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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라임펀드 상각안, '탁상감정' 논란 불붙이나 사모사채 평가기준 부재, 논란 촉발…"금감원, 조기상각으로 라임사태 수습 원하는듯"

최필우 기자공개 2020-01-29 08:13:3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2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회계감사 결과를 기준으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상각처리를 권고하자 이해관계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이 상각처리 기준을 '탁상감정'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탁상감정이란 말 그대로 책상에서 이뤄진 감정이란 의미로 실사 등을 거치지 않아 자산의 정확한 가치가 제대로 반영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감사보고서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게 조기 상각처리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이다.

◇탁상감정 반영하면 우선순위 따라 상환금액 달라져

금융감독원은 최근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편입된 사모사채 등을 삼일회계법인의 감사 결과에 따라 상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감사에 착수했고 다음달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상각은 채권자가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회계상 손실 처리하는 것으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기준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다수는 이 감사보고서를 '실질감정'이 아닌 '탁상감정'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특정 회계법인의 역량이 아닌 펀드 손실 여부를 결정하기에 감사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국내 발행 사모사채는 물론이고 해외 투자 건의 경우 형식적인 방문으로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스스로 감사보고서를 수용하는 게 아니라 상각 결정 주체가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이 되는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상각 강행시 상환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자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같은 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해도 환매 순서가 빠른 자펀드 투자자는 회계법인의 상각 기준이 반영된 금액을 돌려받고, 추후 환매가 가능한 투자자는 실질이 반영된 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 보통 감사가 보수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먼저 상환되는 자펀드 투자자의 상환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사모사채 모펀드 플루토 FI D-1호가 1000억원을 대출로 제공한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사업 감사 결과 원리금 회수 불가능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한 상각이 진행될 경우 먼저 투자금을 돌려 받는 투자자들은 그만큼 낮아진 수익률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에서 해당 개발 건에 대해 연대 보증을 선 중국 유니온 디벨롭먼트 그룹 측이 원리금을 상환하라고 권고하고, 총액이 아니더라도 일부 원리금이 상환되면 뒤늦게 투자금을 돌려받는 투자자의 금액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에 상각이 현실화되면 수익자간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 16개 판매사의 판매와 만기 시점은 천차만별이다.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펀드도 있고 그렇지 않은 펀드도 존재한다. 현재는 상각을 권고한 금융감독원과 고객 항의를 의식한 판매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상각 후에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수익자간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객 항의를 감당하기 어려운 판매사 측이 상각에 결사 반대하고 있는데 그것과 별개로 평가 기준에 대한 적정성 문제가 존재한다"며 "사태 장기화를 원치 않는 이들은 빠른 상각 처리를 원하겠지만 이 방법으로는 행정 소송을 비롯한 막대한 후폭풍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출구전략(?), 정확한 평가기준 정립이 우선

현재 상각 이슈가 논란을 낳고 있는 건 운용사, 판매사, 투자자 사이에서 합의된 사모사채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사 스왑뱅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투자하는 메자닌의 경우 외부 평가사의 평가를 받아 매영업일 기준가에 반영해 왔다. 하지만 메자닌으로 분류되지 않는 사모사채는 이러한 기준 없이 헤지펀드에 편입되며 수년간 몸집을 불려 왔다. 지난해 시중 무보증 사모사채 발행금액은 14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중 헤지펀드에 편입된 규모는 3조원 수준이다.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통상 사내 집합투자평가위원회에서 기준가 반영 방식을 정한다. 주식 성격을 가지고 있는 메자닌은 외부평가사의 평가값을 펀드에 반영할 수 있지만 주가, 전환가, 시가 등의 개념이 없는 사모사채는 평가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운용사 집합투자평가위원회가 사모사채 매입 원가를 기준가에 반영하는 실정이다. 디폴트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받아낼 수 있는 금액를 산정하고 기준가에 반영하는 것도 집합투자평가위원회의 몫이다. 이때 운용사가 회계 감사보고서나 법률 자문을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회계사 출신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회계사 시절 감사했던 기업의 재무상태가 심각했었는데 지금은 국내 핀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며 "회계사의 시각과 투자자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펀드 회계처리에 있어 감사보고서를 맹신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데 특정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상각 처리가 이뤄지면 시장 논리를 해칠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이 개입할 게 아니라 추후 라임자산운용이 시장 참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으로 손실을 처리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서둘러 매듭짓고 싶어 상각 처리라는 강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감사와 검찰 수사 결과 내부적으로 라임자산운용의 국내외 투자 행위를 사실상 사기로 간주하고 상각을 권고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종필 전 운용총괄대표(부사장)이 주도한 라임자산운용의 몇몇 투자 건이 배임이나 사기로 판명난다고 해도 감사보고서를 상각 기준으로 삼는 건 수습하기 어려운 파장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만만치 않다. 금융 당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상품 손실 여부와 정도가 결정되면 시장 참여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펀드 설정과 관리 프로세스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서둘러 종식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더 큰 진통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태 수습에 나서야하는 금융감독원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상각 처리가 강행될 때 발생할 파장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투자자 신뢰 회복을 염두에 두고 라임 사태를 정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본시장 매커니즘에 맞지 않는 의사결정이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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