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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베트남 스마트폰 보급 주목, 디지털로 승부수"⑤김승록 우리은행 베트남 법인장

하노이(베트남)=진현우 기자/ 최은수 기자공개 2019-11-22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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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9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주재원들은 베트남을 1980년대와 2010년대가 공존하는 사회로 여긴다. 세금 전표를 종이로만 발급받을 수 있는 베트남 은행 시스템은 80년대 한국을 빼다 닮았지만 거리로 나가보면 온통 스마트폰 세상이다.

한 끼에 우리 돈 1000원 안되는 쌀국수를 목욕탕 의자에 앉아 먹는 사람들이 아이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광경은 이질적이다. 동남아판 우버 그랩(Grab)과 모바일 메신저 잘로(Zalo)는 베트남 국민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 가서 한국을 IT강국이라 소개하면 현지에서 코웃음을 친다는 농담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로컬 은행들이 금융업무에 디지털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요원한 실정이다. 로컬 은행에선 IT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관심만 가질 뿐 아직까지 구축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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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록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
김승록 베트남우리은행(사진) 법인장이 후발주자임을 감안해 디지털뱅킹을 소매금융 첨병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전략도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김 법인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2500달러에 불과한 국민들 대다수가 아이폰을 사용한다"며 "뒤늦게 법인 라이선스를 확보한 만큼 효율적인 시장진입을 위해선 디지털화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 현금에서 신용카드,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발전해 온 국내와 달리 베트남은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모바일뱅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법인장은 베트남의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젊은 인구층, 두 가지에 포커싱을 맞춰 실효성 있는 리테일금융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무리한 점포 경쟁에 회사의 자원을 다 쏟아붓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법인장은 "현재 베트남우리은행의 주거래 고객은 한국 기업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소매대출에 국한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개인고객 수를 대폭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툴(Tool)이 무엇일지 지난 2년간 임직원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며 현실적인 솔루션 찾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며 회고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최근 다낭지점을 열며 총 10개의 영업점을 보유하게 됐다. 외국계 1위인 신한베트남은행이 전국에 보유한 지점은 36개. 매년 5개 전후로 지점을 꾸준히 낸다고 가정했을 때 신한베트남은행과 비슷한 수준까지 가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최소 5년은 걸린다. 고도의 경제성장률을 이루고 있는 베트남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5년 이내 어떤 불확실성이 현실화될지는 알기 힘들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두 자릿수였던 예금금리도 현재는 7~8% 수준까지 내려왔다. 16.4%의 이자소득세를 떼는 국내와 달리 베트남은 아직까지 이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이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결국 금융시스템과 규제기준이 향후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 조정된다면 당장 소매금융 영업확장을 통해 기대하는 순이자마진(NIM)은 계속해서 하방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점만 늘리는 방향으로는 원하는 성과를 조기에 이룰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은행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점 경쟁력이 부족한 베트남우리은행은 비대면채널, 즉 모바일의 힘을 빌려 경쟁은행들과 벌어진 격차(Gap)를 빠르게 좁혀나간다는 복안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이 올해 7월 자체적으로 개발해 도입한 신용평가모형도 모바일을 통한 신용대출, 모기지대출, 카론(Car Loan) 등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 하에 진행됐다.

김 법인장은 "베트남 국가 신용정보센터(CIC) 신용정보와 통신사 이용내역 등의 빅데이터를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모형을 개발했다"며 "해당 평가모형은 대출심사 속도와 정확성 부문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여신 자산건전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현재 모바일 채널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베트남 금융시장엔 전자실명제(EKYC)가 법제화돼 있지 않아 비대면 거래로 계좌를 개설하고 금융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감독당국에서도 전자실명제와 관련해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베트남우리은행은 지속적으로 이를 모니터링하며 사전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김 법인장은 "전자실명제를 위해 중앙은행을 설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중앙은행에서 실행모델을 만들어주기 전까진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라도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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