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보령제약]2세 경영 분리 마지막 퍼즐만 남았다김은선 회장 제약담당, 김은정 부회장 메디앙스로 경영분리
강인효 기자공개 2020-01-15 08:15:38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4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령제약그룹이 2세 경영 체제로 돌입한 지 11년 만에 계열 분리의 마지막 퍼즐만 남겨두게 됐다. 보령제약그룹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보령메디앙스 주식 전부를 매각했다.보령메디앙스는 그룹 계열사에서 분리됐고 올해부터 사명에서 '보령'을 빼고 메디앙스로 탈바꿈했다. 이제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해선 보령메디앙스가 보유하고 있는 보령제약 주식을 처분하는 일만 남았다.
보령메디앙스가 보령제약그룹 계열사에서 분리되면서 그룹의 경영 승계는 '보령제약'을 주축으로 하는 제약기업과 '메디앙스'를 주축으로 하는 유아용품 전문기업으로 완전히 나뉘게 됐다. 보령제약 창업주인 김승호 보령제약그룹회장은 큰 딸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에게 보령제약을, 막내딸 김은정 메디앙스 부회장에게 보령메디앙스를 물려줬었다.
김승호 회장은 딸을 4명 둔 '딸부자'다. 큰 딸인 김은선 회장은 1986년에, 막내딸인 김은정 부회장은 1994년에 각각 보령제약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두 딸은 모두 가톨릭계 학교인 성심여고와 가톨릭대를 나왔다. 김은선 회장은 식품영양학과를, 김은정 부회장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둘째와 셋째(모두 전업주부)인 김은희씨와 김은영씨는 보령제약 주식을 일부 보유한 적도 있었지만,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김은선 회장은 2000년 보령제약 사장을 거친 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부회장을 지냈다. 2009년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보령제약 각자 대표에 올랐다. 이때 김승호 회장은 보령제약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은선 회장이 2018년말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보령제약은 기존 '오너·전문경영인 각자 대표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김은정 부회장은 1997년 보령메디앙스로 자리를 옮긴 이후 아이맘사업본부장, 패션유통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뒤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보령메디앙스는 이듬해인 2010년 1월 김승호 회장, 김은정 부회장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3개월 만에 김승호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보령메디앙스도 김은정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각자 대표 체제로 꾸려졌다. 보령메디앙스는 이후 전문경영인의 잦은 교체가 있었지만, '오너·전문경영인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작년말 전문경영인이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현재는 김은정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다.
업계 관계자는 "보령제약그룹의 경영 승계는 성별만 여성일 뿐, 장자 상속에 속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며 "김은선 회장은 오래전부터 후계자 준비를 해온 준비된 경영자이며, 김은정 부회장은 보령제약에서 보령메디앙스로 자리를 옮긴 후 회사를 성장시킨 주역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보령제약, '보령홀딩스' 중심 지주사 체제…김은선→보령홀딩스→보령제약
보령제약그룹은 지난 2017년 1월 1일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를 공식 출범시키고,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했다. 기존 지주사 역할을 하던 ㈜보령이 투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보령홀딩스를 신설하고, ㈜보령은 부동산 등 자산관리 사업만 전담하기로 했다.
보령제약그룹은 2018년 12월 인적분할했던 지주사를 다시 하나로 합쳤다. 지주사 형태로 전환을 시도하며 투자목적 지주사를 떼어냈지만, 2년 만에 계획을 다시 수정했다. ㈜보령은 보령홀딩스와 합병을 통해 보령홀딩스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보령제약 측은 "규모가 크지 않은 두 계열사를 굳이 나눠 놓기보다 하나로 합치는 게 효율성 차원에서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보령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은선 회장이다. 김 회장은 보령홀딩스 지분 45.0%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4명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97.6%에 달한다. 나머지 2.4%는 자기주식이다.
그룹 주력 사업 자회사인 보령제약의 최대주주는 보령홀딩스로, 지분율은 33.75%다. 2대주주는 김은선 회장으로 12.24%를 보유하고 있다. 김은선 회장의 장남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신임 대표는 1.40%의 보령제약 지분을 보유 중이다.
보령홀딩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에 김정균 경영총괄 담당 임원을 선임했다. 보령홀딩스는 김정균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1985년생인 김 신임 대표는 보령제약그룹 오너 3세로, 보령제약 창업주인 김승호 보령제약그룹회장에겐 외손자다.
보령제약은 작년 말 김은선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했다. 김 회장은 이때 보령제약 회장직도 내려놨다. 그는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만 갖고 있었는데, 장남인 김 신임 대표가 이번에 선임되면서 보령홀딩스 대표직에서도 물러나고 사내이사로 남는다.
김 회장이 그룹의 주력 사업 자회사인 보령제약과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대표직에서 잇따라 물러나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셈이다. 보령홀딩스는 보령제약그룹 지주사로 그룹 내 23개의 계열회사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메디앙스, 김승호→김은선→보령…김은선 회장, 김은정 부회장에 보유주식 전량 매도
보령메디앙스의 전신은 김승호 회장이 1979년 세운 '보령장업'이다. 1995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주식을 상장했고, 1998년 7월 보령메디앙스로 상호를 바꿨다. 작년 10월에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다시 사명을 메디앙스로 변경했다. 회사 측은 "경영 목적 및 전략에 따라 적합한 상호로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령메디앙스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 1999년 보령메디앙스 보유 주식 150만주를 증여했고, 이중 107만여주를 김은선 회장이 물려받으면서 최대주주가 김은선 회장으로 바뀌었다.
김승호 회장은 2002년 보유하고 있던 보령메디앙스 나머지 주식 80만여주 전량을 계열사 보령산업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는 다시 보령산업으로 변경됐다. 김은선 회장은 보령산업에 이은 보령메디앙스 2대주주가 됐다.
김은선 회장은 2008년 5월 보유하고 있던 보령메디앙스 주식 전량인 134만여주를 김은정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이후 김 회장은 보령메디앙스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언니에게서 사들인 주식으로 추후 보령메디앙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보령산업은 2003년 ㈜보령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어 2010년 6월 김은정 부회장으로 바뀌기 전까지 ㈜보령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다. ㈜보령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차례에 걸쳐 보유 중이던 보령메디앙스 주식 106만여주를 김은정 부회장에게 매각하면서 김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한편 ㈜보령의 후신인 보령홀딩스는 지난 8일 보유하고 있던 보령메디앙스 주식 전량인 90만여주를 매각했다. 업계에선 이 주식을 사들인 측이 보령메디앙스인 것으로 바라봤지만, 보령메디앙스는 이 주식을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령메디앙스 우호 세력이 보령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보령메디앙스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홀딩스가 이번 매각을 통해 보령메디앙스 지분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게 되면서 보령메디앙스는 보령홀딩스 계열사에서 제외되게 된다. 다만 보령메디앙스가 여전히 보령제약 지분(5.22%)을 보유하고 있어서 완전한 계열 분리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령메디앙스 역시 보령제약 보유 주식을 계속 처분하고 있다.
보령제약그룹 관계자는 "보령메디앙스는 작년 11월에도 보유 중이던 보령제약 주식을 4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하면서 지분을 줄여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령제약 잔여 주식을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친족기업의 계열 분리를 위해선 모그룹과 친족기업이 상호 주식을 3% 미만(상장사 기준, 비상장사의 경우 10%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 보령홀딩스가 보령메디앙스 주식 전량을 처분한 만큼, 보령메디앙스도 보령제약 주식을 3% 미만으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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