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몸값 커진 푸르덴셜생명 채권평가익 덕에 순자산 팽창…자본가치만 2.9조
원충희 기자공개 2019-12-02 09:18:5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의 가격으로 2조원대가 거론되고 있다. 비교군(피어그룹)인 오렌지라이프 매각 때 적용된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은커녕 순자산가액(2조9588억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저금리 기조로 푸르덴셜생명의 자본여력이 팽창되면서 장부상 가치와 시장 예상가격 간의 괴리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우량 생명보험사 매물로 주목받고 있는 푸르덴셜생명은 미국계 기업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와 리스크관리 방식에서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국내 생보사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RBC지급여력비율이 500%를 넘을 정도로 건실한 회사다. 이런 이유로 올 초 신한금융그룹에 편입된 오렌지라이프가 주요 비교대상으로 거론된다.
오렌지라이프의 경영권 지분(59.15%) 매각가격은 2조2989억원으로 약 1.1배의 PBR을 적용받았다. 이를 푸르덴셜생명의 상반기 기준 순자산(자본총계) 2조9588억원에 대입할 경우 3조원 단위가 넘는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2조원 안팎이다. 자본총계보다도 적다. 장부상 가치와 시장 예상가 간의 차이가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이 저금리로 인해 팽창돼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보험사의 자기자본은 자본금, 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누계액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 가운데 주목할 부분이 기타포괄손익 누계액이다. 보유 중인 금융자산의 평가손익이 여기에 반영된다.
푸르덴셜생명은 최근 몇 년간 증자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본금은 예나 지금이나 1500억원 그대로다. 이익잉여금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1조9828억원으로 2년 전인 2017년 말(1조8334억원) 대비 1494억원 증가했다. 매년 1600억~1700억원의 순이익이 잉여금에 반영됐으나 연간 500억~700억원의 배당을 미국 대주주에게 보내면서 증가수준은 소폭에 그쳤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기타포괄손익 누계액은 4061억원에서 8256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RBC비율이 2년 만에 416.58%에서 505.13%로 치솟은 데는 기타포괄손익이 크게 기여했다. 채권평가이익이 반영된 덕분이다.
보헙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운용자산의 절반가량이 채권인데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치가 상승한다"며 "그만큼의 평가손익이 자본계정(기타포괄손익 누계액)에 반영되면서 순자산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와 오렌지라이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9월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때 PBR 1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자 시장에선 고밸류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공정가치 측정결과는 오히려 1조원 이상의 염가매수차익 발생이었다. 그만큼 싸게 샀다는 의미다. 금리하락으로 보유채권의 평가이익이 대거 생기면서 오렌지라이프의 자본가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재무제표에 반영했다가는 손익안정성이 훼손되고 향후 예기치 않은 비용을 치를 것을 우려한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의 부채가치를 미리 시가평가하는 방식을 적용해 영업권으로 처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이 우량매물이긴 하나 매각 측에서 원하는 PBR 1배 수준의 가격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속된 금리하락 기류로 인해 순자산가액이 팽창된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베스트
-
- 회계법인 해솔, 부동산 타당성 자문 업무협약
- 다올운용 라인업 확대 '총력'…해외재간접 펀드 출시
- [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브이아이운용, 현대엘리 표대결서 이사회측 손들었다
- [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다올운용, 삼성전자 이사 후보 '리스크 관리 미흡'
- [성과연동 펀드판매 확산]당국 눈치보며 쉬쉬…법령해석 재확인후 '본격화' 조짐
- [IB 풍향계]한투까지 성과급 이연…증권가 IB '줄잇는' 이직 면담
- [IPO 모니터]'상장 '드라이브' 이피캠텍, 딜레마 빠진 'RCPS 콜옵션'
- [IPO 모니터]'역성장' 롯데글로벌로지스, '알리·테무'가 반전카드?
- [LP Radar]회원지급률 낮춘 과기공, LP 금리 고점 찍었나
- [VC 투자기업]인테리어 유니콘 '오늘의집', 미국 법인 설립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실적 저하에도 현금 쌓이는 삼성SDS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전기, 4년 만에 잉여현금흐름 순유출 전환
- 경영진 인센티브의 명암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SDI, 1조 번 배터리에 시설투자 4조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디스플레이, 전자 배당에 현금 보유량 감소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전자, 늘어진 현금 사이클…해법은 '매담대' 확대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한미반도체, 트렌드·장래성·주주환원 '3박자'
- [기업집단 톺아보기]'그룹 핵심'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 증가폭 둔화 '숨통'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배당주 코리안리, 자사주 대신 무상증자 택한 이유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삼성전자, 연 10조 배당…믿는 구석은 반도체 '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