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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삼성물산, 래미안 잔고 6조대…정비사업 절실 [건설사 주택부문 경쟁력 점검]2023년 이후 수주절벽 우려…경쟁사 과열양상 제동, 수혜 가능성

신민규 기자공개 2019-12-05 10:02:02

[편집자주]

국내주택 부문에서 1군 시공사간 우열을 가리긴 힘든 일이다. 최고 수준의 신인도와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외형을 자랑하고 있어서다. 대규모 정비사업의 시공사를 주택부문 경쟁력보다는 '제공 옵션'을 저울질해 판단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대형 건설사간에는 주택부문 실적에 균열이 생겼다. 수주 보릿고개를 지나면서 본업 실적에서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연결 자회사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건설사의 개별기준 경쟁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4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은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잠룡으로 분류된다. 최상위 시공능력평가에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주전에는 수년째 침묵했다. 그동안 기존 수주실적으로 버텨왔지만 올해 3분기 들어 주택잔고는 7조원대를 밑돌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2023년에는 수주절벽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 대형사들의 수주전이 과열양상을 보인 탓에 정부 제동이 걸리면서 삼성물산 입장에선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입찰의향서 제출 단계로 수주전 복귀를 위해선 한발짝 더 다가설 필요가 있다.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실적은 올해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유지하긴 했지만 올해 4분기 성적표에 따라 외형이 꺾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건설부문 누적매출은 8조9000억원이었다. 내수에서 6조1000억원의 실적을 올렸고 나머지를 해외에서 견인했다.

지난해말 실적이 12조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간극이 큰 편이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9조원 가까이 실적을 냈다가 마지막 4분기에 뒷심을 발휘하긴 했다. 올해의 경우 4분기에도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편이다.

건설부문 실적의 대부분을 내수에서 채운 점도 다소 우려스럽다. 수주잔고가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을 지속적으로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별도기준 실적으로 봐도 올해 외형성장을 기대하긴 힘든 형국이다. 지난 3년간 삼성물산은 별도기준 20조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소폭이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지켜갔다. 올해 3분기는 15조3000억원으로 4분기까지 5조원의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 주택사업이 풀리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사업부문에서 실적을 견인해줘야 되는 셈이다.


삼성물산 실적이 고전하는 배경 중에 하나로는 주택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최상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비사업 수주에 수년째 나서지 않은 탓에 잔고 자체가 줄어들게 됐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7조원대를 간신히 지켰지만 올해 3분기 6조8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전체 잔고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분기보고서 상에 제시된 수주현황은 지난 2015년에 딴 신반포한신3차재건축사업이 최근으로 분류될 정도다.

삼성물산은 2000년 래미안 브랜드를 론칭한 뒤 부산에서 2003년 연지2구역, 거제2구역, 온천2구역 등을 잇따라 따냈다. 이후 수년 후에 2014년 온천4구역재개발사업을 따냈다. 수주잔액으로 신반포한신3차(계약잔고 1조1000억원), 온천4구역(9000억언), 연지2구역(6000억원), 온천2구역(4000억원) 정도가 굵직한 사업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장이 2023년 완공된 이후다. 신반포한신3차는 2023년 2월이 완공기한으로 적혀있다. 온천4구역 역시 같은해 12월로 완공예정일이 기재돼 있다. 추가적인 수주없이는 래미안 브랜드를 확장해가기 어려운 것이다.


삼성물산 입장에선 정비사업 복귀가 절실한 시점이 왔다. 기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서 제동이 걸린 점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남3구역 등 대형사들이 경쟁적으로 달라붙었던 사업이 정부에 발목이 잡히면서 삼성물산이 나서기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됐다. 물론 경쟁사들처럼 입찰조건을 공세적으로 제시하긴 힘들지만 여전히 래미안이라는 브랜드의 등장만으로도 비교우위가 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삼성물산이 올해 초에 이어 최근 들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입찰의향서를 재차 제출한 점은 관심이 있음을 방증한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에 시공 의향서를 제출하고 조합이 개최한 시공사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지난달 조합 대의원회에 의해 시공사 지위가 취소됐다. 이달 말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 지위 박탈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시장에선 아직 입찰의향서 만으로는 건설사의 수주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입찰 전에 현장 분위기나 사업성 여부를 파악하려면 불가피한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물산이 지난달 래미안 브랜드 신상품을 내놓은 점은 주택사업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넥스트 래미안 라이프(Next Raemian Life)' 콘셉트를 발표했다. 사물 인터넷과 커뮤니티 등 차세대 고객층에 최적화된 주택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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