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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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본격화되는 '새 판 짜기', 용산으로 쏠리는 눈주도권 쥔 현대산업개발, 항공시장 양분…LCC업계 M&A·치킨게임 가능성

유수진 기자/ 임경섭 기자공개 2019-11-15 13:11:00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3일 17: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의 중심 용산이 국내 항공업 구조개편의 진원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항공업계에 '새 판 짜기'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1년 12월 용산 HDC아이파크몰로 본사를 옮긴 뒤 이곳을 기반으로 성장해오고 있다. 이 외 용산을 근거지로 한 펀드의 항공업 관심도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사실상 항공업계 전반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키를 쥐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란 분석이다. 특히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 재편 작업에도 깊숙히 개입하게 될 거란 관측이 많다. '용을 닮은 산(龍山)'에서 시작된 개편 바람이 어떻게 항공업계를 휘감게 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도권 쥔 현산, 한진과 시장 지배력 양분

아시아나항공 매도자인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12일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경쟁자인 제주항공-스톤브릿지캐피탈과 KCGI-뱅커스트릿을 압도하는 인수가격을 제시해 수월하게 승기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이 입찰서에 적어낸 금액은 약 2조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날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첫 사례인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나머지 항공사들의 구조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기초체력이 약해진 LCC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 진행될 거란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대내외적인 악재로 항공사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며 재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주도적으로 새로 판을 짜는 작업에 나서게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전후2

일단 새 주인을 만난 아시아나항공은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가격으로 제시한 2조5000억원에서 구주가격 3000억원 가량을 제외한 2조2000억원이 수혈되면 상당한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올 6월 말 66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뉴머니' 투입 이후 263%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은행에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상환하더라도 1조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쓸 수 있게 된다.

특히 추후 HDC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정몽규 HDC 회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아시아나항공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확고한 의지를 보인 만큼 꾸준한 투자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인수 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초우량 항공사로서의 경쟁력과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매각 완료 후 국내 FSC 시장은 한진그룹과 HDC그룹으로 시장 점유율이 양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현대산업개발은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보유한 한진그룹에 이어 2위의 시장 지배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보유 기재나 취항 노선 등 덩치를 고려했을 때 추가적으로 항공사 인수에 나서지 않는 이상 한진그룹을 뛰어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공정거래법 저촉을 피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 등을 재매각 할 경우 지금보다 규모가 작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추후 현대산업개발이 추가적으로 LCC 인수에 나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M&A냐 치킨게임이냐…LCC 구조개편

양대 항공사의 지각변동에 이어 LCC업계의 구조개편 역시 용산이 진원지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동시에 가져온다. 현대산업개발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향후 활용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시아나항공계열 점유율

국적사 중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공급석 점유율은 올해 9월까지 각각 8.76%와 1.97%를 기록했다. 두 항공사의 공급석 점유율을 더하면 10.73%까지 확대된다. 국내 LCC 가운데 가장 많은 공급석을 가진 항공사는 제주항공으로 점유율이 13.59%에 달한다. 그 뒤를 진에어(9.16%)가 잇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더하면 점유율은 제주항공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서는 셈이다.

LCC 업계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거느리게 될 현대산업개발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놓고 내릴 결단에 따라 LCC 업계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의 결단에 LCC업계가 구조조정이라는 태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두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지배구조상 증손회사인 에어부산을 분리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첫 번째다. 이 경우 LCC 업계에 M&A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운전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꾸준하게 매각설이 제기되는 이스타항공과 함께 여러 항공사가 M&A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한 제주항공의 향후 M&A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제주항공이 장기적 관점에서 다른 LCC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장거리 항공사 도약에는 실패했지만, LCC 업계에서 지배력을 확대한다면 운임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LCC업계 재편을 노리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 등에 3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치킨게임이 진행 중인 항공업계에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든든한 자금을 확보한다면 경쟁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쟁 회사를 위축시킨다는 전략이다.

다만 공급을 늘리더라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거점 한계상 경쟁 항공사의 경쟁력 약화를 통해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에어부산의 거점은 김해·대구에 제한되며 인천에서 확보한 노선은 5개에 불과하다. 에어서울은 인천공항에서만 취항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경쟁사와의 치킨게임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가격을 덤핑해야 하는데 인천공항에서 취항하는 노선이 얼마되지 않는다"며 "인천공항에서는 공급을 늘리기도 쉽지 않아 효과적인 전략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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