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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처벌 위한 제재심' 논란 가중 [DLF 제재심 중징계 파장] 법적 근거 미비, 끼워맞추기식 제재 지적...은행 경영 위축 우려도

김현정 기자/ 이장준 기자공개 2020-02-06 09:30:28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5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 WM 그룹장이 자신은 행위자가 아니고 감독자라고 했지만 제재 대상자는 정해져있던 것 같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제재 확정 결과를 놓고 한 말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DLF 사태와 관련한 최고경영자(CEO) 문책경고를 최종결재하면서 결국 과도한 제재가 확정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CEO 중징계의 법적 근거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에 따라 처벌을 위한 처벌을 감행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에게 문책경고가 확정되면서 두 금융그룹의 지배구조는 그야말로 혼돈에 빠졌다. 양 은행 모두 결말이 이렇게 치달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결론이 나기 전 은행 안팎으로는 제재가 감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사실상 법리다툼을 벌였을 때 CEO까지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법적근거가 미약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게다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은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이란 낙관론까지 퍼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금융당국과 법원의 차이에 대해 오판한 셈이 됐다. 즉 재심 결과에 명확한 법적 근거 외에 ‘괘씸죄’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며 필요에 따라 검사와 제재를 할 수 있는 막강한 기관이다. 이번 제재 확정으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운영 미준수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내부통제 기준을 ‘미비·미마련’했다고 판단, 이같은 제재를 내렸다. 지배구조법 24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35조에는 이를 위반하면 임원에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이를 CEO 책임으로 규정한 조항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관련 책임을 CEO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 9월 발의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무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제재 근거를 끌고 갔다는 시각도 있다.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장(부행장)은 금감원 검사가 진행됐을 당시 검사원과의 문답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부장급 인사가 행위자이고 자신이 감독자라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직제상 그룹장 위에 부문장(정채봉 부행장)도 있어 대표이사에까지 책임을 묻기에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도 강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부문장을 감독자에서 빼버렸고 바로 은행장에게 엄청난 책임을 지웠다.

2017년 초 삼성생명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징계와 대비해 이번 건은 보여주기식 제재를 내린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시 금감원은 제재심에서 삼성생명·한화생명 CEO에 문책경고를 내렸다. 김창수 전 삼성생명 사장이 손태승 회장처럼 연임 이슈가 얽혀있었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장의 재가가 있기 전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백기투항했고 금감원은 제재심을 다시 열어 김창수 전 사장의 징계수위를 주의적 경고로 낮췄다.

우리은행의 경우 제재심이 열리기 전부터 DLF 피해자들에게 전향적 배상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배상 절차까지 신속히 진행했음에도 결국 CEO 징계수위를 낮추진 못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본보기식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18년 암행평가(미스터리쇼핑) 뒤 후속대책이 미비했던 점 등을 들어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2018년 10월 30여 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파생 금융상품에 대한 암행 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DLF를 판매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해 고령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의 CEO 중징계 결정으로 은행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우리금융의 미래 전략은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 주요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도 불투명해졌다.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글로벌 사업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교체되고 200억원대 과태료를 받은 회사의 신용을 놓고 외국투자자들이나 해외 금융당국이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제재 수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해외 투자자가 보기에는 이번 제재가 커다란 흠집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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