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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롯데가, 화해의 장 여나 롯데그룹, '형제 우애'로 출발…2세대 '영산 신씨 초당공파 28대손 모임' 신동빈 회장도 참석

박상희 기자공개 2020-01-22 08:55:39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1일 17:4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신동주 형제가 많이 싸우고 사이가 굉장히 나빠 보이지만 실제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아예 말을 안하거나 서로 미워하는 게 아니다. 왕자의 난이 일어났을 때 조차 두 사람이 자주 대화를 했었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규모의 차이에 대해 신동주 회장이 인정하지 않았던 것인데,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

롯데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가 최근 신격호 명예회장의 작고 이후 사석에서 한 말이다. 갈등의 소지가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 형제가 마냥 다툼으로만 세월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함축하고 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보여준 범롯데가(家) 일가친척의 행동은 일시적 행동일 수 있으나 화해·화합 등으로 모아진다.

하루 전날인 20일 신춘호 농심 회장은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상가가 차려진 현대아산병원 모처에 가족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SDJ 코퍼레이션 회장)도 나란히 자리를 지켰다.

롯데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작고로 롯데일가 맏어른이 된 신춘호 회장이 가족들을 모두 불러모아 자리가 마련됐다"며 "범롯데가가 이제는 서로 도와 화합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롯데가는 창업주 세대부터 형제간 갈등이 빈번했던 가문이지만 서로의 사업적 영역을 존중하면서 도움을 준 사례도 많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당초 롯데그룹 시작의 근간에 형제간의 우애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그룹 창업주는 고 신 명예회장이지만 모태인 롯데제과 설립에는 신춘호 회장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동생들의 도움이 컸다. 고 신 명예회장은 장남, 신춘호 회장과 신준호 회장은 각각 3남, 5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던 시기는 한일협정이 이뤄지지 않아 국교가 정상화되지 않았던 때"라면서 "신 명예회장이 한국에 있는 동생들에게 사업 준비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 신 명예회장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두 나라 국교가 정상화하자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신춘호 회장과 신준호 회장은 일본에 있는 고 신 명예회장을 대신해 한국에서 착실하게 사업 기반을 닦아 놨다.

신춘호 회장은 고 신 명예회장을 돕다가 롯데공업을 설립하고 라면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신 명예회장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지만, 신춘호 회장은 사업을 고집했다. 결국 신 명예회장은 '롯데'라는 사명을 쓰지 못하도록 했고, 신춘호 회장은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바꿨다.

라면 사업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지만 고 신 명예회장은 동생이 개척한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예의를 갖췄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몇년 전 롯데마트에서 PB(자사 상표) 제품으로 라면을 출시한 적은 있지만 롯데 계열사에서 라면 사업을 한 적이 없다"면서 "롯데가 라면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에 대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배려였다"고 말했다.

모태인 롯데제과에서 스낵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것도 농심을 의식해서였다. 롯데제과는 초콜릿과 껌을 앞세워 국내 제1의 제과회사가 됐지만 스낵 사업에는 한동안 진출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제과 스낵이 농심이나 오리온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다"면서 "사업 초기 농심을 의식해 고 신 명예회장이 스낵 분야를 전략적으로 덜 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의 로고 소송도 출발점엔 고 신 명예회장의 배려가 있었다. 고 신 명예회장은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의 남편 김기병 회장이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에 롯데 로고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다만 롯데그룹이 2007년 일본JTB와 합작해 롯데JTB를 세우면서 롯데 로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롯데관광개발은 로고 없이 이름만 사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몇년 전 지주사가 출범할 때 롯데관광개발의 롯데 브랜드 사용 중지 요청을 검토하기도 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은 법적으로 롯데 계열사가 아니고 지분 관계도 없기 때문에 사명에 롯데 브랜드를 사용하는게 맞지 않는다는 실무진 차원의 검토가 있었다"면서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소송 검토가 무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가 형제 사이에 분쟁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신춘호 회장과 신준호 회장은 사이가 각별하다. '바나나킥 우유', '인디안밥 우유' 등 합작 제품을 여러 차례 출시했다. 제품 협업 당시 농심은 푸르밀로부터 별도의 브랜드 사용료를 청구하지 않았다. 형제 간 두터운 우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손아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신춘호 농심 회장의 의중이 깔려있다.

롯데그룹은 혼맥으로 맺어진 곳과도 사업적으로 각별했다. 과거 부친 세대에 롯데그룹의 도움으로 성장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대표적이다. 태평양화학이 만든 화장품을 롯데 유통망에서 판매했던게 아모레퍼시픽 성공의 방정식이었다. 신춘호 회장 차녀 신윤경 씨는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의 아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과 결혼했다.

롯데그룹은 2세대에 접어들면서 화해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신춘호 회장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주축이 된 '영산 신씨 초당공파 28대손 모임'이 대표적이다. '동(東)'자 돌림들이 주된 멤버다. 27대손인 '호(浩)'자 돌림들 사이에 거리감이 있는 것과 달리, 28대손들은 수시로 뭉치며 허물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 부회장은 모임을 결성하면서 초대 총무를 쌍둥이 동생(신동윤)에게 맡겼다. 현재는 사촌동생인 신우탁(신격호 회장의 셋째동생인 신경애 여사의 외아들) 휴네시스 사장이 총무를 맡고 있다. 2005년 즈음부터는 사촌형인 신동빈 회장(신격호 회장의 아들)도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사이도 외부에 알려진 것만큼 나쁘지만은 않다고 한다. 롯데그룹 계열사 및 가족과 관련해서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 신 명예회장의 작고 이후 범롯데가가 신춘호 회장의 당부처럼 '패밀리'로 화합할 지 주목된다. 아직 경영권 갈등 소지가 남아있고 상속 분쟁 소지가 없는게 아니다. 하지만 집안 어른 작고를 계기로 일가친척간 교류와 화합이 많아진 사례는 주위에서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어 범롯데가의 추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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