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우디와 2년만에 '똑같은' 계약…이번엔? 2017년 계약, 정세 변동으로 '없던 일'…중동 리스크 우려
유수진 기자공개 2019-10-14 09:42:3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1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는 계획대로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을까.쌍용차가 사우디아라비아 자동차회사와 현지 조립생산(KD)을 위한 제품 라이선스 계약(PLA)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사우디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수출 거점을 확보해 중동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단 전략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이 실제 이행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7년 동일한 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지 정세 등의 영향으로 약속했던 시점이 되기도 전에 '없던 일'이 된 적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동 리스크 탓이다.
쌍용차는 지난 8일(현지시각) 사우디 남동부 주베일 산업단지에서 사우디 ‘1호 자동차회사'인 사우디 내셔널 오토모빌스(SNAM)와 현지 조립생산을 위한 PLA 체결식을 가졌다고 10일 밝혔다. SNAM은 사우디의 중장기 발전계획 ‘사우디 비전 2030'의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에 의해 설립된 최초의 현지 자동차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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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이번 계약에 따라 오는 2021년부터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칸을 사우디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기로 했다. 생산량을 점차 늘려 3만대 수준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두 회사는 순차적으로 공장 건설 및 생산설비 설치를 위한 기술 지원, 부품 공급, 기술 인력에 대한 훈련 등에 대해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는 이번 계약을 위해 직접 사우디로 날아갔다. 예 대표는 "중동 지역 자동차 시장 점유율 확대와 새로운 수출 거점 및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수출시장 다변화와 전략적 판매 등을 통한 글로벌 판매 확대에 꾸준히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이 두 회사 간 첫 KD 계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양사는 지난 2017년 2월에 이번과 세부적인 내용만 약간 다른, 사실상 동일한 형태의 KD 계약을 체결했다. 그때는 체결식이 쌍용차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됐고, 최종식 당시 대표가 참석했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심지어 SNAM 측에선 이번과 동일한 파드 알도히시 대표가 참석해 똑같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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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양사는 오는 2020년부터 쌍용차의 픽업모델 Q200을 KD 방식으로 생산해 추후 2만5000대까지 물량을 늘려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추후 시장 상황에 따라 2, 3단계 사업도 상호 협력 하에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에도 쌍용차는 새로운 수출 거점 확보와 그에 따른 글로벌 판매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같은 해 사우디에서 ‘왕자의 난'이 발생하는 등 현지 정세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다. 쌍용차 관계자는 "2017년 계약했을 당시와 그 뒤로 사우디 내부의 상황이 좀 변했다"며 "정치적 지형이 바뀌는 과정에서 계약이 이행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시작되기도 전에 흐지부지된 계약을 다시 살리기로 한 건 사우디 측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정부가 자동차산업 육성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SNAM 측이 사업 재검토를 제안해 다시 한 번 손을 맞잡게 됐다. 지난해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재개되며 중동으로 가던 물량이 대폭 줄어든 쌍용차 입장에서도 내심 반가운 제안이었다.
쌍용차가 현재 중동에 수출하고 있는 물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중동·아프리카·동유럽 수출 비중이 지난 2016년 27%까지 올라갔다가 올 상반기 12%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새 급감했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당시엔 2015년 출시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이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출 물량을 견인했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란에 한창 많이 수출할 땐 연간 만대까지도 나갔다"며 "상당히 큰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쌍용차의 중동 시장 안착 여부에는 글로벌 및 현지 정세 등의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은 사우디 정유시설이 테러 공격을 받는 등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라는 게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지 않느냐"며 "그렇다보니 지난번 계약이 잘 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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