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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보험'에 빠진 바이오 [thebell note]

오찬미 기자공개 2020-01-13 09:02:0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8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물과 토지로 분류되는 부동산은 여전히 기업들의 재테크 일순위다. 위기가 닥쳤을때 처분해서 유동화시킬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이자 언제든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보험' 같은 존재다. 연구개발(R&D) 성공 확률이 낮은 제약 바이오 기업일수록 역설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열망은 더 높다.

아직 R&D 임상3상이 성공하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공장과 신사옥을 짓겠다고 수백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는 국내 바이오벤처가 유독 많다. 표면적으로는 연구개발 환경을 개선하고 시료생산을 직접 챙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대다수는 임상3상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니 서둘러 부동산 '보험'을 드는 셈이다.

지난해 임상에 실패한 헬릭스미스는 얼마 전 사옥을 완공했다고 발표했다. 최대 9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장부지도 매입했다. 지금까지 미국 공장에만 200억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은 임상 발표 전 단행한 1600억원의 증자를 통해 조달했다. 신약성공에 대비해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선제 투자라고 밝혔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매출 제로의 바이오기업이 시료생산을 할 공장을 급히 지을 이유는 딱히 없다. 공장을 짓기 전까지 유럽에 있는 CMO를 통해 시료를 생산했으며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임상3상 약물이 혼용되면서 임상에 실패했고 대신 마곡과 미국에 부동산만 남았다.

바이오벤처 CEO가 주주와의 약속을 깨고 보유주식을 처분하면서도 놓치지 않는 것이 부동산 투자다. 임상에 한창 매진했어야 할 시간에 어떤 대주주는 상장해서 번 돈과 지분을 처분한 자금으로 다수의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했다. 신라젠 문은상 대표는 언론에 알려진 부동산 외에도 몇채를 더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부동산에 집중하면서 놓친게 있다. 신약개발의 가장 중요한 축인 임상실험의 관리다. 글로벌제약사는 임상 성공 비결로 좋은 파이프라인 뿐 아니라 적절한 환자를 찾아 참여토록 하는 의사의 역할을 꼽는다. 따라서 의사와의 관계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국내기업들은 임상 3상 실패를 넘어 임상 데이터가 혼용되는 정도로 임상을 관리하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에만 골몰했을뿐 임상사이트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투자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바이오벤처와 바이오벤처 대표들의 부동산 투자는 신약에 대한 꿈을 반쯤은 내려 놓는 것이기에 비판의 대상이다. 인류 생명연장의 꿈을 위해 투자된 돈이 부동산에 쌓여서는 안된다. 한국 바이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와 '임상'이 '부동산'에 앞서야 한다. 불로소득이 아닌 땀으로 이룬 성공을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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