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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다시보기]'황금거위' SK하이닉스, 15년전 제도를 부활시켰다2000년 초 우수인력 퇴사 막기 위해 고육책 도입…2017년엔 CEO 대상 고성과자에 파격 보상

윤필호 기자공개 2020-02-12 08:11:11

[편집자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스톡옵션은 회사가 미리 정한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대표적인 보상방안이다. 인재확보와 인건비 부담을 덜고 향후 회사 성장의 과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단기이익에만 몰두하거나 스톡옵션 행사 후 퇴사하는 등 늘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더벨은 스톡옵션으로 본 기업들의 성장사와 현 상황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5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2002년 이후 중단했던 스톡옵션 제도를 15년 만인 2017년에 부활시켰다. 대상은 최고경영자 수준의 고위 경영진이다. 최태원 회장은 책임경영 강화 방침를 목적으로 스톡옵션을 재도입했다.

결정적인 단초는 2012년 인수합병(M&A)한 SK하이닉스의 성공 스토리다. SK하이닉스의 인수와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임직원들에게 보상책으로 스톡옵션을 다시 꺼내들었다.

시간을 거슬러 2000년 대 초반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에도 스톡옵션 제도가 있었다. 당시 하이닉스에게 스톡옵션은 우수 인력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었다. 최악의 반도체 불경기로 업황은 좋지 않고 사업도 어려웠다. 스톡옵션으로 우수 인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다. 스톡옵션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SK그룹에 편입되며 이같은 설움은 모두 날렸다.

SK하이닉스에게 스톡옵션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극제이기도 했고 성공 뒤 내려진 보상이기도 하다.

◇SK그룹 15년만에 스톡옵션 부활 주역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대표적인 M&A 성공 사례다. 최태원 회장은 회사 내부의 각종 반대를 물리치고 반도체 사업에 진출 결정을 내렸다.

SK하이닉스는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M&A 직전인 2011년 매출액 10조3958억원에 영업이익 3255억원, 당기순손실 560억원의 적자 기업이었다. SK하이닉스는 불과 7년만인 2018년 매출액 40조4451억원, 영업이익 20조8438억원, 당기순이익 15조5400억원의 명실상부한 그룹내 최고 현금 창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최태원 회자은 2017년 SK그룹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부활시켰다. 표면상으로 주요 경영진의 책임 강화를 내세웠지만 재계에서는 최대 실적을 거둔데 따른 보상 차원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그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18.7%, 259.5% 늘어난 13조7213억원, 10조642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75.1%증가한 30조1094억원으로 집계됐다.

박성욱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 같은 개선세를 진두지휘한 공로로 인수 이후 첫 대상자가 됐다. 그는 29만8800주를 부여받았는데 세 번의 기간에 나눠 9만9600주씩 행사하도록 했다. 각각의 행사기간은 2019년 3월25일~2022년 3월24일, 2020년 3월25일~2023년 3월24일, 2021년 3월25일~2024년 3월24일이며, 해당 기간별 행사가격은 각각 4만8400원, 5만2280원, 5만6460원이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4일 종가 기준으로 134억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다.

같은 해 말에 정태성 낸드개발사업총괄 사장이 두번째로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로 2016년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 플래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인재로 영입했다. 그는 7562주를 부여받았는데 행사기간은 2020년 1월1일~2022년 12월31일이고 행사가격은 주당 7만9340원이다. 그는 지난해 다시 스톡옵션 8171주를 부여받았다. 행사기간은 2021년 3월1일~2024년 2월29일이며 행사가격은 7만3430원이다. 4일 종가 기준으로 이들을 모두 단순계산할 경우 3억2771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2018년부터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당시 사업총괄 사장)이 스톡옵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현대전자 연구원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를 거쳐 인텔에서 10년을 근무하며 인텔상만 3번 받은 인재였다. 박 부회장은 이 사장을 일찌감치 후임으로 점찍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맡던 그를 2013년 SK하이닉스로 영입했다. 차기 CEO로 낙점된 그에게 회사는 7223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행사기간은 2020년 3월29일~2023년 3월28일이고 행사가격은 8만3060원이다.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스톡옵션도 격에 맞춰 규모가 커졌다. 그는 18만4461주를 부여받았는데 세 번의 기간에 나눠 6만1487주씩 행사하도록 했다. 행사기간은 2021년 3월23일~2024년 3월22일, 2022년 3월23일~2025년 3월22일, 2023년 3월23일~2026년 3월22일이며 각각 기간별 행사가는 7만1560원, 7만7290원, 8만3470원이다. 4일 종가기준으로 이 사장이 보유한 스톡옵션 행사 시 잠정 수익을 계산하면 36억2650만원에 달한다.


◇반도체 흥망성쇠에 춤추는 스톡옵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SK하이닉스에게 스톡옵션은 우수 인재를 지키기 위한 카드였다. 하이닉스는 2000년대 초반 스톡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반도체 불경기에 유동성 위기까지 내몰린 하이닉스 반도체는 스톡옵션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2만원대에 부여된 스톡옵션이지만 행사가 이상의 주가는 기대하기 힘든 시기였다.

스톡옵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첫 사례는 1999년 9월7일 당시 박상호 사장에게 부여한 40만주다. 행사기간은 2002년 9월8일∼2005년 9월7일이었고 행사가격은 2만2921원이었다. 같은해 12월 임직원 1277명을 대상으로 684만3100주를 행사가격 2만3476원에 부여했다. 2000년 3월에도 임직원 131명에게 87만6500주를 2만2181원에 부여했다.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스톡옵션을 취소하는 직원들이 속출하자 이듬해 7월 다시 1078명의 임직원에게 827만5900주를 이번에는 행사가격을 대폭 낮춘 5000원에 부여했고, 2003년 6월 다시 733명에게 407만4225주를 또다시 행사가격 5000원에 부여했다.

당시 스톡옵션은 아픔이었다. 주가 하락에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을 취소해야 했다. 인재들의 이탈도 막기 힘들었다. 외환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는 2001년까지 1653명이 퇴사 또는 권리 포기로 스톡옵션 행사 권한을 취소했는데 그 규모는 총 981만9700주에 달했다. 이 시기 박 사장도 자신의 권리를 취소했다. 2003년에도1124명이 854만900주 규모의 권리를 포기했다. 2003년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는 4000원대에서 7000원대를 오갔다.

스톡옵션이 빛을 보던 시기는 2005년 조기 워크아웃 졸업하면서부터였다. 실적 호재와 함께 스톡옵션도 대박이 났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200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조320억원, 1조7204억원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돼 행사가의 두배인 1만원을 훌쩍 넘기며 급등했다.

당시 우의제 사장은 2005년 6월 27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했고 7월에 주당 1만8000~2만1000원에 전량 처분했다. 이를 통해 38억원의 차익을 손에 쥐었다. 같은 기간 정형량 경영총괄 부사장도 3만주를 처분해 5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10월 33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 33만4100주를 행사가 2만2800원에 부여했다. 다만 워크아웃 이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리면서 더 이상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결국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고 2017년 그룹 차원서 스톡옵션 제도를 부활시킬 때까지 스톡옵션은 무용지물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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