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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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는 예금이 아니다 [thebell note]

김진현 기자공개 2020-02-14 13:37:0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07: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가 예금화 되고 있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펀드가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인데 마치 예금처럼 보호받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운용상 제약이 거의 없는 헤지펀드(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이런 손실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하는데도 무조건 손실이 발생하면 운용사만 눈총을 받는다는 하소연이다.

최근 들어 잇따라 헤지펀드 관련 사건 사고가 이어지자 투자자들은 사모펀드를 외면하기에 이르고 있다. 그간 고액자산가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하면서도 예금처럼 돈을 맡겨뒀다 원리금을 수취하는 구조로 손쉽게 상품을 이해한 탓이다. 잃지 않는 투자를 해왔던 이들이 뒤늦게야 헤지펀드가 원금 손실 가능 상품이란 사실을 깨달은 듯하다.

당국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의 투자업계 이슈에서 감독 당국이 눈여겨보는 건 단 하나로 보인다. '얼마나 투자자를 잘 보호했는가.' 투자자 보호에 실패한 상품에 대한 단죄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인다.

비단 헤지펀드가 아닌 공모펀드에 투자할 때라도 우리는 누구나 원본 손실 위험을 고지받는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펀드를 예금처럼 생각했던 건 1997년 외환위기 때문이다. 당시 거대 기업 대우가 휘청이며 대우채 환매 연기 사건이 발생했고 금융당국과 투신사는 6개월만 기다리면 원금에 준하는 비용을 돌려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 펀드런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투자자들에겐 펀드도 예금처럼 원금 보장이 가능한 상품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이후로도 펀드뿐 아니라 금융상품 관련 사건 사고가 이어질 때마다 투자자들은 원금보장에 준하는 금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언젠가 끊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이지만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에서는 손쉽게 묵살되고 말았다.

혹자는 이참에 헤지펀드는 기관투자가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글로벌 헤지펀드를 보더라도 수익자는 기관투자가로 제한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공·사모 구분을 두지 않는 해외에서도 헤지펀드를 사실상 기관투자가용 펀드처럼 설정해 운용하는 건 전략 검증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하는 기관투자가의 특성상 위험한 전략과 투자 방식은 자동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는 거다. 매니저의 창의적인 투자 환경을 보장하면서도 검증된 전략만 시장에 남도록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검증된 전략만을 골라 개인투자자용으로 소개한다면 안정적인 상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

매번 금융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약방문으로 처방하지 않으려면 이런 과감한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펀드는 예금이 아니다. 당국 역시 위험하게 운용하는 운용 전략을 탓하기 전에 얼마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 힘썼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2015년 사모펀드 최소 가입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게 어쩌면 부메랑으로 돌아온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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