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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돌' 맞는 스타트업의 고민

방글아 기자공개 2019-10-21 08:04:5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8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 A사는 요새 걱정이 많다. 지난해 초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맞이하며 마침내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최근 2년 가까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지 못한 채 곧 설립 8년차를 맞는다.

A사는 성장기를 함께 한 정든 입주 기관과 이별을 앞두고 있다. 정부기관인 입주사가 설립 7년 이내 법인만을 받는 터라 고심 끝에 사설 공유 오피스로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 대폭 불어날 임대료를 오롯이 자력으로 감당해야 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신규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든든한 동아줄이 돼 온 정부 용역 활동에 따른 캐시플로우도 같은 연유로 이내 끊긴다.

비단 A사만의 고민은 아니다. A사처럼 설립 초기 몇 차례 피보팅(Pivoting)을 거쳤거나 제조 등 업종 특수성으로 인해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기까지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다수 스타트업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대표 민간 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를 필두로 대다수 육성기관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같은 정부 금융기관이 창업 지원 요건으로 '설립 7년 이내'를 내걸고 있다.

실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내놓은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를 포함한 정부 비자금성 창업 지원 예산 중 94%가 7년 이내 스타트업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73%가 예비창업자를 포함한 업력 3년 이내 몫이다. 스케일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그 단계에 놓인 스타트업들은 자력갱생을 요구받는 졸업자가 되는 셈이다. 유니콘 나아가 데카콘을 넘보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BEP에 도달하지 못한 스타트업이 대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데스밸리를 갓 넘긴 이들에게 '7년 장벽'은 꽤나 가혹한 잣대로 해석된다.

모든 스타트업에게 쿠팡의 손정의 회장은 없다. 팁스의 지원으로, 기보·신보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하는 3~4년차 스타트업 대표들을 많이 만난다. 연구 용역 등 비자금성 정부 지원들은 특히 신사업 개발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의 재무건전성 유지와 사업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고 있다. 이들이 몇년 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도록 창업 지원에 보다 유연성을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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