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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넘인베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미래성장 베팅' 김제욱 상무, SW 투자 이끈다④스마트폰 확산 계기, 투자 본격화…에코마케팅·리디북스 등

안경주 기자공개 2019-12-05 07:53:48

[편집자주]

업계 맏형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1988년 설립된 이래 척박한 투자 환경 속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벤처캐피탈(VC)이다. 다양한 국내외 경제 및 산업구조의 변화흐름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벤처투자 명가로 자리를 잡았다. 업계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하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국내 VC의 펀드 대형화 물꼬를 튼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에이티엄인베스트먼트의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4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제욱 상무(사진)는 10년 전인 2010년 1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하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책임연구원 출신인 김 상무는 소프트웨어(SW) 전문가로서 보장된 삶에서 벗어나 이름도 생소한 벤처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대우정보시스템과 삼성전자를 거치며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기술소싱 전문가로 정평이 났지만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삶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동시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긴 시점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관심 많던 엔지니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변신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김 상무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입사한 후 소프트웨어 개발과 기술 관련 기획업무를 주로 맡았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관심있는 비즈니스와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을 연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김 상무는 엔지니어로서 성공하겠다는 생각보다 비즈니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만해도 벤처캐피탈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술소싱을 위해 삼성그룹내 삼성벤처투자와 협업을 하면서 벤처캐피탈업계를 알게 된 영향도 컸다. 결국 벤처캐피탈로 자리를 옮기겠다고 마음 먹은 김 상무는 1년간의 준비 끝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수많은 벤처캐피탈 중에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배경은 우연한 계기였다. 김 상무가 벤처캐피탈업계에 뛰어들고자 했던 2000년대 후반은 일반인들이 벤처캐피탈사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거의 없던 시기다. 이 때문에 지인 등의 소개를 받아 업계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김 상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 상무의 구명줄은 미래에셋벤처투자로 자리를 옮긴 채정훈 상무였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상무로 재직 중이던 채 상무를 수소문 끝에 찾아간 김 상무는 면접을 볼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현재까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몸을 담고 있다.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투자, 실리콘밸리 2~3회 방문

김 상무가 우여곡절 끝에 합류했지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선 '굴러온 복덩이'이라고 부르는데 부족함이 없다. 소프트웨어, 모바일서비스, 게임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맞춘 투자를 이끌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김 상무가 입사한 2010년의 벤처투자 트렌드는 핸드폰 부품, 디스플레이, 반도체 장비 등 '소부장' 중심이었다. 심지어 조선·자동차·기계 분야의 회사에도 투자를 하던 시기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투자도 이 같은 산업 트렌드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스포트웨어 투자를 하고자 벤처캐피탈업계에 뛰어들었던 김 상무 역시 '소부장' 중심의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아이폰이 국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소프트웨어, 게임, 모바일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커졌고 본격적인 투자도 이뤄지게 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온 김 상무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그리고 김 상무의 성과는 고스란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 이어졌다.

데이터 분석 기반 모바일 마케팅기업 '에코마케팅'이 대표적이다. 김 상무는 2014년 에코마케팅 대표와 만나 모바일 광고분야 진출을 목적으로 투자를 하게됐다. 당시 단일투자 규모로 105억원에 달하는 큰 투자였다. 2016년 에코마케팅 상장을 계기로 투자금을 회수한 김 상무는 4배가 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컴퓨터 그래픽(CG) 원천 기술을 제공해 주목을 받았던 클로버추얼패션도 김 상무가 주도한 투자다. 클로버추얼패션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내 가상 모델에게 3D 의상을 입혀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업체다. 김 상무는 이 회사의 높은 해외인지도와 성장성에 베팅한 것이다.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 주식회사에 대한 투자 역시 김 상무의 손을 거쳤다. 특히 김 상무는 네 번을 투자해 리디의 성장을 이끌었다. 펀드만기로 인해 앞선 두 번의 투자는 지난해 회수했지만 올해 시리즈E 투자 유치에 참여해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직 회수 성과는 없지만 부동산 중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직방'과 '두나무' 등에도 투자했다.

김 상무는 미래성장에 베팅을 하기 위한 투자처 발굴에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 테크놀로지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분기별로 1회, 최소한 매년 2~3회 정도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방문, 직접 스타트업 창업한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김 상무는 지난해부터 시작해 미국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회사 두 곳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높은 투명성 요구, 성장 가능성 본다

모든 벤처캐피탈 심사역이 그렇듯 김 상무 역시 투자를 결정할 때 경영자(창업자)의 역량을 본다. 기본적인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투명성을 중요하게 본다. 아무리 역량이 좋더라도 투명성이 없는 경영자라고 한다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 이는 투명하면 성장을 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김 상무가 요구하는 투명성은 투자자 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 비즈니스 파트너, 고객 등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한 두번 만나선 경영자가 어느 정도의 투명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김 상무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오랜기간 경영진과 교류를 맺고 관찰한다.

김 상무는 "내부적으로 직원들과 투명하게 소통을 하는 경영자는 주변에서 계속 좋은 인재를 끌어오고, 기업가치도 10배, 100배 높일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단순히 겉으로 들어난 숫자 보다 디테일하게 기업을 들여다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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