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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전략 수정하는 제주항공, 공급 조절 필요성 공감항공기 도입 축소, M&A 추진…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도

임경섭 기자공개 2019-11-14 14:11:00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업계에 구조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지면서 제주항공과 애경그룹은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제주항공의 성공신화를 이끌었던 폭발적인 성장 전략은 변화했다. 올해 일본 악재 등 대외 변수를 만나 항공업계의 공급 과잉이 극심해지면서 기재를 도입하는 대신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제주항공은 사실상 항공업계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재무여력이 좋지 않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랜 기간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고 항공업계의 성장은 LCC들의 몫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주항공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기재를 늘려가며 시장을 선점해왔다.

2013년 말 13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2015년 22대로 성장했다. 2017년 30대를 넘어섰고 올해에는 40대도 돌파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말 기준 45대의 항공기를 운용할 계획이다. 지난 6년 간 매년 평균 5대 이상을 도입하면서 순식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뒤를 잇는 굴지의 LCC로 자리잡았다. 진에어·티웨이항공보다 성장 속도가 빨랐음은 물론이다.

◇성장 지속 어려워…공급 속도 조절

항공업계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가운데 고도 성장기가 막을 내리며 제주항공의 전략 수정은 불가피했다. 2017년을 기점으로 공급과 수요 증가세가 역전되면서 항공사들의 탑승률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사들 중 가장 높은 88.21%의 탑승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올해 2분기 2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제주항공 탑승률 추이

제주항공은 더이상의 기재 도입을 자제하면서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것도 중복 해소를 통한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했다.

제주항공은 내년 최대 2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기재도입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제주항공의 내년 항공기 도입은 조절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가변적인 도입 계획을 세운 만큼 내년에 한 대의 항공기도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는다.

여객 증가 속도가 공급 증가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가운데 기재 도입을 통한 외형 확장은 대규모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올해 대부분의 항공사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 내 극복되기 어려운 만큼 과거와 같은 성장 전략은 지속하기 어렵다.

국적 LCC들의 사실상 롤모델 역할을 했던 제주항공의 전략 수정은 다른 LCC들에도 순차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항공업계에 악재가 쏟아지면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않은 많은 항공사들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공급을 늘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제주항공은 M&A를 통한 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미 많은 현금을 축적한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 지배적인 입지를 갖추게 된다. 항공업계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급 조절과 중복 해소가 필요한 가운데 제주항공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M&A로 중복 노선 해소 시도

항공사별 점유율 현황

제주항공의 올해 9월까지의 여객 점유율은 약 10.82%로 나타났다. 대한항공(22.42%)과 아시아나항공(16.23%)에 이어 제주항공은 여객 점유율 3위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뒤를 이어 △진에어(7.21%) △티웨이항공(6.45%) △에어부산(6.44%) △이스타항공(4.96%) △에어서울(1.55%)이 위치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을 인수하면 여객 점유율은 35.04%까지 상승한다. 외항사를 제외하고 국적 항공사들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6%에 달한다. 단숨에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넘어서는 최대 규모의 입지를 항공업계에서 갖추는 것이다.

항공사들 간 대규모 M&A를 통한 성장 사례는 해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트 에어라인과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의 항공사가 됐다. 또 에어프랑스와 KLM이 합병하면서 유럽 항공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리기도 했고 합병 첫 해에 KLM의 수익은 50% 이상 상승했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 사이의 중복 노선을 대거 해소하고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과 제주항공간 코드셰어와 설비 공동 사용 등을 통해 경영 효율을 증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지점과 시스템 등 중복되는 인프라를 해소하면서 비용도 절감한다. 제주항공이 베인앤컴퍼니에 의뢰한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합병 효과가 나타나면 감가상각전이익(EBITDA)은 2028년 매출의 22.5%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9개 항공사들이 난립한 상황에 항공업계에서는 점차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제주항공이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사업자 수가 줄어들면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4사간 중복노선 조정, 점유율 확대 등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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