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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자금 조달 전략 바꾼 두산인프라코어 고석범 부사장'뱅크론→회사채', 지난해 40% 돌파, 시장 수요 힘입어 이자 비용 절감

구태우 기자공개 2020-02-18 08:12:1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두산인프라코어의 '리스크'는 재무 구조였다. 2007년 미국 밥캣을 인수하면서 약 3조원 가량을 금융권 등 외부에서 조달했다. 차입 규모는 인수 금액(51억 달러)의 절반에 달했다. 이 딜은 국내 기업의 해외 M&A 중 두번째로 컸던 만큼 '후유증'도 컸다.

두산그룹의 성장을 위한 전략적 M&A였지만, 이자로 인한 재무 부담이 상당했다. 1조원을 유지하던 2008년 차입금은 6조원을 넘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장기간에 걸쳐 차입금을 상환했고, 10여년 만에 4조원대까지 낮아졌다. 300%를 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65.7%까지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리스크'는 더 이상 재무 구조가 아니다.

이번에는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에서 리스크가 발생했다. 두산건설의 경영 악화는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으로 전이됐고, 지배구조상 리스크는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전해졌다. 신용등급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모기업의 리스크가 '현재 진행형'인 만큼 두산인프라코어 재무 전략의 변화도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13일 발표한 연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차입전략은 뱅크론에서 회사채로 바뀌는 양상이다. 차입금은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자금과 회사에서 찍어내는 회사채로 나뉜다.


그런데 지난해 차입금 내역과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은행 차입은 줄이는 한편 회사채는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증가한 회사채 규모는 536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상환된 차입금과 사채는 각각 4846억원, 1700억원이다.

전체 총차입금(4조3869억원) 중 43.3%를 회사채가 차지했다. △공모사채(1조1247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4945억원) △사모사채(2830억원) 순으로 많았다.

전년인 2017년 말 회사채 비중은 34.7%(1조4844억원)였는데, 3분기 동안 8.6% 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금융권에서 조달한 차입금 규모는 3943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각각 8148억원, 1조6208억원이다. 회사채 비중은 평소 30%대를 유지했는데 지난해부터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은행 차입보다 사채를 선호하는 건 자금 조달 환경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금융권 금리보다 회사채 금리가 낮다. 신용등급이 'BBB'급인 회사채의 금리는 6%(3년물 기준)대 초반이다.

그런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BBB' 등급의 회사채 시장에 수요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우량 회사채의 금리가 하락하자 비교적 금리가 높은 BBB 등급 회사채 시장의 투자매력이 높아진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BBB' 등급이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는 회사채 발행금리는 4%대였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자금 조달 환경은 은행보다 회사채 시장이 낫다는 평이다. 때문에 공모채를 발행해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만으로 이자비용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1439억원으로 전년보다 68억원 감소했다. 차입 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 만으로 연간 100억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본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 구조를 결정하는 총책임자는 고석범 재무관리부문장(부사장, 사진)이다. 고 부사장은 두산그룹의 손꼽히는 재무 전문가다. 두산인프라코어 입사 이래 자금관리 부문에만 오랜 기간 몸 담아왔다. 2018년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기도 했다.

고 부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자금관리 부문에서 근무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었다. 2018년 CFO 취임하면서 자금조달 구조를 바꾸면서 부채비율을 눈에 띄게 낮추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회사채 비중을 늘린 것도 고 부사장의 결정이다.


회사의 재무 구조와 전략을 꿰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이다.

변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중공업 지원 여부다. 지난해 두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두산중공업과 지주사 ㈜두산이 나섰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의 지원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계열사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하향됐다. 유동성 지원까지 나설 경우 추가 하향 가능성도 있다.

모회사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 전략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고 부사장은 가능한 상황들에 대한 재무 전략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고 부사장은 밥캣 인수 때부터 두산인프라코어의 살림을 관장한 재무통"이라며 "계열사 재무부담을 대비할 컨텐전시 플랜들이 마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8조1858억원의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은 840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두산밥캣이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전년보다 3% 포인트 높아졌다. 매출은 전년보다 4557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7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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