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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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삼성전자 50년]'신의 한수'된 6억 짜리 M&A⑪1974년 50만달러에 한국반도체 인수…일본 상장사 첫 인수·최대규모 M&A 기록도

이정완 기자공개 2019-11-07 08:25:39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1968년 전자산업 진출로 탄생한지 이제 '50돌'을 맞이했다. 일본산 전자 부품을 단순 조립해 국내에 팔던 일개 회사에서 독자기술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엄청난 진보를 이룬 만큼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 변화들을 갖고 있다. 각종 지표들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지난 50년간 변화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6일 07: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성장을 말할 때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한국반도체 인수다. 삼성전자가 창립기념일을 11월 1일로 하는 것도 한국반도체를 합병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은 50만달러, 단돈 6억원이었다. 물론 30년전 화폐 가치를 감안해야 하겠지만 오늘날 삼성전자를 만든 원동력이 반도체란 점을 생각하면 6억원은 거저나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기술을 개발해 성장한 회사임에 틀림 없다. 반도체 신기술, 신 가전, 새로운 스마트폰, 새로운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이 오늘날 삼성의 초격차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중요한 고비마다 절묘한 M&A가 있었다. 6억원 짜리 M&A를 시작으로 일본 상장 기업을 처음으로 인수하기도 했고 국내 최대 인수합병인 9조원 짜리 빅딜도 했다.

물론 성공사례만 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세계 5위권 PC제조업체 AST를 인수해 주목 받았으나 PMI(인수 후 통합) 실패와 외환위기 등으로 타격을 입어 경영권을 포기하는 아픔도 있었다. 다만 이 때의 경험이 2010년대 해외기업 M&A에 나서는 교훈이 됐다.

◇'한국반도체' 인수로 시작된 반도체 신화

한국반도체
한국반도체 공장(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974년 반도체 사업 진출 결단을 내린다.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은 한국반도체다. 한국반도체는 미국에서 모토롤라 반도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강기동 박사가 한국에 들어와 세운 반도체 회사다. 손목시계용 반도체 칩으로 한국 반도체 역사를 시작했지만 오일쇼크 여파로 회사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부도 위기에 내몰린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곳이 삼성이었다.

이건희 당시 동양방송 이사는 고부가가치 첨단 사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한국반도체 인수를 감행했다. 당시이병철 회장과 경영진이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동원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50만 달러에 우선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지원 덕에 회생한 한국반도체는 이듬해 9월 전자시계용 반도체를 개발해 1975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1978년 미국 ICII가 갖고 있던 나머지 한국반도체 지분도 모두 사들여 1980년 한국반도체를 반도체사업부로 흡수·개편했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미국과 일본기업에 비해 부족한 기술력 탓에 반도체사업부는 자본잠식에 처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선진국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삼성전자 반도체 인사들과 교류도 하지 않았다. 당시 삼성 엔지니어들이 일본 반도체라인을 탐방해 걸음걸이로 장비의 위치를 염탐했다는 소식도 알려져 있다.

1983년 고(故) 이병철 회장의 일본 '2·8 도쿄 선언'으로 대규모 투자가 발표됐고 메모리반도체 기술 개발에 본격 나섰다. 미국 마이크론과 기술 제휴로 개발한 64K D램을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27년 연속 D램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됐다.

◇기술로 승부한 삼성…신경영 후 M&A 전환

삼성은 기술로 승부하는 회사다. M&A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은 M&A 시장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회장은 세계 최고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1994년 5월 국내 기업 최초로 일본 상장기업인 럭스(LUX) 지분 51%를 20억엔에 인수했다. 럭스는 세계 최고 오디오 설계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삼성전자는 세계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다만 1990년대 삼성전자는 M&A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한 교훈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1995년 세계 5위 PC업체인 AST 지분 40%를 인수하고 뒤이어 1997년 나머지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1995년 국내 PC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후 해외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었기에 유럽·미국·아시아 등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던 AST는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AST 인수로 삼성전자의 PC사업 고성장을 점치는 시선이 많았으나 외환위기 영향과 경영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2001년 AST 합작회사를 정리했다. 삼성전자는 AST에 약 15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으나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무리하게 삼성의 경영 방식을 이식하려 했던 것이 실패 원인으로 거론됐다.

◇ 신사업 중심 인수 기조…기술기업에 삼성 경영역량 더한다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의 M&A 본능은 다시 힘을 발휘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헬스케어를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발표한 후 그 해 12월 메디슨 지분 43.5%를 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초음파 진단기기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메디슨의 경험에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융합해 의료기기 사업을 글로벌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하만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와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CES 2017 하만 전시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제공=삼성전자)
회사의 새로운 신사업인 전장도 유사한 M&A 전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016년 신성장 분야인 전장사업을 본격화하고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을 80억달러(약 9조원)에 전격 인수했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대형 M&A였던 만큼 삼성전자는 1990년대 AST 실패를 밑거름 삼아 무리한 PMI를 추진하지 않았다. 변화보다 안정에 중점을 둔 경영을 펼치는 모습이었다. 인수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는 여전히 하만의 경영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스타트업 인수로 글로벌 IT기업과의 기술 경쟁력에서도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 루프페이(LoopPay) 인수를 통해 삼성페이 모바일 결제 기술의 기반을 마련했고 이듬해 스마트싱스(SmartThings) 인수로 사물인터넷(IoT)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스마트싱스의 개방형 플랫폼을 채택한 덕에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의 가전을 제어하는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인수한 AI(인공지능) 플랫폼 기술 기업 비브랩스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는 빅스비로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신기술의 중심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삼성넥스트의 거점을 마련해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 M&A 큰손으로 평가 받는 삼성전자에 피인수되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이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M&A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집중돼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마지막 M&A는 지난 1월 이미지센서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인수한 이스라엘 멀티카메라 스타트업 코어포토닉스였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도 지난 6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 달성을 위한 M&A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M&A 레이더가 시스템반도체 분야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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