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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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 리포트]퍼스텍, 사업다각화의 역습2년 연속 적자…'방산' 전적 의존, 보안사업 고전

김성진 기자공개 2020-02-14 13:22:22

[편집자주]

1970년대 자주국방 정책 아래 꾸준히 성장해온 국내 방산업체들이 최근 고비를 맞고 있다. 방위사업 예산은 매년 늘어나지만 덩치 큰 업체간 경쟁이 심화됐고, 뒤늦게 눈 돌린 해외 시장에서는 경쟁력 부족으로 수주에 실패하기 일쑤다. 각양각색의 생존법을 구사하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 규모와 분야를 막론하고 국내 방산업체들의 현 주소를 다양한 관점에서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14:3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순수하게 방산업만 영위하는 업체 수는 얼마나 될까. LIG넥스원이 2015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을 당시 순수 방산업체 중에서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정부로부터 방산업체로 지정된 업체들은 80여 곳이 넘지만 순수하게 방산업만 영위하는 업체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퍼스텍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순수방산업체 원류 중 하나로 꼽힌다. IMF 당시 법정관리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후성그룹에 편입된 이후 다시 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최근 국내 방산업 침체와 함께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방산업만 영위하는 순수성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도무기 전문 업체로 성장…IMF 위기 맞기도

퍼스텍의 전신은 제일정밀공업이다. 1975년 설립된 첫 해 국가 방위사업체로 지정되며 회사의 정체성을 뚜렷이 했다. 주력 사업은 유도무기였다. 1976년 발칸포 사격제어부 개발과 양산을 시작했으며 1980년도에는 단거리지대지유도무기 개발업체로 지정돼 유도무기 전문업체로서 성장을 이어갔다.

1989년에는 설립 14년만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기대를 모았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주로 대기업 계열인 것과, 순수 방산업체 중에서는 상장사가 상당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행보였다. 현재까지도 순수 방산업체 중 상장한 회사로는 LIG넥스원 정도가 꼽힌다.

퍼스텍은 유도무기와 함께 항공우주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2년 중형헬기 UH-60의 국산화 개발 및 양산에 참여했으며 2000년에는 최초 국내개발 고등훈련기 T-50 개발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항공분야 사업을 확장했다. 환경제어장치, 연료장치, 자세제어시스템, 화재소화장치 등 항공기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만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납품하는 형태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 탓에 국내 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그에 따른 피해는 방산업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당시 81개의 방산지정업체 가운데 10개가 넘는 업체가 부도를 냈는데 그중에는 퍼스텍도 포함돼있었다.

무리한 사업다각화가 화근이었다. 퍼스텍은 당시 자동입출금기(ATM) 등 금융자동화기기 사업과 CT-2 장비사업에 뛰어들었으나 큰 폭의 적자가 발생했고 외환위기가 닥치자 버티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3년 후성그룹 편입 변곡점…‘얼굴인식’ 보안사업 사실상 실패

법정관리에 들어간 퍼스텍은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부채를 갚았고, 그 결과 2002년 2월 3년 5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제일정밀이란 이름에서 현재의 퍼스텍으로 사명도 변경했다.

이후 퍼스텍은 후성그룹에 편입되며 변곡점을 맞았다. 후성그룹은 2003년 3월 퍼스텍 지분 46.7%를 인수해 대주주로 올랐다. 후성그룹은 기존 영위하던 화학 및 비철금속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후성그룹에 편입된 이후 실적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무엇보다 2004년까지 영업손익은 적자를 기록했으나 2005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며 매해 꾸준히 10억~30억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201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매해 성장했다. 영업손익은 해마다 편차는 있었으나 적자 없이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은 체계종합업체보다 벤더 성격의 부품납품업체가 상대적으로 경영하는데 수월하다"며 "지체상금에 대해 책임 질 일도 적고, 법으로 원가가 보장되기 때문에 원가 후려치는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8년부터 이상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출이 크게 감소하며 실적이 흔들렸다. 그동안 매해 매출 규모를 늘려오던 퍼스텍은 처음으로 전년 대비 약 300억원 줄어든 131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매출은 갑자기 줄었지만 매출원가는 전년과 비슷한 규모를 기록하며 매출총손익은 13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영업손익 역시 224억원의 적자가 났다.

2019년에도 적자는 이어졌다. 매출은 한 차례 더 감소해 1263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익은 적자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47억원의 손실을 냈다.

퍼스텍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황이 좋지 않아) 매출이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며 “또 회계기준이 변경되며 유·무형자산 감가상각이 많이 반영돼 적자가 크게 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퍼스텍이 전적으로 방산업에 의존한 매출구조를 갖고 있다는 데 있다. 순수 방산업체가 드물다는 것은,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방산업만 가지고서는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로템이 방산뿐만 아니라 철도, 인프라 등 다른 사업들도 함께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물론 퍼스텍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방산 말고 다른 분야에 도전해오고 있다. 퍼스텍의 과거 사업보고서들을 살펴보면 후성그룹에 편입된 이후 2003년부터 방위산업과 함께 ‘얼굴인식보안사업’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퍼스텍은 17년동안 보안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9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전체 누적 매출 760억원 중 보안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은 280만원에 불과하다. 비중으로 따지면 0.003% 수준이다. 그렇다고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라 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퍼스텍은 주로 한화, LIG넥스원과 거래하고 있다”며 “거래사들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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