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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행사]'특별결의' 벽 부딪혔던 대한항공, 올해는우기홍·이수근 사내이사 재선임 추진, 기금·기관 주주권 행사 여부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11 10:41:2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0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안을 원안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대한항공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면서 다음 달 열릴 주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 요건이 다른 기업들보다 까다로워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와 표심이 유독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해 주총에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좌절시킨 경험이 있다. 당시 '비경영 참여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주주제안 등 없이 연임안에만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경영 참여 선언 없이도 배당이나 정관 변경, 임원 해임 등을 보다 손쉽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 달 25일 전후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임기가 만료되는 우기홍 사장(사진)과 이수근 부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아직 주총 안건과 일정 등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두 사람의 연임안 상정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우 사장이 지난해 말 한진그룹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데다 이 부사장 역시 유임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문제는 최근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의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주총에서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아직 대한항공 주총에서 실제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와 입장을 정하진 않았으나 재계에서는 기본적으로 한진그룹에 ‘미운털’이 박혔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특히 국민연금이 최근 주식을 추가 매입하며 지난해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보유 중인 대한항공 지분이 기존 10.63%에서 10.99%로 늘었다고 7일 공시했다. 주주명부 폐쇄 이후 추가 매입한 지분이어서 다음 달 주총에서 이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 다만 국민연금이 주총 이후로도 대한항공에서 눈을 떼지 않을 거란 하나의 시그널로 해석 가능하다.

사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조 회장 등 한진칼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33.34%로 국민연금(10.63%)보다 3배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안 통과가 다른 기업 대비 까다로운 편에 속해 안심하긴 이르다. 회사 정관상 이사 선임이 특별결의 사항으로 분류돼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계 자본의 유입이 확대되자 이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사선임 요건을 특별 결의사항으로 바꿨다.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경영권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의도와 무관하게 해당 조항이 대한항공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지난해 주총에서도 사실상 이 조항이 조 전 회장의 재선임안 통과를 막았다.

당시 주총에는 전체 주주의 73.84%가 출석, 참석 주주의 64.1%가 조 전 회장의 연임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이사 선임안이 출석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 일반결의 사항이었다면 무난히 통과됐을 수치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는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해 끝내 부결됐다. 당시 국민연금(11.68%)을 포함해 출석 주주의 35.9%가 반대표를 던져 재선임안을 저지했다.

대한항공은 현재도 해당 정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주총 출석률이 지난해(73.84%)와 같다고 가정할 때 최소 49.23% 이상의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이사 선임안을 처리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선 16% 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올해는 오너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이사 연임안이 상정되는데다 최근 대한항공이 잇따라 경영개선안을 발표하고 있어 작년과는 다를 거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그간 조 전 회장의 연임안엔 여러 차례 반대표를 던졌으나 전문경영인에 대해선 다른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한진칼 주총에서도 석태수 대표의 연임안엔 찬성표를 던졌다.


이 밖에 대한항공이 사내이사나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 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조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 후 이사회를 사내이사 3인에 사외이사 5인 등 총 8인으로 유지해왔다. 대한항공 정관상 이사회는 3인 이상이면 되지만 자산총액이 2조 이상인 상장사여서 상법상 사외이사를 이사 총수의 과반이자 3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만약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이 이번에 재선임될 경우 사내이사는 조 회장을 포함해 3인 체제가 유지된다. 사외이사 5인 중에선 안용석·정진수 이사의 임기가 만료돼 정 이사의 재선임안도 이번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이사는 6년간 대한항공에서 사외이사를 지내 재선임이 불가능하다.

안 이사가 물러나더라도 정 이사가 재선임될 시 사외이사가 4인으로 유지돼 반드시 새로운 인물을 이사회에 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 회장이 측근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사외이사도 추가 선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주총과 관련해서는 일정이나 안건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3월 초쯤 이사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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