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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겨울을 꿈꾸는 마케팅

고영경 박사공개 2019-12-26 09:53:52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5일 0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월이 되기도 전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등장하고 캐롤이 울려 퍼진다.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 대도시 어디든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의 쇼핑몰 한가운데는 눈 내린 마을이 만들어져 있고, 베트남 호치민에서도 호텔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은 파티로 이어진다.

이 시기의 방문자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것에 깜짝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와 태국·베트남은 불교 신자가 대다수이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인구가 많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 크리스마스는 왜 이토록 사랑받는 것일까. 교회나 성당에 다니지 않아도 크리스마스는 특별하다. 그 자체로 겨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열대우림이나 몬순 기후에 속하는 동남아에서는 명절이나 기념일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다.

건기와 우기가 있지만 한국의 사계절에 비할 바가 못된다. 외국에 가지 않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겨울은 열대 거주민들에게는 판타지 그 자체다. 코 끝이 쨍하게 시린 공기를 마셔볼 수도, 하늘에서 내리는 고운 눈을 볼 수도 없다. 대륙부에 속하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미얀마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그나마 선선한 날씨가 몇 달 찾아온다. 그러나 가을의 맛을 느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 스타워즈와 함께한 크리스마스 장식 점등식, 쿠알라룸푸르 파빌리온 쇼핑몰

계절 변화가 없는 환경에서 겨울의 상징인 크리스마스는 고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마케팅 도구로 사용된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눈 내린 설국이 쇼핑몰과 호텔에 설치되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여기에 개봉을 앞둔 헐리우드 영화나 명품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동남아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는 4억명에 육박하고 있다. 어디든 사진 찍을 만한 곳, 화제의 중심이 될만한 이벤트에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든다.

겨울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연말연시를 이용해 긴 휴가를 내고 한국이나 일본·유럽으로 눈을 찾아 떠난다. 털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눈 위에서 뒹굴고 싶어한다. 한겨울 한국이나 일본 스키장에 동남아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이유다.

그렇지만 동남아 사람들에게 겨울 여행은 준비할게 많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 그래서 생활의 여유로움을 가늠하는 척도 가운데 하나로 겨울여행을 꼽기도 한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지금 쇼핑몰에 가면 마네킹들이 두꺼운 코트와 스웨터를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부츠를 신고 있다. 북쪽으로 떠날 여행객들과 겨울 판타지를 희망하는 고객들을 향한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젊은이들이 ‘신나게 놀도록 허락된 날’이기도 하다. 할로윈이나 발렌타인 데이도 마찬가지다. 동남아 평균연령은 30세가 채 안된다. 20대 젊은이들이 그만큼 많다. 음력 설이나 부처님 오신 날, 이슬람 금식 라마단 종료 기념일과 같은 명절은 보통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보낸다. 반면에 관광객들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면서 청년들에게 맘껏 하루를 놀아도 좋은 날로 인식돼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늦도록 도시 이곳저곳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1년 내내 여름 뿐인 나라에서도 계절 마케팅이 존재한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그리고 겨울은 크리스마스. 한국의 사계절에 맞춰 다양한 콜라보가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자카르타 센트럴 파크몰과쿠알라룸푸르 가든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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