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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 자원개발업 점검]SK네트웍스, 남은 것은 호주 석탄광구 6곳 뿐철광석 중심 비석유자원 집중 투자…2014년 기점 자산 효율화 탓 릴레이 매각

김성진 기자공개 2019-10-11 09:23:00

[편집자주]

'무역에서 에너지로'는 2000년대 중후반 국내 종합상사들의 공통된 캐치프레이즈였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자원개발을 국가적 사업으로 여기고 세계 각지의 석유·석탄·가스·식량자원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됐다. 그러나 실패가 더 많았다. 수조원의 투자금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구조조정을 거쳐 자원개발 사업장의 옥석가리기가 진행됐다. 지금은 어느덧 살아남은 사업장이 하나 둘 생겨나 각 종합상사들의 캐시카우가 되는 반전의 상황이 나오고 있다. 종합상사들의 자원개발 사업 과거와 현재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8일 08: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네트웍스의 그 많던 해외자원 사업장은 다 어디로 갔을까. SK네트웍스는 삼성물산과 함께 2008년부터 자원개발에 전력을 다했던 업체로, 한 때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진행하던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20개를 넘기도 했다. 호주 석탄, 브라질 철광석, 중국 동(銅) 등 지역과 광물 종류를 불문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철광석에 대한 투자가 대단했다. '버추얼 철강사'를 꿈꾸며 조강을 제외한 모든 사업 영역의 수직계열화 구축을 시도했고 물동량 5000만톤을 목표 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자원개발 사업장은 호주 석탄광산 지분 6개뿐이다. 2013년 누적된 부진으로 부채(2조7774억원)가 자산(2조6144억원)을 웃돌았던 SK네트웍스는 자체적으로 자산 효율화에 돌입했다. 첫 번째로 지목된 처분대상 자산은 바로 자원개발을 위한 해외 자산들이었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순식간에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을 모두 정리했다. 과거 자원개발을 SK네트웍스의 미래를 책임질 3대 사업 중 하나로 삼았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조강 빼고 다 한다…'버추얼 철강사' 꿈꾸며 투자

2000년대 중후반 자원개발은 SK네트웍스에게 재도약을 위한 지렛대나 마찬가지였다. 2003년 SK글로벌 시절 분식회계 사태로 인해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SK네트웍스는 2007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이후 자원개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2009년 말 10년 뒤의 미래를 그리며 발표한 '비전 2020'에는 토탈 카 라이프, 소비재 사업과 함께 자원개발을 향후 10년을 책임질 사업의 한 축으로 삼았다.

본격적으로 자원개발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2007년부터였다. SK네트웍스는 2007년 대한광업진흥공사와 함께 중국 5대 동(銅) 복합기업인 '북방동업'의 지분 45%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가 39%, 대한광업진흥공사가 나머지 6%를 확보하는 내용이었다. 이듬해인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중국 중앙정부의 사업 관련 비준절차가 마무리됐고 SK네트웍스는 경영에 본격 참여하기 시작했다.

여러 자원개발 중에서도 SK네트웍스를 특징지었던 투자는 바로 '철광석'이었다. '버추얼(Virtual) 철강기업'을 표방하며 종합상사의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버추얼 철강기업이란 쉽게 말해 '제철소 없는 철강기업'으로, 원재료 개발·확보에서부터 운송, 블렌딩, 가공, 유통, 무역 등 조강을 제외한 모든 영역의 사업을 영위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원자재 형태의 상품을 단순히 수출하던 것을 넘어 국외 현지에서 맞춤형 상태로 가공·판매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도였다. SK네트웍스는 궁극적으로는 오는 2025년까지 철광석 5000만톤, 철강제품은 1000만톤을 확보해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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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K네트웍스가 지난 2010년 전년도 연간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밝혔던 비전

버추얼 철강사로서의 목표는 투자를 통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SK네트웍스는 2010년 캐나다 콘솔리데이트 톰슨(CLM)과 대규모 철광석 장기구매계약을 맺으며 철광석 대량 확보에 성공했다. 구체적으로는 CLM이 생산하는 철광석을 10년간 매년 100만톤씩 총 1000만톤을 구매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업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가 아닌 단순 원재료 계약이었지만 버추얼 철강사의 밑그림을 그리는 주요 계약 중 하나였다.

곧이어 SK네트웍스는 국내 자원개발 투자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투자를 단행했다. 2010년 브라질 EBX그룹 산하의 철광석 개발업체 MMX에 7억달러(한화 약 8400억원)를 투자키로 결정했다. 이는 비석유자원개발 역사상 최대규모로, MMX가 발행할 21억5000만달러 규모의 신주 중 7억달러어치(지분 18.1%)를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규모가 규모이니 만큼 정부의 뒷받침도 있었다. SK네트웍스는 수출입은행으로부터 7억달러 중 5억달러를 지원받았다. 당시 투자는 SK그룹 차원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당시 방한했던 아이크 바티스타 EBX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정도였다.

자원개발을 위한 투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이뤄졌다. 그룹 내 계열사 사업부를 품에 안으며 힘을 실었다. SK네트웍스는 2010년 12월 SK에너지의 석탄광물사업을 2366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SK네트웍스는 자원개발 프로젝트 수는 기존 11개에서 23개로 늘어났으며 전문인력 20여명도 당시 최대규모인 40여명을 확보했다고 했다.

물론 SK네트웍스는 자원개발 영역을 석탄과 금속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고무 플랜테이션이란 나름 이색적인 사업에도 진출했다. 2009년 초 인도네시아에서 서울의 절반 크기에 해당하는 2만8000㏊를 확보했고 여기에 고무나무 700만그루를 심어 천연고무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동남아 등지에 자동차 타이어용 천연고무를 공급한다는 구상이었다.

◇5년간 2조원 자원개발에 지출

과거 투자 규모를 보면 SK네트웍스가 자원개발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2008년 당시 SK네트웍스는 경영실적 보고서에서 주요 투자부문을 △통신마케팅(T&I) △상사 △에너지&자동차 △프레스티지 마케팅 △자원개발 및 세계화 등 5개로 분류하고 있었다. 워커힐 부문은 SK네트웍스가 2009년 자회사로 있던 워커힐 호텔을 흡수합병하며 2010년부터 분류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SK네트웍스의 사업부문 중 가장 큰 투자가 이뤄졌던 부문은 바로 통신마케팅 부문이었다. 총 2003억원의 투자가 이뤄졌으며 에너지&자동차 부문이 148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자원개발은 1192억원 수준에 머물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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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장 1년 만에 자원개발 투자규모가 5개 사업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총 4760억원의 현금이 투자로 빠져나갔다. 통신마케팅 부문은 전년 대비 250억원정도 감소한 1742억원을 기록했고, 에너지&자동차 부문 역시 마찬가지로 약 250억원 줄어든 1324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다소 주춤하며 486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인 2010년 1조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브라질 철광석 개발업체 MMX에 대한 투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2011년과 2012년에도 자원개발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계속됐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부문별 누적 투자규모를 비교하면 SK네트웍스의 자원개발에 대한 의지를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SK네트웍스는 5년간 총 3조3111억원을 사업투자에 사용했으며 이중 63.8%에 해당하는 2조1115억원을 자원개발 부문에 지출했다.

◇매각, 매각, 매각…모습 감춘 자원개발

2012년까지 실적보고서에 부문별 투자지출 규모를 공개했던 SK네트웍스는 2013년부터 돌연 비공개로 전환했다. 게다가 2012년까지 경영실적에서 주요 사업에 자리했던 자원개발 부문은 2013년부터 석탄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고, 2014년에는 아예 주요 성장전략에서 자취를 감췄다. SK네트웍스는 자원개발 대신 렌터카, 면세점, 패션 세 가지 사업 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SK네트웍스의 실적 경영실적 보고서에서 자원개발이 사라진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SK네트웍스가 자원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상사부문 부진이 지속되며 재무구조 악화하자 이를 막기 위해 사업재편을 시작했다. SK네트웍스의 사업재편은 '해외자산 효율화'라는 명목 아래 진행됐다.

SK네트웍스의 자원개발 철수를 알렸던 대표적인 사업은 바로 MMX 투자였다. 2010년 SK네트웍스로부터 7억달러를 투자받은 MMX는 불과 2년 만에 도산 가능성에 노출됐다. 철광석 공급 사업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항만 조성 사업이 계속해서 지연된 탓이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2014년 초 MMX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동시에 SK네트웍스가 MMX와 맺었던 철광석 장기공급계약도 자연스레 해지됐다. SK네트웍스가 그리던 '버추얼 철강사'의 모습이 단 번에 희미해지는 순간이었다.

자원개발 사업 철수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2014년에는 2007년 대한광업진흥공사와 손잡고 인수했던 중국 북방동업 지분도 매각이 결정됐다. 북방동업 지분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2년6개월 동안 사용할 동(銅)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돼 기대를 모았지만 실질적인 소득은 없던 탓에 철수가 결정됐다.

버추얼 철강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철강가공사업 정리도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SK네트웍스는 2014년 대양금속과 합작해 진출한 터키 철강가공공장 300억 원대 손실을 감수하고 청산을 결정했으며, 이듬해 매년 적자를 내던 호주 철강가공업체 SK스틸도 호주 현지 철강업체에 매각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천연고무 생산을 관리하던 법인(PT.SK Networks Inni Joa Plantation)도 매각했다.

자원개발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현재 남아 있는 자원은 호주에 위치한 석탄광구 6곳에 대한 지분이 전부다. 한 때 전 세계에서 20여개가 넘는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SK네트웍스에서 자원개발이 갖는 의미가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종합상사는 7·80년대 과거에 쓰이던 용어이며 SK네트웍스는 2000년대부터 종합상사 모델에서 탈피해 유통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바꿨다"며 "2000년대 후반부터 광물 분야에 대한 투자를 하기도 했지만 SK네트웍스의 성장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2014년부터 렌탈과 홈케어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네트웍스가 현재 영위하는 자원개발 사업은 호주 석탄 광구 지분 6곳이 유일하다"며 "자원개발 쪽은 많이 접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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