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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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금융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영원한 '허과장' 허남권…'맛집' 신영운용 꿈꾸다⑦'스스로 굴러가는 회사' 경영 방침…고객신뢰 최우선 목표

김진현 기자공개 2019-12-05 13:03:03

[편집자주]

신영금융그룹은 신영증권이 중심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2016년 환갑을 넘긴 한국 증시와 함께 성장한 3대 장수 증권사 중 하나다. 무리한 사세 확장보다는 보수적 성장을 추구했고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장점을 결합시켜 내실있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안정 속에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신영금융그룹은 최근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까지 획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즉근영(信則根榮)' 철학아래 신영금융그룹의 조용한 성장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07: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정됨_허남권 대표 사진"과장때나 지금이나 하는 일은 똑같습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사진)는 과장 1년차인 1996년 신영증권에서 신영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겼다. 등산이 취미였던 허 과장은 산을 오르듯 차근차근 올라 지난 2017년 대표자리에 올랐다.

그는 펀드매니저의 업무와 경영자의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을 하고 선택이 옳다는 걸 증명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가 과장 1년차와 지금이 별 다를 게 없다고 표현한 이유다.

허 대표는 신영자산운용을 '맛집'을 표현한다. 오래된 맛집은 단일 메뉴로 승부하지만 꾸준히 손님이 찾는다. 오직 맛으로만 승부하는 맛집처럼 신영자산운용도 가치투자라는 변하지 않는 철학으로 고객들의 장기 수익률을 개선하는 임무를 맡겠다는 것이다.

◇ '조용한' 연임 성공…31년 근속 비결 '믿음'

허남권 대표는 지난 5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2022년까지 신영자산운용을 이끌게 됐다. 외형보단 내실을 중시하는 신영맨답게 연임 사실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원국희 회장은 한번 신뢰한 사람은 끝까지 믿는 스타일로 알려져있다. 허 대표가 첫 임기를 지낸 2017년부터 2019년 상반기는 주식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였다. 이는 주식형펀드 수익률 저하로 이어졌고 신영자산운용 펀드들도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부진한 성과를 낸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이지만 원 회장은 다시한번 허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허 대표는 신영금융그룹에서만 31년째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신영증권에 입사했다. 그는 신영금융그룹이 '잘 맞는 옷' 같다고 말한다. 꾸준히 성과를 내야한다는 건 달리 말하면 리스크 없이 가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신영금융그룹 자체가 여의도의 시계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허 대표는 이런 느린 시계 속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은 케이스다.

그는 신입사원 시절 들었던 '고객의 신뢰를 얻어라'라는 말을 31년째 품고 있다. 고객의 신뢰를 얻은 게 과장 허남권이 대표이사가 된 비결이다. 회사의 목표가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면 이를 충실히 수행하면 회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된 것이다. 신영의 느린 시계는 높은 성과를 닦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포트폴리오가 성과로 증명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얻으며 회사의 장기근속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됐다.

그는 '소신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신영금융그룹의 장점으로 꼽았다. '고객 장기 수익률 개선'이란 목표가 뚜렷하니 감놔라 배놔라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방향이 정해져있는 배를 이래라 저래라 하며 타를 돌리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원 회장의 믿음이 반영된 결과다.

허 대표는 전권을 쥐고 있지만 연임 후에도 큰 변화는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 회장이 자신을 믿어준 것처럼 후배들을 믿고 자신이 선택한 투자철학을 믿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휘둘리지 말고 칼자루를 스스로 쥐고 휘둘러야 한다'는 허 대표의 표현처럼 그는 앞으로도 신영자산운용을 스스로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회사로 경영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제2의 이상진·허남권 발굴 '임무'…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조직 만든다

신영자산운용은 지난 2008년 이후 11년째 인턴을 선발해 매니저로 키우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인턴을 통해 선발된 신입사원은 3년간 리서치를 하면서 주식운용 경험을 간접 체험한다. 허 대표 역시 기업 분석을 통해 배웠던 과거의 경험이 큰 재산이 됐다고 회상한다.

허 대표는 자신이 떠나더라도 신영자산운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신영자산운용은 사람이 아닌 조직으로 굴러가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신영의 로고처럼 변치않는 소나무같은 조직을 만드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변화가 없는게 변화"라는 다소 역설적인 말로 경영자로서의 임무를 소개한다. 선배이자 전 대표였던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고문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떠나더라도 조직이 변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말한다.

매년 선발하는 인턴이 언젠가 제2의 이상진, 허남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주식 시장의 침체와 대표 매니저 이탈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회사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이유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후배 매니저가 꾸린 포트폴리오를 본부장 그룹이 점검하고 이를 다시 대표가 살피는 방식으로 후배 양성이 이뤄져오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이 스스로 굴러가는 회사를 모토로 삼은데는 모기업에 의존하기 어려운 환경도 한몫했다. 허 대표는 처음 신영자산운용에 합류했을 당시 전 직원이 모여 신영증권과 '각자도생(各自圖生)' 하자는 목표를 세웠던 것을 회상했다. 증권사인 모회사가 있지만 판매채널로서 입지가 공고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꾸준히 성과를 내는 회사를 만들어야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신영증권이 신영자산운용 판매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정도라고 설명한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곧장 외면받는 시장에서 신영자산운용 펀드가 꾸준히 팔릴 수 있던 것도 꾸준한 성과 덕이다. 허 대표는 최근 2~3년간 주식 시장의 부진 등이 겹치면서 가치투자보다 이벤트성 투자가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운용능력은 사람이 아닌 회사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최고투자책임자(CIO)로서도 후배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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