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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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VC 수장 외부수혈 'KB 벤치마킹' '미개척 분야' 사업 부담, '순혈주의' 보수적 문화 변수

안경주 기자공개 2019-10-18 08:07:5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6일 15: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지주가 신설 자회사 벤처캐피탈(VC) 대표이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키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막판 변수는 남아있지만 '순혈주의'가 강한 농협이 외부 인사를 영입한 사례가 흔치 않은 탓이다.

모험자본 투자와 같은 미개척 사업영역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지만 무엇보다 벤처캐피탈 설립을 준비하면서 벤치마킹한 KB인베스트먼트의 운용 사례가 이 같은 분위기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지난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신설 벤처캐피탈 대표이사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4~5명 가량의 후보군을 압축하고 각 후보들에게 의사를 묻고 있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농협출신과 외부 전문가를 두고 내부(임추위) 논의를 거친 결과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한 두 차례 임추위 회의를 진행한 뒤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대표이사 선임은 농협금융 임추위가 본격 가동된 지난 9월말부터 공식 진행됐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 벤처캐피탈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시장 태핑 등을 통해 대표이사를 맡길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을 물색했다.

결국 대표이사 후보 추천권을 갖고 있는 임추위에서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신설되는 벤처캐피탈 수장에 농협출신 인사는 배제되는 분위기다.

임추위는 농협출신 인사 중에서 벤처투자와 관련한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외부 영입에 나선 이유로 꼽았다. 모험자본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벤처캐피탈의 경우 농협금융 내 미개척 분야로 농협출신 중에서 최적의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미개척 사업영역에 진출할 때마다 농협금융이 그동안 취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2012년 신경분리를 통해 탄생한 농협금융은 생명보험·자산운용·리츠 등 미개척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왔다.

지난해 설립한 NH농협리츠운용이 대표적 사례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NH농협리츠운용을 100% 자회사로 설립하고 서철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서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실물자산본부장과 실물 CIO(최고투자책임자)를 역임한 전문가다.

초대 농협생명 사장을 지낸 나동민 전 사장도 농협금융이 보험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때 외부서 영입한 인사다.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였던 한동주 전 사장 역시 2015년 농협금융이 NH-아문디자산운용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면서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뀔 당시 외부서 영입했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선 농협금융이 단순히 미개척 사업영역이란 이유만으로 외부 영입에 나섰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협금융이 그간 벤처투자와 관련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탓이다. 실제로 농협캐피탈과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벤처투자를 해왔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이 벤처캐피탈 설립 준비 단계부터 벤치마킹한 KB인베스트먼트의 운용 사례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까지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유일한 벤처캐피탈이었다. 사실상 농협금융이 벤처캐피탈 설립을 준비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유일한 사례였던 셈이다.

지금은 KB인베스트먼트가 KB금융의 벤처투자 최전선에 있지만 과거엔 그렇지 못했다. KB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 자리를 KB국민은행 출신이 차지하면서 벤처캐피탈 특유의 도전정신이 희석됐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외부 전문가인 김종필 대표를 선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벤처캐피탈로서 전문성과 색깔이 만들어졌다.

농협금융이 최근 대표이사로 선임할 외부 전문가를 찾는 과정에서 헤드헌터 측에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같은 실무형 관리자를 요구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정통 심사역 출신으로 실무에 강한 인사"라며 "KB인베스트먼트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추위에서 외부 전문가 영입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농협금융의 신설 벤처캐피탈 대표이사에 외부 전문가가 선임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농협금융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적임자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막상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된 외부 인사들이 농협의 보수적 문화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순혈주의와 함께 보수적 문화가 강한 곳으로 유명해 (대표이사) 제안이 오더라도 고민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벤처캐피탈의 특성상 2~3년의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외부 영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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