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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까지 '최소' 3년, IPO 아니면 방법도 '제한적' [해외 비상장투자 점검]③고액자산가 장기투자 부담…최근 들어 펀딩 실패 사례도 나와

이민호 기자공개 2019-11-07 13:01:00

[편집자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리테일시장에 소개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에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우버와 리프트가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위워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며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에 대한 우려도 확산됐다. 해외 비상장주식에서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태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헤지펀드들의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원인 중 하나로 높은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펀드 구조가 꼽힌다. 비상장주식 투자가 기본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높은 차익을 기대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투자이지만 최근 국내에 비상장주식이 유입된 해외 유니콘 기업들의 기업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아지며 높은 위험을 부담할 여지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는 기업공개(IPO)를 제외하면 뚜렷한 엑시트 수단이 없는 데다 일반적으로 3년 이상의 긴 투자기간을 요구하고 중도환매도 불가능해 환금성이 크게 떨어진다. 국내 비상장 주식 대비 유통시장이 더 제한적인 것이다. 더불어 국내에서 이들 해외 유니콘 기업들의 사업현황을 적시에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3시각물)해외비상장투자점검_펀드설정구조

◇투자기간 환금성 '제로'…IPO '오매불망'

운용업계는 국내에 유입되는 해외 비상장주식 대부분은 시리즈C나 프리IPO 단계에서 조달하는 물량으로 보고 있다. 시리즈A나 시리즈B 물량의 경우 조달규모가 비교적 작은 데다 높은 업사이드를 전망한 초기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 현지에서 대부분 소화된다. 하지만 시리즈A나 시리즈B보다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리즈C와 프리IPO 물량은 현지에서 투자자를 유치한 이후 남는 물량이 발생하고 이 물량이 해외 세일즈 대상이 된다.

프리IPO 물량은 국내 리테일시장에 소개될 때 IPO 일정이 약 1년 이후로 대략적으로나마 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Lyft)나 우버(Uber)의 비상장주식이 국내에 유입됐을 당시 펀드수익자들은 각각 올해 3월과 5월을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일정을 안내받았다. 다만 시리즈C 물량의 경우 뚜렷한 IPO 일정 없이 2~3년 이후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만으로 투자에 나서게 된다.

이 때문에 국내에 설정되는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는 만기가 3+2년이나 4+2년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만기를 3년이나 4년으로 잡고 만기까지 IPO를 성공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2년 연장되는 구조다. 기본 만기가 5년으로 제시되는 펀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투자기간이 상당히 긴 편인데도 IPO 외에는 뚜렷한 엑시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비상장주식 투자는 투자대상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초기부터 파악해 투자한 이후 IPO로 유동성을 확보하면 엑시트로 기업가치 상승분만큼의 차익을 누리는 것이 핵심이다. IPO 이전이라도 세컨더리 시장에서 다른 투자자에게 물량을 넘기고 차익을 남기는 방법도 있지만 유동성이 부족해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해외 물건 특성상 국내에서 이런 작업을 해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만기까지 중도환매를 할 수 없는 폐쇄형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펀드 만기까지 묶인 자금이 된다. 엑시트 방법은 IPO로 한정돼있지만 정작 엑시트 시기는 불명확한 상황에서 장기간 자금을 묵혀둬야 하는 고위험 상품인 셈이다.

A 증권사 PB는 "비상장 투자는 투자기간이 길고 IPO 불확실성이 높아 그만큼 투자위험도 높다"며 "성장 가능성만 확실하면 수십배의 큰 차익을 돌려줄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에 나서려는 수요가 있어 시장도 커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액자산가 장기투자 '부담'…PB 추천 '주저'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가 지난해 상반기말부터 점차 국내 리테일시장에 출시되며 설정규모를 늘렸지만 한편으로 운용사들의 판매창구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운용사는 프라이빗뱅커(PB)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태핑 과정을 거친다. 이때 투자위험을 우려한 상당수 PB들이 판매를 거절했으며 특히 VVIP고객 대상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증권사 PB는 "해외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설명회가 더러 있었지만 모두 드롭(판매거절)했다"며 "상장 시기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자금을 3~4년씩 묵혀두는 상품이다 보니 투자기간 1년 정도로 상품의 빠른 회전을 원하는 국내 고액자산가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PB들이 추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해외 비상장기업의 사업현황을 적시에 팔로업하기 어려운 점도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로 유입되는 비상장주식 대부분은 미국 유니콘 기업이 발행한 물량이다. 이들 기업은 혁신기업으로 글로벌시장에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져 기업 내부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이들 기업에 적용되는 해외 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올해 초 C 운용사는 미국 오피스 공유업체 위워크(Wework)의 비상장주식을 소싱해 펀드로 설정하려고 했지만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설정에 실패했다. 당시 위워크는 기업가치를 470억달러(약 55조원)로 평가받으며 올해 10월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한 상태였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우려한 고액자산가들이 투자 의사결정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 운용사 관계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글로벌 최고 역량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거대 벤처펀드들이 투자한 기업이다보니 국내 운용사도 이들 벤처펀드의 투자역량을 믿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한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80억달러로 크게 쪼그라든 것을 고려하면 거대 벤처펀드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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