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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주주행동주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10-21 10:0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전세계적인 화두가 되었다. 주주행동주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양립할 수 있는가. 그 목적이 애당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추구인 일부 펀드를 제외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핵심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그 속성이 사회적 책임 보다는 단기적인 주주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다.

행동주의 펀드는 자산매각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M&A전략 재정립, 배당정책 수정 요구를 주요 전략으로 사용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전략도 포함되지만 그에는 사회적 책임의 이행보다는 자신을 포함한 소수주주들의 권익 향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더 중요한 목표로 포함되어 있다. 특히 펀드 측 사외이사 선임 요구는 기업지배구조 자체를 개선하려는 목적보다는 펀드 측이 제시하는 구조조정 전략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방법론인 것이 보통이다.

독일 만하임대 바르코 교수 팀의 연구에 따르면 2005~2014년 사이에 660개 회사에 대해 펼쳐진 847건의 주주행동주의 사례 분석 결과 그중 43.3%가 사회적 이슈를 포함했고 42.3%가 환경 문제를 포함했던 반면 지배구조는 14.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주주행동주의는 연기금과 일반적인 기관투자자들에 의한 것과 헤지펀드들에 의한 것을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기관들의 행동주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많이 반영하지만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헤지펀드들도 행동주의를 펼칠 때 대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한다. 넬슨 펠츠의 트라이언파트너스(Trian Partners) 같은 펀드는 아예 사회적 책임을 표방한다. 베리 로젠스틴의 재나파트너스(Jana Partners)는 2017년 초에 캘퍼스(CalPERS)와 공동으로 애플에 아이폰의 지나친 사용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제목은 "Think Differently About Kids."였다. 재나와 캘퍼스는 애플에 20억 달러를 공동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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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활동은 결국은 재무적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크고 그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스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맥락에서 ‘치어리더'라고 불렀다.

애당초 헤지펀드가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의견도 있다. 재나파트너스의 애플에 대한 행동을 헤지펀드가 캘퍼스와 같은 거대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론으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재나는 애플에 대한 것과 같은 사회적 책임 행동주의에는 전통적인 2-20% 보수규칙을 적용하지 않으며 20%의 성공보수는 수령하지 않는다고 응수한다.

한편, 개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전체적으로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실증연구결과가 있다. 즉, 사회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의식하지 않아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하버드 로스쿨의 루시언 벱척 교수 팀이 1994~2007년 사이에 발생한 약 2천 건의 행동주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사회 통념과는 달리 행동주의 발생 5년 후를 기준으로 대상 기업들의 실적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후 5년이면 대개의 경우 펀드가 철수한 시점이다.

어느 쪽의 주장이 타당하든 간에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슈를 부각하는 전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전략은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을 뿐 아니라 사실상 주주총회의 결과를 좌우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표심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자문회사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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