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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을 움직이는 사람들]'40년 해운 한우물' 추성엽 사장, 하림서 제2의 날개⑥김홍국 회장, 팬오션 CEO로 낙점…임직원 높은 신뢰 '덕장' 평가

박상희 기자공개 2019-12-03 13:55:55

[편집자주]

2015년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대기업으로 우뚝선 그룹이 있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으로 출발해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하림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1978년 창립부터 42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하림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없다. 아니, 조직문화를 만들지 말자는 게 하림의 기업문화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 직장'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곳, 단 한번의 뒷걸음질 없이 앞만 보며 성장해 온 하림그룹을 이끄는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8일 13: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닭고기 전문 업체라고 알려진 하림그룹이 해운업에 진출한다고 하니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죠. 하림그룹에 인수된다는 소식과 함께 바로 추성엽 사장(사진)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을 해운업에 바쳐온 사람인데다 회사의 흥망성쇠를 오래동안 함께 해 온 분이니까요."

추성엽 사장이 팬오션 대표이사가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들이 비단 팬오션 임직원뿐이었을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팬오션 인수전에 뛰어든 직후부터 CEO 선임을 고민했다. 계열사의 '독립경영', '자율경영'을 주창해 온 만큼 믿고 기업 경영을 맡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김 회장의 선택은 40여 년 가까운 세월을 해운업에 바쳐왔고, 범양상선 시절부터 회사의 명운을 함께 해 온 추성엽 사장이었다.

◇김홍국 회장, 팬오션 인수 자문위원으로 추성엽 사장 위촉…CEO로 일찌감치 '눈도장'

추성엽 사장은 1955년 생으로 대구 출신이다.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범양전용선에 입사했다. 추 사장도 당시는 몰랐을 것이다. 본인이 입사한 해운사와 평생을 함께하게 될 줄은 말이다.

2019112801010002028추 사장은 1982년 해운업에 발을 내딛은 이후 한번도 이직을 한적이 없다. 다만 기업 주인이 바뀌면서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단순한 M&A(인수합병)도 아니었다. 회사가 두 차례나 법정관리를 받으며 구조조정을 거치는 아픔을 겪었다.

팬오션 전신인 범양상선은 1980년대 재무구조 악화로 첫 법정관리를 받았다. 2004년 STX그룹으로 편입돼 부활의 날개 짓을 펼쳤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2013년 6월 또 다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같은 회사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이가 바로 추 사장이다.

추 사장은 평생을 바쳐온 해운업은 물론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회사가 두 번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뼈아픈 시련을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또 다시 팬오션 사장직을 수락한 것은 본인이 40년 가까이 몸 담아온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와 집념의 표출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추 사장이 팬오션 대표이사 직을 수락한 데는 김 회장이 독립경영 및 자율경영을 보장한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팬오션의 1차 법정관리는 당시 오너 리스크 때문이었고, 2차 법정관리는 STX그룹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계열사 지원 부담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추 사장은 하림그룹 오너인 김 회장의 독립경영 약속을 오너 리스크와 그룹 계열사 지원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팬오션 인수자문단을 꾸릴 때 추 사장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며 대표이사 선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당시 산업은행 측에서 추 사장을 팬오션 대표이사로 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중요한 건 김홍국 회장이 전격적으로 인수한 팬오션 경영을 일임할 적임자로 추 사장을 낙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로열티·해운맨 자부심 높아…공격 성장보단 안정성·리스크 관리 '무게중심'

추 사장의 팬오션 경영 성적은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팬오션은 올 3분기까지 23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팬오션은 3분기 매출 6822억원, 영업이익 6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6%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10.2%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1조8492억원, 영업이익 158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8.3%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4.8% 늘었다.

재무상태도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은 2016년 69%, 2017년 62%, 지난해 말 기준 55%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52%다.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016년 말 기준 2087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2451억원으로 늘어났다.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609억원이다.

김 회장이 강조하는 곡물운송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곡물수송(팬오션)-사료(천하제일사료)-닭고기(㈜하림) 및 돈육(선진, 팜스코)-B2C(NS쇼핑)'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완성 차원의 거래라고 설명한다. 3분기 곡물운송 매출액은 961억원을 기록했다. 팬오션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판매 곡종 다변화 및 고가 곡물 판매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 곡물 트레이딩 사업도 하림그룹에 인수된 뒤 새롭게 시작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추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2022년 3월까지 팬오션을 이끌게 됐다. 한 번 김 회장의 신뢰를 얻으면 장기 집권이 가능한 하림그룹 조직 특성을 감안할 때 추 사장도 장수 CEO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하림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장수 CEO다.

추 사장은 뛰어난 업무능력과 빠른 판단력으로 용장이라는 별명과 함께 더불어 후배들을 덕으로 감싸는 포용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STX그룹에서 ㈜STX 사장을 역임하던 시절 많은 이들이 그룹을 떠나가는 동안 자리를 지키며 그룹의 최종 운명을 마무리 한 뒤 사퇴한 일화가 특히 유명하다. 기업가로서 무한 책임감을 실천해 재계에서 박수를 받았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추 사장이 5년 만에 친정 팬오션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런 책임감 있는 모습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추 사장은 최근 해운업 시황을 고려해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안정경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점진적인 성장을 선호한다.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소 임직원에게 '안정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TX팬오션 시절 벌크영업담당 임원(부사장)을 지낸 영업통이지만 숫자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직원과 격의 없이 지내지만 업무 스타일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돌파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보도자료 토씨 하나까지 직접 수정할 정도로 매사 꼼꼼하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추성엽 사장은 김홍국 회장의 경영 능력과 스타일에 신뢰를 갖고 팬오션 대표이사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회장도 그간 추 사장이 보여준 경영 성과에 높은 신뢰를 표하고 있는 만큼 현재는 상호 신뢰하는 관계가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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