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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리스크 노출한 신한금융, 과제 떠안은 조용병 회장 채용 지시하지 않았어도 행장 위계 '인정'...내부 규정 및 담당직원 독립성 보장 지적

이은솔 기자공개 2020-01-23 15:44:48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2일 16: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 일부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고문에서 수차례 반복된 신한금융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개선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조 회장에게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사 측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업무방해는 일부 유죄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업무방해죄의 양형기준은 징역 6월에서 1년 6월이다. 조 회장은 업무방해죄 유죄 범위 안에서 가장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셈이다.

채용 지시 없었지만 행장 위계 인정…업무방해는 유죄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신입 행원 채용 업무에 관여해 인사부서와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한 점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명시적으로 특정 지원자를 '채용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지원자의 인적관계를 알린 것 자체만으로도 위계가 발생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선고문에서 조 회장에 대해 "최고책임자인 피고인이 지원 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만으로도 인사부서에서 채용업무의 적격성을 해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지원 사실을 인사부장에게 알릴 경우 이를 각 전형 단계에서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회추위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조용병 회장

다만 조 회장이 직접 합격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과 다른 지원자들에 대한 불이익도 없었다는 점은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대가를 수수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신한은행에 이익이 되는 점을 고려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형의 집행을 유예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며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징역형 집행은 모두 유예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면접 점수가 변경된 지원자 중에는 여성도 있고 여성에게 일관적으로 불리한 기준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채용 성차별에 관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문에 언급된 '절차적 공정성'…채용 시스템 개선은 과제

채용 절차의 불공정성이라는 '시스템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재판부는 선고문에서 '공정성'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신한은행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채용 결정과 관련한 권한을 가지지만 채용 과정에 있어서 내부 규정을 준수하고 담당 직원들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용 과정에서 인적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공정성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신입행원 채용에서 제3자와의 인적 관계를 고려하거나 추천을 받겠다고 공지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성립된 기준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정성적 평가 과정에 인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은 채용의 절차적 공정성을 해치고 결과에도 의문을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 대해 선고하면서 "위법한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가담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행위가 만연할 경우 신한은행 채용 절차에 대한 내외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재판부는 "해당 혐의는 면접 임원 개개인에 대한 업무 방해를 넘어 신한은행 채용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관행적으로 인적 관계를 고려해 온 신한은행의 채용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앞으로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는 이후의 과제로 남았다.

조 회장도 이날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채용 시스템에 대해 언급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여러가지 제도 개선을 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다면 바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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