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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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400조 시대의 단상 [thebell note]

김수정 기자공개 2019-11-18 08:21:57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4일 07: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순자산이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말 200조원대던 것이 연평균 약 50조원씩 증가했다. 공모펀드 순자산이 5년째 200조원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의 성장세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사모펀드 시장이 팽창한 결정적 계기는 규제 완화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기존 5조원이던 한국형 헤지펀드 최소가입금액을 1억원으로 줄이고 전문사모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도 사모펀드 투자를 고려할법한 여건이 됐다. 실력 있는 매니저들은 헤지펀드 운용사를 차려 독립했다. 비이자 이익에 목마른 은행들도 사모펀드 판매에 팔을 걷어붙였다.

아무리 시장 접근성이 좋아지고 판매사가 권한들 사모펀드가 매력 없는 존재였다면 흥행했을 리 없다. 사모펀드의 퍼포먼스는 공모펀드를 압도했다. 편입자산이 한정적인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비상장주부터 비유동성자산까지 제한 없이 담을 수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우수한 매니저들을 흡수해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덕분에 박스권 증시가 이어지는 동안 사모펀드들은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자금을 모았다.

"사고가 터질 때도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오래 몸담은 이들은 조심스레 이같이 예상하고 있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급격한 성장에는 이면에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과거 인사이트 펀드 손실 사태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녹인(Knock-in) 쇼크를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모펀드와 파생상품 시장을 휩쓴 홍역이 이번에는 사모펀드 시장을 달궜다.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부실 메자닌 펀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로 운용업계가 겪고 있는 성장통은 극심하다. 투자자들은 사모펀드를 등졌고 판매사도 사모펀드에서 손을 뗐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신상품을 내놓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사모펀드 순자산 400조원 시대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승승장구하던 사모펀드 시장에 악재가 겹친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핵심은 이번 사태가 전반적인 시장 위축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운용사나 판매사는 눈앞의 이익과 양적 성장에 얽매여 무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질적 성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치우침 없는 시각으로 규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는 본인의 투자판단을 책임질 수 있는 소양을 기르길 바란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400조원을 고점으로 길고 긴 암흑시대를 보낼지, 풍파를 견디고 건강한 체질로 거듭나 지속 성장할지는 플레이어들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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