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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항공사 없는 금호그룹, 재계순위보다 '생존' 걱정금호산업 재무개선 효과 '200억' 불과, 금호고속 차입금 '과중'

임경섭 기자공개 2020-01-02 11:12:05

이 기사는 2019년 12월 30일 09: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낸 이후 금호그룹의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나항공 구주 금액을 두고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줄다리기가 진행됐지만 최종 3200억원 수준으로 확정됐다. 매각 금액이 낮아지면서 금호그룹은 차입금 규모에 비해 실망스러운 수준의 금액만을 확보했다.

금호산업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에 3228억원에 매각하는 것으로 길었던 M&A를 매듭지었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금호그룹의 재계순위는 큰 폭으로 하락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탈하면 기존 주요 계열사들 중 금호고속(금호터미널 포함)과 금호산업 2개 법인만 남는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자산총액 11조4000억원으로 재계서열 28위에 위치했지만 자산총액은 4조원 안팎으로 감소한다. 지난해 10조7150억원에 달했던 매출도 2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두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그룹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매각 금액을 최대한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M&A 초반에는 국적 대형항공사라는 메리트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7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에는 금호그룹의 어려운 자금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금호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며 2009년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2015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했고 꾸준히 재무개선 노력을 해왔지만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재무여건이 어려운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구주매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 그룹 재건을 이뤄야 한다.

금호산업은 지난 27일 HDC현대산업개발과 SPA 계약을 체결한 직후 "이번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금호산업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시아나항공 또한 신주발행 형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가 한층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1주당 4700원의 구주 가격이 책정되면서 기대를 훨씬 밑도는 3228억원을 받아들였다. 아시아나항공 M&A에 2조5000억원의 가격표가 붙었지만 대부분인 2조1800억원 가량은 신주발행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에 투입된다. 구주 매출 금액에서도 9.9%에 달하는 317억원이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한도로 설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에 보냈지만 금호그룹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다.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비유동자산 항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장부금액을 3035억원으로 책정했다. 매각 대금이 금호산업에 유입되면 3035억원의 비유동자산이 3228억원의 유동자산으로 바뀐다. 자산이 불과 193억원 늘어나는 수준에 불과하다.


더불어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담보 대출의 상환도 문제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분관계가 해소된 만큼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담보로한 단기차입금도 상환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산업은 케이프투자증권(144억원), 에어서울(200억원), 우리은행(202억원), 케이비증권(100억원) 등에 총 646억원의 담보대출을 가지고 있다.

금호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고속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당장 차입금 상환도 벅차다. 지난해 말 기준 금호고속의 현금성자산은 334억원에 불과한 반면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는 3825억원에 달한다. 더불어 금호고속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1300억원의 상환 일정도 2020년 4월 돌아온다.

차입금이 과중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은 대부분 담보로 묶여있다. 광주 유스퀘어, 목포·대전터미널의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와 광주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또 지분 45.3%를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주식도 산은캐피탈과 중국건설은행 등에 담보로 잡혀있다.

금호고속의 차입금 상환에 아시아나항공 구주 매각 대금을 온전히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228억원으로 금호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밝힌 만큼 금호고속으로 올려보내는 금액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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