현대차그룹을 따라 다녔다. '현대차는 1년에 1달은 생산을 안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사문제는 늘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만큼 노사문제의 해결은 현대차그룹이 정상화 하는 과정에서 꼭 풀어내야할 선결과제 중 하나였다. 정 수석부회장이 취임 1년 만에 노사문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면서 경영정상화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정의선 시대' 현대차그룹은 '노사문제로 생산성 차질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에 좋은 선례로 평가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윤여철 부회장은 현대차 노사문제의 상징적인 인물이고, 하언태 부사장은 현재 최전방에서 노조와 협상을 이끄는 사람"이라며 "현대차 노사는 경영환경이 좋을 때도, 어려울 때도 늘 극렬한 갈등을 겪어왔다. 올해 현대차가 노사문제에서 거둔 성과는 그만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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