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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를 움직이는 사람들]최태원 꿈꾸는 사회적 가치, 이형희가 실현한다⑩그룹 CR 전문가 출신…계열사 간 SV 연계 추진

김성진 기자공개 2019-11-07 09:44:00

[편집자주]

재계 서열 3위에 이름을 올리는 SK그룹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선두권 경쟁 대그룹을 압도하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섬유사업에서 시작해 석유화학·텔레콤·반도체 등 전혀 다른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다. 상위권 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독특한 의사결정기구를 마련하며 효율적이고도 투명한 경영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벨은 SK그룹을 움직이고 있는 조직과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4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최근 '기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익 극대화'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서 방향을 틀어 '사회적 가치(SV)' 창출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 기부나 사회공헌 수준이 아니다. 기업의 영업활동 자체가 사회 공공의 이익과 연결돼야 한다는 패러다임이다. 물론 단순히 사회 이익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시대가 변화해 이익만 강조해서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구안이 바탕이 됐다. 최 회장은 기업의 SV 실현을 두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그리는 새로운 기업의 모습을 구체화하는 인물은 이형희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사진)이다. 최 회장이 윤곽을 잡으면 이 위원장은 꼼꼼히 빈 곳을 채우고 색을 칠하는 역할을 한다. 이 위원장은 30년 넘게 SK그룹에서만 몸담고 있는 인물로 SK텔레콤 시절부터 사회공헌활동을 총괄하며 현재 SV위원회의 기초를 닦았다.

◇SK그룹 SV 총괄 역할...최태원 회장 철학 실현

SK그룹은 올해 초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회의 명칭을 'SV위원회'로 변경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다. 기존 사회공헌위원회는 기부나 자선활동의 이미지가 강해 SK그룹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추구의 진정한 의미를 전부 담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 마디로 이름과 함께 조직의 체질 또한 바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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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희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은 SK그룹이 나아가야 할 SV 지표를 만드는 데 선봉에 섰다. 지난해까지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로 재임하다 올 초 그룹 SV 총괄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기존 최광철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SK디스커버리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위원장이 SV위원회를 이끌기 시작한 올해를 기점으로 SK그룹은 SV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계획에만 머무르던 내용들이 올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각 계열사가 창출하는 SV를 수치화해 평가하고 이를 핵심성과지표(KPI)에 50% 반영한다는 게 골자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이 위원장이 SV위원회 수장을 맡기 전부터 계획됐던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 모든 분야와 항목에 대해 뚜렷한 SV 수치화 기준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거버넌스 항목의 경우 SV위원회 내부적으로도 평가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의 역할은 앞으로 SV 실현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더욱 폭 넓고 정확한 평가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의 역할은 결국 계열사 전문경영인(CEO)들에 대한 평가 지표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위원장 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향력을 갖는다. SV가 반영된 인사평가는 올해가 처음이라 아직 구체적인 파급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SK그룹 계열사들이 SV 창출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 내놓기에 혈안인 것을 보면 이미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SV 실현이 사실상 최 회장 주도로 이뤄진다고 볼 때 이 위원장의 활동이 더욱 힘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최근 'SV 전도사'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기업의 체질 바꾸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오너다.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SV를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본인의 SV 철학을 가장 잘 실현할 적임자로 이 위원장을 점찍은 셈이다.

실제로 SK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소셜밸류커넥트(SOVAC) 행사 때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위원장은 행사 내내 최 회장을 옆에서 수행하며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그룹 SV 전략을 수립하는 총괄 책임자로서 행사 내 사회적 기업들을 최 회장에게 소개하고 함께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위원장은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안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의 이러한 개인적인 성향이 각 계열사를 평가하는 SV 위원장에 잘 어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 CR 전문가…16년 전부터 사회공헌 총괄

이 위원장은 현재 SV 창출에 주력하고 있지만 본래 주특기는 따로 있다. 그는 SK텔레콤에서 오랫동안 CR(Corporate Relation, 대관)업무를 맡으며 관련분야 전문가로 성장했다. CR이란 쉽게 말해 대관업무로, 입법, 사법, 행정 기관 등을 상대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직무다.

이 위원장을 두고 SK그룹 내부에서는 'CR업무의 대부'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소속은 오랜 기간 SK텔레콤이었지만 실제로는 SK그룹 전체 CR업무까지 관장했다고 한다.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그룹 내 CR 업무 체계와 기준을 세웠다는 얘기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은 SK그룹 CR 전문가 중 전문가라고 보면 된다"며 "오랜 시간 SK텔레콤 CR분야에 몸담으며 그룹 전체 CR까지 책임질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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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의 이력만 놓고 보자면 SV와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신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8년 SK텔레콤에 입사했다. 이후 SK텔레콤 CR전략실장, IPE 사업단장, CR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CR 전문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15년에는 SK텔레콤 사업총괄을 맡았다. 2017년에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현재 SV위원회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이 SK텔레콤 CR전략실에 근무하던 지난 2003년 SK그룹에서 처음으로 사회공헌 전담조직이 구성됐다. 당시 사회공헌 전담 조직은 SK텔레콤 CR전략실 산하에 만들어졌으며 이를 총괄하던 인물이 바로 이 위원장이었다. 사회공헌 전담조직은 SK텔레콤에 소속 돼 있었으나 그룹 전체 사회공헌 활동을 모두 관장했다. 이 위원장이 추진하는 SV 실현은 사실상 당시 사회공헌에서부터 이어져온 활동인 셈이다.

이 위원장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의 SV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따로 SV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쳐 효과를 극대화 하자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개별회사가 SV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룹 차원에서도 힘을 합칠 부분들이 있다"며 "공해, 폐플라스틱 등 공통이슈들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 추진체제를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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