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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발행 '98%'…공모 활성화 왜 어렵나 [CB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③발행사, 조달비용·불확실성 '기피'…메자닌 헤지펀드, 수요예측 수행 '안착'

이민호 기자공개 2019-12-05 08:09:05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CB 시장은 헤지펀드의 진입으로 개인들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인 CB는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 투자자산으로 한동안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CB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메자닌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 중에서도 투자 비중이 높은 CB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개선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6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 전환사채(CB)의 부작용을 공모시장 활성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공모발행을 취할 경우 발행사가 증권신고서 제출과 신용등급 평가 등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전환청구권과 풋옵션 행사시기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사모발행에 비해 높은 이자율을 제시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는 메자닌 투자전문 헤지펀드가 사실상 수요예측 역할을 담당하며 비우량기업을 걸러내고 있는 만큼 공모와 사모 시장을 모두 열어두고 발행사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4조 CB시장, 공모발행 단 2%…발행사 조달비용·불확실성 '부담'

국내 CB 발행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5년 5081억원이었던 CB 발행액은 올해(11월 22일 기준) 4조2309억원을 기록하며 4년새 8배 이상 급성장했다. CB 발행이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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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는 사모발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CB 사모발행액은 4조1445억원으로 CB 전체발행액의 약 98.0%를 차지했다. 공모발행액은 풀무원 66회차 CB(700억원)와 흥아해운 18회차 CB(151억7900만원)를 포함해 865억원으로 약 2.0%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공모발행액 비중을 보더라도 웅진에너지가 4회차 CB(628억5570만원)와 5회차 CB(47억4149만원)를 공모로 대규모 조달했던 2016년 5.5%로 이례적으로 높았을 뿐 대부분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CB 공모발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사모 CB의 불투명한 거래구조로 시장에 정보비대칭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사모 CB 발행으로 급전을 조달했던 한계기업이 상장폐지되거나 회생절차까지도 가는 사례가 발생하며 시장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CB를 공모로 발행할 경우 사전에 신용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는데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발행정보가 사전에 시장에 알려져 정보비대칭이 완화되고 발행사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B 공모발행이 현재 국내 시장상황에서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발행사의 조달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 신용등급 평가와 증권신고서 제출 등 일련의 과정에 큰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발행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0년 초반과는 달리 발행사 수가 많아진 반면 회차별 발행액은 줄어 굳이 공모발행으로 다수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필요성도 감소했다.

발행사가 투자자 관리에서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도 공모발행을 꺼리는 요인이다. 사모발행의 경우 전환청구권 또는 풋옵션 행사시기 도래 전 약 두 달의 기간을 두고 투자자와 협상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발행사 재무상황이나 주가흐름에 따라 행사수량과 시기를 조정하거나 필요시 행사조건까지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뿌려지는 공모발행을 취하면 발행사로서는 발행 이후 유연한 대처가 어렵다.

◇메자닌 헤지펀드, 사실상 수요예측 수행…"공·사모 모두 열어둬야"

인수자 측면에서 보면 은행과 보험사 등 비교적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기관들은 BBB+ 이하 하이일드 시장에 대한 투자수요가 비교적 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CB를 공모로 발행하더라도 이들 수익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발행사가 일반적으로 더 높은 이자율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은행과 보험사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 증권사 자기자본(PI) 투자와 헤지펀드 운용사 등 모험자본이다. 증권사 PI의 경우 셀다운 목적이 대부분이므로 주요 플레이어는 헤지펀드 운용사로 봐야한다.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가 도입되며 다양한 하우스가 메자닌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수성자산운용, 에이원자산운용, 라이노스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아샘자산운용, GVA자산운용 등 메자닌 투자전문 하우스가 실질적으로 인수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모험자본이 메자닌 인수시장에 유입되며 사모발행 활성화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들 주요 운용사들이 사실상 수요예측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CB 발행주관사는 이들 운용사에 우선적으로 태핑하는 작업을 대부분 거친다. 이 때문에 비우량 발행사가 무리하게 자금조달을 추진할 경우 이자율이 상승하거나 발행액이 축소되고 아예 발행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발행주관사로서도 공모발행에서 정해진 조건에서 수요예측에 실패할 경우 잔여발행액을 크게 떠안아야 하는 위험도 회피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준공모시장인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이 사모시장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입장이다. QIB시장을 이용하더라도 발행사가 비록 간소하지만 일정 수준의 증권신고서를 작성하는 등 사모발행보다는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된다. QIB시장에서 CB 투자수요가 형성돼있는지도 의문이 따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 CB시장은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부담스럽거나 불필요한 중소기업들의 또 다른 자금조달 창구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정 시장으로 제한하기 보다는 공모와 사모 시장을 모두 열어두고 발행사에 시장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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