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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운용 사태의 진실]유동성 위기 결정타 '판매사의 욕심'③짧은 만기·미스매칭, 수수료 욕심에 알고도 묵인…안일한 판단 독됐다

서정은 기자공개 2019-10-14 10:30:36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1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가들은 라임자산운용의 상환금 지급 연기 사태의 결정타를 날린 건 판매사로 보고 있다. 유사시 유동성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는 펀드 만기 구조를 판매사들이 유도했기 때문이다. 펀드와 펀드 편입자산간 만기 미스 매치 문제다.

개방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펀드 자산과 펀드 만기가 동일했을 경우 대규모 환매 사태의 충격을 흡수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펀드 자산보다 짧은 펀드 만기로 인해 유동성 위기는 가중됐다. 판매사들이 이를 알고도 펀드 만기를 짧게 요구한 결정적인 이유는 판매수수료다. 1년에 한번 판매 수수료를 받는 것보다 6개월로 펀드 만기를 짧게 만들 경우 수수료를 두번이나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라임자산운용 이슈와 별개로 사회적 이슈로 번진 파생결합증권(DLF)에서 대거 손실이 발생한 점도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불똥을 튀겼다.

◇ 만기 줄여 수수료수입 확대

라임자산운용이 A 사에 사모펀드를 팔기 시작한 건 올 초다. A 사는 그 전까지만해도 사모펀드 판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곳이다. 그러다 다른 은행들이 레포펀드 등을 중심으로 헤지펀드 판매를 시작하자 내부 분위기도 바뀌었다. 거래 운용사를 찾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성과로 입지를 쌓아왔던 라임자산운용을 만나게 됐다.

A 사와 거래를 트기 전 라임자산운용의 채권형 사모펀드의 만기는 1년, 1년6개월, 2년 등으로 다양했다. 장기간은 아니었지만 편입자산들의 만기 등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A 사와의 거래를 계기로 라임자산운용은 만기 6개월 짜리인 '라임 Top2 밸런스 6M 사모증권투자신탁'상품을 선보이게 된다. 이 상품은 라임자산운용이 처음으로 환매 연기를 공시한 펀드이기도하다.

지난 8일에는 '플루토 FI D-1호'와 코스닥 상장사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테티스 2호' 마저 환매가 중단됐다. 또 이 펀드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는 자펀드 가운데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 펀드 6200억원에 대해 환매 신청을 받지 않기로 한 상황이다.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남은 다른 펀드들도 안심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펀드 설정 과정에서 펀드 만기, 편입자산 등을 두고 A 사의 요청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 사 입장에서는 짧은 만기, 공격적인 운용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채우고, 이로 인한 수수료수익 증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전에 문제가 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방형으로 펀드를 설정한 것 또한 판매사의 수수료 욕심, 마케팅 욕구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수수료 구조를 보면 6개월동안 판매사가 가져가는 선취 판매수수료는 70베이시스포인트(bp)에 달한다. 라임자산운용이 해당 펀드를 통해 벌어들이는 운용보수는 40bp(연 80bp)로 선취수수료에 한참 못미친다. A 사 입장에서는 롤오버 시킬수만 있다면 1년에 140bp 이상을 손쉽게 선취수수료로 떼갈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판매사들 사이에서는 만기가 짧은 상품을 통해 '이모작', '삼모작'을 노리려는 수요가 많았다"며 "판매보수, 선취수수료가 높은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다보니 메자닌을 중심으로 운용사들의 설정이 몰린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펀드가 다섯차례 가량 설정된 뒤 속도조절을 요청했으나, A 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판매사의 입김이 들어갔을 개연성이 높은 이상 판매사도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유동성 위기 잠재 불구 라임은 왜 덥썩 물었을까…안일한 판단 '실책'

유동성 위기를 부른 또 다른 이슈로 업계에서는 편입 자산과 펀드 만기 간 미스매칭에 주목한다. 환매가 연장됐었던 '라임 Top2 밸런스 6M'만 봐도 레포펀드의 만기는 6개월이지만, 사모사채 만기는 1년이 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만기가 2~3년 가량인 CB 등도 있다.

미스매칭이 일어나고, 펀드 만기가 짧아질 경우 대량 환매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권이 이런 구조의 펀드 설정을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운용사가 받아들인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판매사의 이해관계, 라임자산운용의 안일한 생각이 이같은 사태를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자금 모집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A 사의 경우 '라임 Top2 밸런스 6M' 펀드를 판매하기 전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라임 새턴 전문투자형 사모증권투자신탁9호[혼합채권-파생형]' 판매로만 총 150억원이 넘는 실적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보면 자산과 펀드 간 미스매칭이 일어나더라도 추가적으로 자금이 들어온다면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간 은행 판매 파워를 봤을 때 대량 환매가 나올 일이 없다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별개로 DLF 사태가 터지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일부 은행에서 올 초 판매한 해외 금리연계 DLF에서 대거 손실이 발생하자 창구에서 DLF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모펀드 환매요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자전거래, 파킹거래 등 여러 의혹의 한가운데 있던 라임자산운용에 환매가 쏠린 건 당연했다. DLF 사태를 일으킨 A 사는 공교롭게도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최대 판매사이기도 했다. 기초자산의 문제가 아닌, 사모펀드 전반과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신뢰 저하에서 비롯된 셈이다. 기존에 발생했던 '펀드런'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례가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의 유동화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기업들은 코스닥 시장 약세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탓에 주식전환을 통한 유동화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코스닥벤처펀드가 출범한 뒤 발행사 우위의 시장이 펼쳐진 점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직까지 투자자들이 원금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적다. 편입한 CB의 발행 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디폴트가 날 가능성이 적고, 라임자산운용이 충분한 담보를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유동화가 쉽지 않아 만기를 기다려 현금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증거금 상향까지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산 유동화 속도보다 환매 속도가 가파른 상황"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원금을 회수해 펀드 상환에 나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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