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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넘인베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황창석 부사장, '바이오 심사역'서 '코디네이터'로②'원펀드' 대표펀드매니저 투자 총괄, '따로 또 같이' 철학 실현

안경주 기자공개 2019-12-03 08:17:20

[편집자주]

업계 맏형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1988년 설립된 이래 척박한 투자 환경 속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벤처캐피탈(VC)이다. 다양한 국내외 경제 및 산업구조의 변화흐름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벤처투자 명가로 자리를 잡았다. 업계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하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국내 VC의 펀드 대형화 물꼬를 튼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에이티엄인베스트먼트의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분야 전공자도 흔치 않고 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자도 거의 전무했던 1990년대 중반, 황창석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사진)은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벤처캐피탈(VC)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존슨앤존슨메디칼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으면서 벤처캐피탈에 대한 정보를 얻었던 게 전부였지만 기업의 생애주기와 자본시장 논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직업이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황 부사장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국내 1호' 바이오 전문투자 심사역, 굵직한 투자로 입지 다져

[크기변환]사본 -황창석 부사장황 부사장은 현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간판으로 신기천 대표이사(부회장)와 쌍두마차로 불리며 국내 바이오 심사역 중 최고참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 벤처캐피탈업계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서강대 생명과학과·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존슨앤존슨메디칼을 거쳐 뒤늦게 벤처캐피틸업계에 입문했다.

바이오업체에 대한 투자를 해보고자 1996년 한림창업투자에 입사했다. 바이오 투자의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바이로메드(현 헬릭스미스)를 발굴해 1500%의 수익을 남겼다. 이후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국내 바이오 대표업체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하지만 한림창투와의 인연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2005년 한림창투의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새롭게 인연을 맺은 곳이 지금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할 당시 '벤처버블'이 꺼지던 시기였고, 황우석 사태로 바이오분야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았던 시기였다. 벤처캐피탈들이 투자심사역을 충원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실제로 황 부사장은 기업체의 CFO로 갈지, 벤처캐피탈리스크로 남을지를 놓고 고민하기도 했다.

향후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황 부사장의 손을 잡은 인물은 신기천 대표이사다. 당시 바이오 투자를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를 갖고 신 대표가 적극 영입에 나서면서 황 부사장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할 수 있었다.

황 부사장은 새 둥지에 자리를 잡았지만 바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충북 오창을 중심으로 바이오분야에 투자하는 11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했지만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 실패로 수익률이 4~5%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부사장은 끊임없이 성장성 높은 벤처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 트렉레코드를 쌓아나갔다. 결국 '국내 1호' 바이오 전문투자 심사역이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다양한 투자를 성공시키면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메디톡스, 셀트리온, 팬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등 다수의 바이오 상장 기업이 설립 초창기 그의 투자 심사를 거쳤다. 대한민국 바이오 벤처 투자의 희로애락, 시작과 현재를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일한 대표펀드매니저, 투자 코디네이터로 변신

확실한 트렉레코드가 쌓이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내 위상도 높아졌다. 2011년 12월 이후 결성된 모든 벤처투자 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 자리를 황 부사장이 꿰찼다. 현재 황 부사장이 대표펀드매니저로 선임된 투자 조합은 총 4개며, 운용자산 규모는 7600억원에 육박한다.

황 부사장이 모든 벤처투자 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원펀드(One-Fund)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다수 펀드를 운용하는 대신 한 펀드 내에서 산업별, 성장 단계별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펀드 소진율을 달성하지 않으면 추가로 펀드 조성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간 바이오 투자에 집중했던 황 부사장에게 투자 코디네이터로서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 영향도 있다. 역설적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운용 중인 모든 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실제로 황 부사장은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으면서 바이오 투자 실무를 맡기도 하지만 투자 코디네이션 업무 비중을 높이고 있다. 바이오 이외의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는 맹두진 전무와 김제욱 상무 등에 맡기고 있지만 심사역 관리 등은 황 부사장의 몫이다.

이 때문에 심사역 간에 협조가 잘 돼 원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 등에서 힘쓰고 있다. 또 심사역이 맡은 개별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관리한는 것도 코디네이터로서 그의 몫이다. 특히 후배 힘사역들을 앞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대표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도 황 부사장의 역할이다.
황창석 부사장 프로필

◇'따로 또 같이' 추구하는 투자철학

서로 다른 생각을 같고 있는 심사역 사이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황 부사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따로 또 같이'라는 투자철학이 있었다.

심사역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유니크한 경력을 토대로 전무성을 갖추고 있다. 투자 검토부터 회수의 과정을 보면 각각의 심사역이 '따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심사역이지만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오너십을 갖고 일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또 같이' 일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원펀드 전략을 내세워 투자 과정에서 소외된 심사역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소수 정예로 규모 있는 펀드를 운용하기 위한 원펀드 전략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구성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피투자회사와의 관계에서도 이 같은 철학이 묻어난다. 투자를 집행한 피투자회사와 한 몸처럼 충분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만 자칫 같이 간다는 점만을 강조하면 경영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따로 또 같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생각으로 피투자회사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황 부사장의 생각이다.

황 부사장은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바이오 업종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이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분야에서 좀 더 능동적이고 규모있게 투자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바이오/헬스케어 전문펀드 운용도 계획도 고심하고 있다.

황 부사장은 "우리(벤처캐피탈)가 할 일을 좋은 업체를 찾아서 투자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투자활동이) 멈추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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