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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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대책 후폭풍]증권사, ELS 판매확대 '조짐'…지점·PB '긴장 고조'은행판매 제동, 자체판매 늘려야 헤지운용 가능…영업점 '부담백배'

최필우 기자공개 2019-11-22 08:11:05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0일 15:0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판매 확대에 나설 조짐이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사후 대책 여파로 은행을 통한 ELS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신규 자금이 원활하게 수급되지 않으면 자체 헤지 북(book)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일선 영업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자율적 판매를 원하는 영업점 PB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규자금 없으면 기존 헤지 포지션 무의미"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 증권사는 이번주 초 전사 컨퍼런스 콜에서 ELS 자체 판매 확대를 논의했다. 지난주 14일 금융위원회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은행권을 통한 ELS 판매가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는 자사 영업점을 통한 판매를 늘려야 급격한 발행량 축소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예년 수준의 발행량을 유지하려는 건 목표로 한 발행 수수료를 수취하는 동시에 원활한 자체 헤지 운용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ELS 발행과 헤지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은 증권사 S&T(Sales & Trading) 부문이 맡고 있다. 세일즈 측면에서 원활하게 신규 자금을 확보해줘야 이를 바탕으로 트레이딩 조직이 원하는 헤지 포지션을 구축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본사 S&T 조직이 영업점에 ELS 판매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적지 않았다. 증권사 PB라고 해서 모두 ELS를 주력 상품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데 본사 요청으로 부득이하게 상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또 PB가 ELS를 자산관리 수단으로 쓰고 있다 해도 본사가 원하는 판매 타이밍과 어긋날 때도 많았다.

이런 사내 갈등은 은행이 ELS 메인 판매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올 상반기 발행된 ELS 47조6000억원의 인수 현황을 보면 은행신탁이 27조7000억원(58.2%)으로 증권사 일반공모로 팔린 10조4000억원(21.8%)을 압도한다. 증권사 역시 은행 고객 선호에 맞춰 ELS 기초자산과 구조에 변화를 줬다. 자연스럽게 증권사 PB들의 부담도 줄어드는 추세였다.

은행신탁
*출처:금융감독원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은행 채널이 막히게 되면서 증권사는 다시 자체 판매를 늘려야하는 상황이다. 당장 일선 영업점을 관리하는 WM 조직에 점진적인 ELS 판매 확대를 요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펀드, 랩어카운트를 비롯한 나머지 금융상품 개발 조직과의 이해관계 조율도 필요하다. 이에 실패해 신규 자금이 끊기면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전제하고 구축한 기존 헤지 포지션도 무의미해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 ELT 판매 만으로 가져가는 마진이 적지 않았으나 막강한 판매력을 갖춘 덕에 헤지 운용을 하고 있는 증권사 입장에선 든든하기도 했다"며 "은행권 ELS 판매가 어느정도로 줄어들지 당장 가늠이 되지 않지만 증권사가 자체 판매를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도 파생상품 투자심리 위축…판매 확대 쉽지 않을듯

증권사가 자체 판매 비중을 높이는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DLF 손실 사태 이후 은행 고객 뿐만 아니라 증권사를 이용하는 투자자들도 파생상품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다. 여기에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ELS 시장 뇌관으로 떠오른 상태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등의 여파로 증권사가 기존 판매상품 리스크 점검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갑자기 ELS 판매가 늘어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영업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중시되고 있는 분위기도 감안해야 한다. 시중은행이 영업점 핵심역량지표(KPI) 내 고객 수익률 비중을 높이는 등 영업 활동에 본사의 의도가 개입되는 걸 차단하는 추세다. 앞으로는 무리해서 비이자수익을 추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본사 헤지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ELS 판매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는 얘기다.

이같은 이해관계 충돌을 감안해 자체 헤지 규모를 줄이고 있는 증권사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자체 헤지 비중을 대폭 낮추고 헤지 리스크를 외국계 증권사에 전가하는 백투백 헤지를 늘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ELS 자체 헤지의 효용 대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영업점 KPI 폐지 후 과정가치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ELS 자체 헤지를 전처럼 이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PB는 "금융상품 판매 전략에 본사 의견이 아주 배제될 순 없지만 ELS 같은 파생상품 판매 지시가 내려오면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파생상품이 아닌 다른 금융상품도 판매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당장 ELS 판매량을 늘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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