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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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제 지운 우리은행 새 조직, 행장 책임 강화 [2020 금융권 新경영지도]회장-행장 분리 체제 도입....신속한 의사결정, 경영 효율성 제고

김현정 기자공개 2020-02-18 17: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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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며 은행들이 조직 구성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는 건 일상적인 레퍼토리다. 변화를 다짐하고 새로운 포부를 밝히며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된다. 하지만 이를 단순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은행 조직도의 변화는 한 해 경영 전략과 그 방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2020년을 맞이해 조직도에 과연 어떤 변화를 줬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07:5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우리은행 조직개편의 핵심은 행장-회장 분리 체제에 따른 부문제 해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지주 회장과 별개로 은행장이 존재하는 만큼 예전처럼 그룹장 위에 부문장을 따로 둬 통제 장치를 한 단계 더 마련할 유인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부문장에게 부여됐던 권한이 분산되면서 행장과 그룹장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됐다. 의사결정 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행내 경영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문제, 체계적 조직관리 목적

부문제는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 시중은행들 가운데 우리은행에 유일하게 존재했다. 다른 은행들의 경우 우리은행의 그룹장 개념의 임원들 바로 위에 은행장이 있다. 우리은행도 11일 발표한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다른 시중은행들과 같은 체제로 바뀌게 됐다.

우리은행의 부문제 시작은 201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문제는 각 부문장들에게 책임 경영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도입한 것이다.

이 전 행장은 2017년 1월 연임에 성공한 뒤 그룹장 세 명에게 은행 경영의 상당 부분을 맡기고 본인은 자회사 경영에 보다 힘쓰겠다고 밝혔다. 같은해 2월 이 전 행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국내부문, 글로벌부문, 영업지원부문 등으로 구성된 3부문 체제 도입을 알렸다. 한 부문 아래 관련 여러 그룹들을 소속시켜 그룹장 외 부문장이 한 번 더 그룹들을 통제하게끔 만든 것이다.

3명의 그룹장을 부문장으로 격상시켰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손태승 전 글로벌부문장이었다. 남기명 국내부문장, 정원재 영업지원부문장이 손태승 전 부문장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다수 그룹들을 이끌었다. 글로벌부문 아래는 글로벌그룹, IB그룹, 자금시장그룹이 배치돼 손태승 전 부문장이 이들을 총괄했는데 당시 IB그룹장을 맡았던 인물이 지금의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다.

이 전 행장은 부문장들에게 책임경영 의무와 조직간 협업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조정 역할 등을 적극 주문했다. 부문장들 스스로도 이 전 행장의 조직개편에 담긴 뜻을 충분히 이해했다.

당시 손태승 전 글로벌부문장은 그룹장에서 부문장으로 직책이 달라진 것을 놓고 "직함이 바뀌면 그만큼 대외활동의 폭이 달라진다"며 "같은 일을 다루더라도 대외적인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감에도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문제가 옥상옥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은행의 부문제는 손태승 회장 체제에서도 유지됐고 2019년에 이르러서는 더욱 강화됐다. 손 회장이 2018년 말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앞두고 지주 회장으로도 선임되면서 회장직과 행장직을 동시에 맡게 됐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의 지주사 전환에 집중하는 동안 은행에서 혹시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을 꼼꼼히 챙겨줄 부문장의 역할을 더욱 필요로 했다. 이에 따라 보다 체계적인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손 회장은 아무래도 의사결정 단계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경영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부문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3부문 체제를 2부문 체제로 바꿨다. 기존 국내(국내부문)와 해외(글로벌부문)로 나눴던 2개 부문을 하나로 통합해 영업부문으로 만든 것이다.

최근까지 영업부문은 정채봉 부문장이 맡았다. 그는 영업부문 아래 편제된 △개인그룹 △부동산금융그룹 △WM그룹 △기업그룹 △중소기업그룹 △기관그룹 △글로벌그룹 △외환그룹 △IB그룹 등을 총괄했다. 이번 DLF 사태 때 하나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WM그룹장 뿐 아니라 부문장까지 함께 소환됐는데 부문제 체제 아래 부문장의 책임이 인정됐기 때문이었다.

영업지원부문은 김정기 부문장이 책임졌다. △HR그룹 △자금시장그룹 △업무지원그룹 △디지털금융그룹 △IT그룹 △정보보호그룹 등이 영업지원부문 아래 편제됐다.

△신탁연금그룹 △여신지원그룹 △리스크관리그룹 △경영기획그룹 △소비자브랜드그룹 등은 손 회장 아래 직속으로 꾸려져 운영돼왔다.

◇부문제 해체, 행장·그룹장 책임·권한 강화

올해부터 우리금융에 회장-행장 분리 체제가 시작되면서 손 회장은 부문제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회장이 행장을 겸직했던 우리금융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는 사실 조직을 단순하게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2부문·20그룹·2단·61부서에서 부문이 빠진, 20그룹·2단·67부서로 탈바꿈했다.

이에 따라 부문장이 가졌던 권한이 권광석 우리은행장(내정자)과 20개 그룹장에게 분산될 예정이다. 행장 전결과 그룹장 전결 사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DLF 사태 때문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두달여간 미뤄지면서 전체적으로 조직의 동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최근 조직개편으로 좀 더 속도감 있는 조직으로 변모하게 됐다는 평가다.


은행장 바로 아래에는 개인그룹과 자산관리그룹, 부동산금융그룹, 기업그룹, 중소기업그룹, 기관그룹, 디지털금융그룹, 글로벌그룹, 외환그룹, IB그룹, 자금시장그룹, HR그룹, 업무지원그룹, IT그룹, 정보보호그룹, 여신지원그룹, 리스크관리그룹, 홍보브랜드그룹, 경영기획그룹,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등이 놓였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WM그룹의 이름이 자산관리그룹으로 바뀌었고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이 신설됐다는 것이다. 신탁연금그룹은 신탁연금단으로 격하됐다. 모두 DLF 사태에 따른 변화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DLF 사태 이후 자산관리 컨트롤타워 단일화를 위해 기존 자산관리그룹과 신탁연금그룹 통합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조직의 통합에 법률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당장에 실현되진 않았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존 신탁연금그룹이 단으로 격하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두 조직이 합쳐진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은행 전체의 자산관리 전략수립 및 추진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 기존의 WM그룹 명칭을 자산관리그룹으로 변경했다. 이번에 신설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에도 눈길이 쏠린다.

DLF 사태와 더불어 최근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오른 '비밀번호 도용' 건까지 우리은행은 소비자보호 이슈에 계속 휘말렸다. 이에 따라 고객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새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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