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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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채권시장, 코로나19 사태에 변동성 확대 [크레딧 애널의 수다]①경기 회복에 '찬물'…기준금리 인하 요인될까

이지혜 기자공개 2020-02-20 14:20:09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06: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한결 커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중국에서부터 전세계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놓고 부정적 시선이 늘고 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캐리 발생 가능성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관건은 이번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6개월 이상 지속돼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흔들린다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A: 올해 채권시장의 관건은 '코로나19의 2차 감염이 빈번해지느냐'일 것이다. 메르스 사태처럼 2차 감염이 확산되면 치사율이 높지 않더라도 소비가 위축될 거다. 특히 화장품산업 등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타격이 클 거다. 코로나19 사태가 막 터졌을 때 신세계, 현대백화점 주가가 떨어졌다. 해외에서는 루이비통, 에스티로더 등 중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럭셔리업종 주가가 빠졌다더라.

항공산업도 마찬가지다. 저비용항공사는 수익성 좋은 일본, 중국 등 알짜노선을 운영하지 못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도 많고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도 많아야 하는데 실적이 나빠지겠지. 내수산업은 말할 것도 없이 신용도에 직격탄을 받을 거다.

B: 기간이 문제다.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만 지속돼도 매장, 인력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질 거다. 다만 배달의 민족이나 CJ대한통운, 롯데로지스틱스, 한진택배 등 화물 운송업체는 실적이 좋아질 거다. 택배물량이 늘어날 테니 말이다.

C: CJ대한통운 등도 해외배송사업은 타격을 받지 않겠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가 동결될지 인하될지 시각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릴 거다.

A: 증권사들은 RP(환매조건부매매)로 자금을 조달해 그것으로 캐리수익(보유이익)을 낸다. 그런데 RP보다 국채금리가 더 내려가면 역캐리가 발생한다. 은행장들이 기준금리를 내려달라고 한국은행에게 사정하는 상황이 벌어질 거다.

B: 한국은행은 대부분 이런 상황이 되면 금리를 인하해줬다. 한국은행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이니까. 역캐리 때문에 금융시장이 타격받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기준금리를 내려줄 때가 많았다. 과거에도 역캐리 사례는 수 차례 있었다.

C: 2003년 사스사태나 2015년 메르스사태로 기준금리를 내릴 당시에는 경제가 좋은 편이었다. 기준금리도 높은 편이었고.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작년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좋아지는 건 아니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나라까지 온기가 확산될지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찬물을 끼얹은 셈인데 경제성장률이 깎이면 기준금리가 내릴 거다.

A: 이 사태가 얼마나 빨리 진정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한 번 위축된 소비가 다시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다. 메르스 사태 때도 바이러스 확산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뒤까지 사람들이 조심하지 않았나. 유동성은 풍부한데 시장상황이 좋지 않으면 집같은 자산가격만 오를 거다.

C: 대통령을 평가할 때 흔히 ‘경제를 살린 대통령,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워낙 높아 미국과 중국이 잘 돼야 산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조력자 역할이지 대세 자체를 바꿀 수 없다.

A: 비유를 하자면 우리나라는 가게로서 손님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 입장이다. 가게를 잘 차려놓고 손님이 들어오고 싶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이다. 손님들이 아프거나 돈이 없으면 제아무리 가게를 잘 차려놔도 힘들어진다.

B: 다만 크레딧물 시장이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을 거다. 지난해 기업들이 워낙 크레딧물을 많이 발행해서 올해 발행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은행의 크레딧물 투자비중도 현재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역캐리 현상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역캐리를 이미 체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초효과가 강해질 수도 있다. 설연휴가 올해 일찍 시작됐고 라임사태 등으로 단기물 시장이 요동치면서 역캐리 현상이 당분간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 크레딧물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C: 다만 채권 투자자가 조심해야 할 시나리오는 급격한 변동성이다. 예를 들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 인하기대가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내리고 크레딧물 스프레드도 좁혀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준금리가 하반기 또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된 터다. 그러다 갑자기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쟝률이 좋아지고 미중관계가 개선돼 국고채 금리가 갑자기 높아지면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변동성이 확대되면 회사채 시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A: 이래서 채권 투자자들이 ‘밑에 있는 것도 싫고 위에 있는 것도 싫다’고 말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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