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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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사상 첫 공모채 주관 톱5…위기를 기회로 올 3조5000억 기록, 전년比 2.5배로 껑충…SK그룹 딜 수임 효과

이경주 기자공개 2019-12-13 08:25:23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1일 07: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증권이 사상 처음으로 공모채 대표주관 시장에서 톱5에 진입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평년 1조원 안팎이던 대표주관 실적이 올해 약 3조5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대주주가 SK그룹에서 사모펀드로 바뀐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이해상충 문제로 담당하지 못했던 SK그룹 계열사 딜을 올해부터 대거 수임한 덕이다.

SK증권은 자본규모가 1조원이 안되는 중소형사다. 하지만 공모채 주관실적에 있어선 대형사를 뛰어넘어 초대형IB(자기자본 4조원 이상)들과 어깨를 견줄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 특히 올 초 IB(투자은행) 조직에 대한 대대적 개편 이후 거둔 효과라는 점에서 뜻깊다.

◇ 3조5631억원 기록, 사상 첫 5위 확정…점유율 6%대 첫 진입

10일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이날 기준 SK증권은 공모 회사채 대표주관 실적이 3조5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관 순위 5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1위는 KB증권(12.5조), 2위는 NH투자증권(12.4조), 3위는 한국투자증권(7.6조), 4위는 미래에셋대우(6.5조)다. 이날 이후 연말까지 공모채 발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 하우스들의 실적이 곧 연간 실적이 된다.


SK증권이 톱5에 진입한 것은 공모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SK증권은 자기자본 규모가 올 3분기말 기준 5675억원에 불과한 중소형사다. 중소형사임에도 DCM(부채자본시장) 딜 주관에 있어선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동안 톱5는 넘사벽의 영역이었다.

빅4(KB, NH, 한국, 미래) 다음인 5위 자리를 대형사 신한금융투자가 오랜 기간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중순 유상증자로 초대형IB 진입을 앞두고 있는 하우스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5위를 기록해 왔다. 때문에 자본력이 크게 열위한 SK증권이 5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변으로 볼 수 있다.

SK증권은 각종 집계도 최대치로 갱신했다. 올 주관실적은 지난해 1조4130억원의 2.5배에 이르는 규모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평균 주관실적(1조364억원)과 비교하면 3.4배다. 처음으로 3조원을 넘었다. 시장 점유율도 사상 최대치다. 올 SK증권 점유율은 6.78%로 처음으로 6%대를 기록했다. 지난 7년 연평균 점유율 3.14배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다.

◇SK그룹 딜 70% 비중…위기를 기회로 승화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은 드라마틱하다. SK증권은 지난해 중순 최대주주가 SK㈜에서 사모펀드 JW비아이지로 바뀌면서 실적 악화가 우려됐다. SK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관계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며 신용등급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SK증권은 SK그룹 이탈을 기회로 삼았다. SK그룹에 속해있을 땐 이해상충 문제로 맡지 못했던 SK그룹 계열사 딜 대표주관에 도전했다. SK그룹은 연간 공모채 발행규모가 7조원이 넘는 빅이슈어라 그 동안엔 대표주관을 빅4 위주로 맡겼었다. 그간 트랙레코드가 전무한 SK증권 입장에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역시 모험이었다.

하지만 올 연초부터 이변이 지속됐다. SK증권은 1월 SK케미칼이 발행한 1500억원 규모 공모채를 사상 처음으로 공동대표주관했다. 이어 2월 SK실트론(3200억원) 딜을 공동대표로 수임한데 이어 같은 달 SKC(2000억원)를 단독 주관하는 성과까지 이어졌다.


화룡점정은 올 최대어 중 하나인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5월 발행한 9800억원 규모 공모채 공동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SK증권을 선정했다. 이 밖에도 주력사인 SK텔레콤이 5월(4000억원), SK종합화학이 6월(5000억원), 지주사 SK가 9월(3200억원)과 11월(2400억원) 등 빅딜을 연달아 SK증권에 맡겼다.

덕분에 SK증권은 올 대표주관 실적(3조5630억원) 중 70%에 달하는 2조4776억원을 SK그룹 계열사 딜로 채우게 됐다. SK증권은 실적도 실적이지만 막강한 빅딜 트렉레코드를 쌓았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향후 SK그룹이 아닌 다른 빅이슈어 딜에 도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IB 조직개편 효과…김정열호 기업금융사업부 성과

대주주 변경 후 진행된 조직개편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SK증권은 지난해 말 영업조직을 기존 부문제에서 사업부제로 바꿨다. 채널사업부, 기업금융사업부, 구조화사업부, PE사업부 등으로 나뉘어 4명의 사업부 대표가 각 조직을 이끄는 구조가 됐다. 이 중 기업금융사업부가 DCM(채권자본시장)과 ECM(주식자본시장) 등 전통 IB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기업금융사업부는 수장 교체도 진행됐다. 사내 최고 IB 전문가인 김정열 대표가 원대 복귀했다. 김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아이오와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1999년 SK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2003년부터 기업금융으로 영역을 넓혔다. 기업공개(IPO)팀장과 인수·합병(M&A)팀장을 거쳐 기업금융 1,2팀을 맡아 DCM업무를 총괄하다 2016년 IB부문장이 됐다. 지난해 3월 WM부문장으로 발탁됐지만 같은 해 7월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면서 1년 만에 다시 IB시장으로 돌아왔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사내외에 흩어져 있던 후배 IB베테랑들을 다시 불러 모아 기업금융사업부 산하 조직에 배치시켰다. 기업금융사업부는 산하에 DCM담당인 커버리지본부(1, 2, 3팀)와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를 다루는 ECM본부가 있다.

김 대표는 커버리지본부장으로 유성훈 상무를 선임했다. 커버리지본부는 기업영업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조직으로 이번 공모채 실적의 주인공이다. 유 상무는 2016년까지 기업금융2본부장을 맡다가 2017년 옛 SK증권 주인인 SK그룹 재무실로 이동했었다. 유 상무는 김 상무의 부름에 한 걸음에 달려와 힘을 실어줬다. 유 상무는 SK그룹과 인적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로 시작돼 유 상무 선임으로 이어진 대주주의 용인술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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