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라인-야후 통합 빅뱅]제국주의에 맞선다던 이해진…'미다스의 손' 맞잡다손정의 7월 방한 때 만남…CEO간 본격 통합 논의 6개월전 시작

성상우 기자공개 2019-11-20 08:24:29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9일 1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포털 '네이버'로 지난 10여년간 한국 인터넷 업계를 평정한 인물이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한때 80%를 훨씬 웃돌았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장악한 구글과 유튜브가 최근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 중인 상황에도 점유율 70%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이 GIO는 일원화된 스탠다드에서 한국 인터넷 시장을 지켜내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 인터넷 시장은 한국인 특유의 생각과 정서가 담긴 공간이다. 똑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더라도 그 검색어로부터 찾고자 하는 결과값은 미국인과 한국인이 다를 수 있다. 거대 글로벌 기업이 한 국가의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면 이 같은 국가별 특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이 GIO 생각이다.

이 GIO는 구글과 유튜브의 무차별 공세를 홀로 막아내고 있는 네이버의 현 상황을 '삼별초'에 비유한다. 지난 6월 열린 컨퍼런스에서 그는 "시총이 1000조에 육박하는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최근 글로벌 인터넷 업계 상황을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쓰고싶다"면서 "네이버는 이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했던 회사라는 평가를 받길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프랑스에서 조성한 유럽 투자펀드명 '코렐리아' 역시 영화 '스타워즈'에서 우주 무법자들에 대항하는 연합군 베이스캠프가 있는 행성명에서 따온 것이다.

이해진 손정의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GI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각사]

그런 그가 일본 굴지의 IT기업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과 손을 잡았다. 이번 동맹으로 이 GIO와 손 회장은 이용자 1억3000만명을 보유한 '메가플랫폼'을 탄생시켰다. 적어도 일본 내 기업들 중에선 경쟁자가 없어 보인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공룡들에 대항하기 위한 생존 동맹이라는 게 업계 지배적 시각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구글에게 검색 시장을 완전히 뺏기지 않은 전 세계에 몇 안 남은 국가다. 소프트뱅크가 Z홀딩스를 통해 운영하는 '야후재팬'은 일본 검색 시장 점유율 22%, 보유 이용자 5000만명 수준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네이버처럼 자국 시장 점유율 80%대를 넘나들기도 했으나 구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GIO와 손 회장의 중대 결단은 이같은 공통의 위기의식에서 이뤄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세계 시장에서 몇 안남은 구글의 미정복지를 양측이 힘을 합쳐 지켜내자는 복안이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서울에서 한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방한한 손 회장을 만나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3세들이 주로 참석한 이 자리에 이 GIO도 참석했다. 재계 3세들과 달리 손 회장과 이 GIO는 직접 창업을 하고 굴지의 IT 기업으로 키워낸 경험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두 사람간 협업 의지가 싹이 텄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당시 네이버는 10년이란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일본 시장을 제패한 라인 메신저를 활용해 금융 신사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현지 경쟁사와의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수천억원의 마케팅비를 쏟아 붓는 중이었다. 당시 함께 출혈경쟁을 진행하던 경쟁사 중 한 곳이 야후재팬의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페이(PayPay)였다.

손 회장 역시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2년전 107조원 규모로 출범한 소프트뱅크 주도의 '비전펀드' 피투자사들이 천문학적 손실을 내며 손 회장 입지도 위태로워졌다. 비전펀드 기대주로 꼽혀왔던 '우버'와 '위워크'가 각각 9억9000만달러, 18억달러 적자를 내면서 소프트뱅크 실적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6일 순손실 7001억엔(한화 약 7조44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통합은 이 GIO와 손 회장,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고전하던 상황을 단번에 해소할 뿐 아니라 공통의 적인 구글 제국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발판도 장기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윈윈'의 빅딜로 평가받는다.

라인-야후재팬 통합
[자로=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통합 논의에 본격 속도를 붙일 수 있었던 기폭제는 라인과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 양측 CEO들간 정례 식사자리에서 나왔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이사와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대표가 6개월 전 가진 식사자리에서 양사 통합에 대한 실질적 이야기가 논의된 것이다.

최초 제의는 야후재팬 측이 했다. 가와베 대표가 "세계 인터넷이 미국과 중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무언가 큰 일을 할 수 있을 게 없을까"하고 제안했다. 이에 이데자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강한 경쟁자들이 있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무언가 해야 했다.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화답했다.

최종 의사결정자에 대한 보고는 6월과 9월 각각 이뤄졌다. 이데자와 대표가 지난 6월에 모회사인 네이버와 통합 관련 논의를 거쳤고 동의를 받아냈다. 손 회장은 9월에 가와베 대표로부터 경영 통합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젠테이션을 본 손 회장은 곧바로 '100% 찬성'했다는 후문이다.

실무 작업을 포함한 양사의 통합 과정은 내년 10월께 완료될 전망이다. 이번 통합으로 네이버는 일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검색 경쟁력과 금융 신사업 발판을 확보했고, 소프트뱅크는 자국 8800만명, 전 세계 6억명 규모의 모바일 플랫폼을 얻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통합을 두고 "기업 인수합병 윈윈의 정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향후 드러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미다스의 손' 손정의 회장의 리더십 시너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